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두개골 함몰’ 지아 “하루하루가 삶의 보너스 같다”

[쿠키人터뷰] ‘두개골 함몰’ 지아 “하루하루가 삶의 보너스 같다”

기사승인 2010-08-25 16:59:01

"[쿠키 연예] “자다가 일어난 일이라 아픔을 느낄 새가 없었던 것 같아요.”

가수 지아는 지난해 6월1일 충남 천안 시내에서 죽음의 기운을 느꼈을 만큼 큰 교통사고를 당했다. 두개골이 함몰되고 앞니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지만, 대수롭지 않다는 듯 담담한 말투로 지난날을 떠올렸다.

자칫 잘못해 조금만 더 아래를 부딪쳤다면 시신경을 건드려 평생 식물인간으로 살아야 했을지도 모른다. 아직도 이마 왼쪽 상단에는 6~7cm 가량 꿰맨 자국이 선명했다. 사고 난 지 1년이 훌쩍 지났지만, 상처가 아물지 않아 심한 외부 충격을 받으면 안 된다. 앞머리를 내려 어느 정도 상처를 가릴 수 있었지만, 잔혹했던 그날의 기억은 쉽게 잊기는 어려울 터.

워낙 큰 사고였던지라 ‘다시 노래를 부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싸우며 힘겨운 시간을 홀로 이겨낸 지아는 지금 노래를 부르고, 인터뷰할 수 있다는 게 그저 감사함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로 ‘긍정’ 바이러스가 온몸에 퍼진 듯 말이 끝날 때마다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는 절망의 끝에 매달려 있는 희망을 건져 올린 듯 만면에 웃음이 가득했다.

“예전에는 카메라 앞에만 서면 떨리고 힘들어서 방송하기가 두렵고 싫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서서히 대중 앞에 서는 것도 차츰 횟수가 줄어들었고, ‘얼굴 없는 가수’라는 수식어 뒤에 숨어 지냈던 날이 많았죠. 그런데 지금은 어떤 무대라도 설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쁠 따름이에요. 사고를 한 번 겪고 나니까 하루하루가 보너스처럼 느껴지더라고요. 다시는 못 올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어 후회하지 않으려고 매사에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지금도 무대 위에 서는 게 정말 떨리지만 즐기면서 활동하고 있답니다.”

사고 후 한 달 정도 입원하면서 병마와 싸우고 있을 동안 그를 괴롭힌 또 하나의 존재가 있었다. 바로 ‘근거 없는 소문’이었다. 교통사고를 당한 후 각종 포털 사이트 검색어에는 ‘지아’라는 이름과 함께 ‘뇌졸중’ ‘식물인간’이라는 단어가 따라다녔고, 그 소문들은 그를 침상에서 일어나기 어려운 중중 환자처럼 만들어 놨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자택에서 요양을 했고, 건강을 회복해 지난해 12월 디지털 싱글 ‘술 한 잔 해요’로 팬들을 찾을 수 있었다.

“병원에서 인터넷을 하다보니까 ‘지아가 뇌졸중에 걸려서 죽었다는데 사실인가요’ 글이 있더라고요. 화가 나기보다는 당황스러웠죠. 병원까지 방문해 힘을 주시는 팬들 덕분에 기운을 차리고 있었는데 그런 소문이 도니까 안타까웠어요. 이렇게 다시 건강을 회복해 노래할 수 있어서 그저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생사의 위기를 넘기며 한층 더 단단해진 지아는 새 미니앨범 ‘디퍼런스’(Difference)를 들고 나왔다. 타이틀 곡 ‘웃음만’은 현재 각종 온·오프라인에서 상위권에 오르며 건재한 인기를 과시 중이다. 수록곡 ‘시간아 부탁할게’는 씨야의 연지와 ‘사랑을 가르쳐 주세요’는 케이윌과 호흡을 맞춰 앨범의 풍성함을 더했다.

“예전처럼 많은 관심을 가져주시고 기다려주셔서 정말 감사드릴 뿐이에요. 제가 팬들의 기억 속에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요. 이번에는 사고 때문에 쉴 수밖에 없었는데 기회가 생기면 자주 인사드리고 싶어요.”

오랜만에 미니앨범으로 팬들에게 인사하는 만큼 곡 선정에도 세심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노래 ‘웃음만’을 타이틀 곡으로 선택하기까지 그리 어렵지 않았다고. 군계일학처럼 다양한 가이드 곡(정식으로 녹음하기 전 부르는 노래)에서 가장 귀에 와 닿았다고 첫 느낌을 털어놨다.

“듣자마자 ‘아 이 노래 정말 부르고 싶다’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에 들었어요. 사실 그동안 제대로 된 사랑을 해 본 적이 없어서 이별의 아픔을 어떻게 표현할지 몰랐는데요. 녹음을 몇 번 하고 나니까 아련한 느낌이 전해지는 것 같더라고요. 게다가 이번 앨범명이 ‘디퍼런스’인데 예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는 노래인 것 같아서 마음에 들었고요. 파격적 헤어스타일에 메이크업까지 평소의 저라면 꿈꾸지 못할 모습들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았답니다(웃음).”

당초 지아는 정규 앨범으로 복귀하려고 했으나, 일단 6곡만 추려서 미니앨범으로 먼저 공개하게 됐다. 정규 앨범으로만 묶어서 내보내기에 아까운 노래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이번 앨범에 수록하기 위해 수집한 30곡을 순차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올해 하반기에는 앨범을 한 장 더 출시할 예정이다.

“좋은 노래를 차근히 들려드리고 싶어서 이번에는 미니 앨범 형태로 먼저 선보이게 됐어요. 정체된 가수가 아닌 꾸준히 발전하는 모습 보여드리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아플 때 큰 힘이 되어 준 소중한 팬에게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습니다. 주신 사랑 살아있는 노래로 보답할 수 있는 지아가 될게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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