제주유나이티드는 29일 남아공월드컵 대표팀 주전 중앙 수비수 조용형(27)을 카타르 알 라이안으로 이적시키는 데 합의했다고 밝혔다. 제주 관계자는 “조용형은 알 라이안에서 2년을 먼저 뛴 다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말라가로 이적하는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월드컵 이후에만 카타르 알 사드로 진출한 이정수와 사우디아라비아 알 샤밥으로 이적한 송종국에 이어 세 명의 전·현직 국가대표 선수가 중동에서 새 둥지를 틀게 됐다. 앞서 사우디아라비아 알 힐랄에 진출해 활동하고 있는 이영표와 한때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활동했던 설기현, 이천수까지 합치면 모두 6명이 중동 무대를 택한 셈이다.
태극전사들이 중동을 새로운 무대로 택하고 있는 이유는 ‘오일 머니’를 바탕으로 한 중동의 막강한 자금력과 아시아축구연맹(AFC)의 아시아 쿼터 등 제도적인 이유가 결합된 영향이 크다.
이정수의 경우 연봉 180만 달러(약 21억4000만원)에 3년 간 카타르로 이적한 것으로 알려졌고, 조용형은 이적료 170만 달러(20억원)에 2년 간 300만 달러(약 36억원·보너스 제외) 이상을 받게 될 전망이다. 특히 중동지역의 경우 세금이 거의 없는 편이어서 수익면에서 장점이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2009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아시아쿼터제의 영향으로 3명의 외국 용병 외에 1명의 아시아 선수를 구단이 보유할 수 있게 된 점도 중동 구단이 한국 선수에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가 되고 있다. 특히 한국 선수들의 경우 앞서 월드컵에서 기량이 입증됐고, 정신적인 측면에서 여타 국가 선수들에 비해 장점이 많아 중동 구단이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표의 에이전트인 김동국 지쎈 대표는 “중동 구단들의 경우 미리 진출한 설기현, 이영표선수를 통해 기량과 정신적인 면에서 검증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여타 국가 선수에 비해 적응력이 높아 한국 선수에 대한 선호가 높아진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중동 진출에 막연한 환상을 갖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에이전트는 “중동에 세금이 없다고 하지만 우리정부와의 세금 문제가 아직 명확하게 정리된 바가 없고 중동이라는 특수한 지역에 대한 고려 없이 무턱대고 진출할 경우 경기장 밖에서의 적응 실패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