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MBC 주말 예능 프로그램 ‘꽃다발’이 방송 초반 부진을 딛고 서서히 입소문을 타고 있다. 아이돌 그룹의 희로애락을 적절히 버무려내 ‘아이돌판 세바퀴’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반응이다.
‘꽃다발’은 방송계 안팎에서 거세게 불고 있는 ‘아이돌 열풍’을 안방극장에 안착시킨 프로그램으로, 10~20대 위주의 편중된 관심을 받고 있는 아이돌 그룹을 전 연령대가 공감할 수 있는 ‘국민돌’로 거듭나도록 돕기 위해 마련됐다.
‘숫자로 나를 어필하는 시간’ ‘과거 사진 공개’ ‘추억의 수학여행 장기자랑’ ‘좋아하는 뮤지션 재해석하기’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아이돌 그룹에 대해 알아보는 과정에서 그동안 보여주지 못한 색다른 매력을 과시하거나 소탈한 면모를 드러내 시청자로부터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각각 소속사가 다른 아이돌 그룹으로 살아가면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교감하고, 합숙 생활 중 멤버들에게 말하지 못 했던 애로사항을 털어놓으며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런 모양새는 20여 명이 집단으로 출연해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웃음을 일궈내는 ‘세바퀴’와 비슷한 양상이다. 지금은 MBC 간판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얻고 있지만 ‘세바퀴’도 초반에는 ‘산만하다’ ‘퀴즈냐 토크쇼냐 정체가 불분명하다’ 등 거센 질타를 받았다.
물론‘꽃다발’도 아직 갈 길이 멀다. 걸 그룹의 섹시 춤이 난무하고, 솔직함이 도를 지나쳐 성형 수술 횟수까지 공개해 ‘자극적이다’ ‘걸 그룹 상품화한다’라는 비난을 면치 못 했다. 공교롭게도 지난달 25일 첫 회에서는 ‘포미닛’ ‘시크릿’ ‘걸스데이’ ‘LPG’를 비롯해 방송인 장영란, 김새롬, 레이싱 모델 출신 구지성으로 구성된 ‘숙녀시대’, 룰라의 채리나 김지현, 쿨의 유채영이 모인 ‘쿨룰라’까지 걸 그룹 일색이었다. 하지만 이는 미리 섭외됐던 남성 그룹이 스케줄상 출연하지 못하는 사태가 빚어지면서 ‘걸 그룹의 잔치’가 된 것이다. 10% 미만의 저조한 시청률도 풀어야 할 과제다.
‘꽃다발’ 제작진은 시청자의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아이돌 그룹을 새롭게 조명하는 생산적 프로그램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정 멤버에게 쏠려 있는 시선을 다른 멤버들에게도 분산시켜 그룹을 제대로 알리고, 화려한 면 뒤에 숨겨진 인간적 매력을 끄집어내겠다는 게 목표다.
김영진 PD는 쿠키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자극적으로 만들 의도는 없었는데 시청자 분들이 그렇게 평가하셨다면 제대로 만들지 못한 우리의 잘못”이라고 시인하며 “좋은 영향을 주는 프로그램으로 성장하기 위해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이니 너그러운 마음으로 이해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멤버들이 합숙 생활을 오래하다 보니까 다들 한 가족이더라. 여기에 여러 그룹이 모이다 보니 각양각색의 가족이 구성됐고, 이들 사이에서 인간적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족형 아이돌 그룹’이라는 느낌을 끄집어 내 프로그램을 만든 것은 처음 시도되는 일”이라고 자평했다.
김 PD는 시청자의 지적을 토대로 올 추석쯤 새 단장을 계획하고 있다. 자극적 색깔을 줄이고 전 연령대가 즐겨볼 수 있는 건전한 프로그램으로 인사할 예정이다. 그는 “그동안 춤과 노래로 선정적 논란을 불러일으켰는데, 진지하게 대결할 수 있는 다양한 주제로 접근할 것이다. 예를 들어 패션 코드 살펴보기, 해외 무대에 진출한 그룹의 활약상, 영어 가사를 한글로 바꿔서 배워보기 같은 주제로 색다른 매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한도전’ ‘남자의 자격’처럼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도록 노력을 할 게획”이라며 “아이돌 그룹이 가요 및 방송 무대에서 보여주지 못 했던 매력과 진실을 고스란히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라며 향후 활약상을 기대해달라고 당부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