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issue] 사랑을 팝니다…‘열애설’로 작품 홍보 ‘눈살’

[Ki-Z issue] 사랑을 팝니다…‘열애설’로 작품 홍보 ‘눈살’

기사승인 2010-08-21 12:59:01

[쿠키 연예] 연예계를 발칵 뒤집어놓는 사건 중 하나를 꼽자면 ‘열애’를 빼놓을 수 없다. 사랑 이야기처럼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불특정 다수의 호기심을 끄는 매력적 이야깃거리는 드물 것이다. 하물며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연예인의 사랑은 다 말해 무엇 하랴. 공식 석상에서 선보이는 화려한 스타의 모습이 아닌 ‘한 여자의 남자’ 혹은 ‘한 남자의 여자’가 됐다는 사실은 대중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열애설’에 휩싸이는 것만으로도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던 과거에는 ‘전 사랑은 몰라요’ 외치듯 입을 다무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몇 년 사이 미니홈피, 블로그, 트위터 등 팬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발달하면서 사생활을 오픈하는 게 하나의 흐름이 됐고, ‘신비주의’에서 탈피하려는 연예인들이 급증했다.

솔직하고 꾸밈없는 모습이 대중의 호감을 얻음에 따라 사랑도 공개적으로 선언하는 게 각광받는 시대가 됐다. 대중의 축하를 받기에 합당한 순수한 마음과 열정적 사랑을 보여주는 연예인들이 대부분이지만, ‘열애설’을 대중의 관심 끌기용으로 악용하는 일부 연예인 및 관계자들이 있다. 최근 들어 ‘열애설’을 작품 홍보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움직임이 잦아지면서 ‘감정 없는 사랑’에 이골이 난 대중의 볼멘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열애설’을 홍보로 악용한 경우는 공개된 시기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열애설의 주인공이 되는 연예인들은 대체적으로 드라마 혹은 영화에 출연 중이거나, 향후 반 년 안에 대중 앞에 인사할 가능성이 농후한 경우가 많다. 이들의 열애설은 주로 드라마나 영화 제작사 및 관계자가 작품 공개 전후에 퍼뜨려 작품 홍보 효과를 노린다.

최근 발생한 대표적 사례로 지난 20일 방송된 케이블 채널 tvN 드라마 ‘조선X파일 기찰비록’(이하 ‘기찰비록’)의 김지훈 임정은 커플과 미니앨범 ‘더 퀸’의 손담비 영화 ‘무적자’로 돌아온 송승헌 커플이다.

우선 임정은-김지훈 커플의 열애설은 지난 14일 ‘기찰비록’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터져 나왔다. 김지훈이 올 연말 군 입대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상대 여배우인 임정은을 향해 “(나 군대 가면) 기다려줄 수 있지?”라고 말해 두 사람 사이에 애정 기류가 흐르는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낳았다. 이후 두 사람의 이름과 열애라는 단어가 각종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점령했고 폭발적 관심으로 이어졌다.

제작발표회가 끝난 뒤에도 대중의 관심을 그칠 줄 몰랐고, 일부 누리꾼은 지난 15일 방송된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뜨거운 형제들’에 출연한 임정은과 김지훈이 손가락에 끼고 있던 비슷한 모양과 색깔의 반지를 가리키며 ‘두 사람이 커플링을 나눠 낀 것 같다’고 주장했다. 며칠 동안 누리꾼 사이에서 ‘사귄다’ ‘안 사귄다’는 설전이 오갔고, 이로 인해 ‘기찰비록’이라는 드라마가 홍보 효과를 얻으며, 작품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올라가기도 했다.

이는 김지훈이 친한 동료 여배우인 임정은을 향해 던진 농담성 발언이라고 해석할 수 있으나, 이 같은 발언을 밝힌 장소와 시기를 놓고 볼 때, ‘드라마를 위한 홍보성 발언’이라는 점을 배제하기 어렵다.

송승헌과 손담비의 열애설도 ‘홍보성’이라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두 사람이 “친구들과 어울려 놀면서 데이트를 즐겼다”는 내용의 열애설이 터진 날이 지난 17일로, 송승헌의 차기 영화 ‘무적자’ 제작발표회를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소속사 양측이 적극적으로 부인하고 본인들도 당황스럽다는 입장을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열애설이 터진 것은 ‘영화 홍보를 위한 발판이 아니었겠냐’는 게 연예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열애설이 공개된 다음날 열린 제작보고회에서는 두 사람의 관계를 확인하려는 질문이 쏟아졌고, 송승헌의 적극적 해명이 이어졌다. 이후 송승헌의 발언 하나 하나가 연예계 주요 뉴스거리가 되면서 각종 포털 사이트 연예 메인 뉴스를 장식했다. ‘무적자’ 팀은 손 안 쓰고 코 푼 격으로 주연배우 송승헌 덕분(?)에 작품을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었다.

홍보용 열애설이 생겨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배우 허이재는 영화 ‘걸프렌즈’ 개봉을 앞둔 지난해 12월, 소속사 관계자가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김현수와의 열애 사실을 인정했다가 하루도 채 지나지 않아 주장을 번복하는 황당한 일을 연출했다. 당시 대중은 ‘시인’과 ‘부인’을 반복하는 상황을 두고 “영화 홍보를 위해 전략적으로 밝혔다가 발뺌한 게 아니냐. 엄연한 노이즈 마케팅이다”며 따가운 시선을 보냈다.

지난해 8월에는 MBC 드라마 ‘탐나는도다’에 출연 중이었던 배우 서우와 임주환이 1년째 사귀고 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한 매체에 따르면 두 사람은 첫 촬영을 시작하고 4~5개월 동안 주 촬영지인 제주도에 함께 머물면서 사랑을 키워왔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며 열애설을 일축했다. 당시 드라마 ‘탐나는도다’는 마니아 층으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았으나, 시청률에서 부진을 겪었던 터라 열애설 공개로 인해 잠시나마 대중의 관심을 받을 수 있었다.

한 작품에 출연하게 되면서 같은 소속사 식구끼리 열애설이 난 경우도 있었다. KBS 아나운서 출신인 최송현이 배우 김래원이 실질적 대표로 있는 블레스엔터테인먼트로 거처를 옮겼고, 영화 ‘인사동 스캔들’에 나란히 출연하면서 열애설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두 사람은 “서울 한남동의 한 성당에서 같이 미사를 보는 사이일 뿐”이라며 의혹을 부인했지만 ‘인사동 스캔들’ 개봉을 앞둔 시점에서 터져 나온 소식이라는 점에서 ‘홍보성 열애설’을 말끔히 씻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열애설을 프로그램에 적극 활용한 경우도 있었다. 지난해 11월 방송된 케이블 채널 SBS ETV 버라이어티 ‘초건방’ 홍보를 위해 그룹 타이푼 출신의 솔비가 남자와 열애하는 장면을 파파라치 형식으로 연출해 시청자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 5월 핑크빛 스캔들을 낳았던 2PM의 택연과 소녀시대 윤아는 ‘열애’를 ‘마케팅’으로 전면 활용한 경우다. 에버랜드 캐리비안 베이 광고 촬영을 마친 두 사람은 콘셉트와 맞게 연인처럼 다정한 포즈를 취했고, 홍보사는 ‘택연과 윤아의 데이트 현장을 포착했다’는 식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이로 인해 두 사람은 끝없는 스캔들에 휘말려야 했고, 택연이 적극적으로 부인했지만, 인기 아이돌 그룹의 멤버이자 선남선녀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열애설은 한동안 수면 위를 떠돌았다.

이처럼 ‘사랑을 파는’ 스타들의 열애설이 대중의 시선을 끌 수 있다는 점에서 홍보용으로는 분명 쓸모가 있긴 하다. 하지만 순간적으로 주목을 받는 ‘반짝 인기’라는 점에서 마냥 플러스 요인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대중의 안목이 높아지면서 ‘소문’보다는 ‘실상’을, ‘허울’보다는 ‘내실’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열애설’로 주목받는데 성공했을 지라도 작품성을 담보하지 못할 경우 대중은 결국 등을 돌리고 말 것이다. 게다가 ‘될 대로 되라’는 식의 ‘열애설’ 주인공으로 자주 거론될 경우, 무슨 일을 하든 지 진심을 의심받게 된다.

부메랑은 결국 돌아오기 마련이다. ‘모로 가도 서울로만 가면 된다’는 안일한 홍보 전략은 스타 및 제작자의 이미지와 명성에 흠집만 남길 뿐이다. 제 살 깎아먹기 식의 ‘홍보성 열애설’은 이제 지양해야 할 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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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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