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MBC ‘일요일 일요일밤에-뜨거운형제들(이하 뜨형)’이 여성 출연자에게 성희롱을 재연시키는 듯한 연출로 일부 시청자들의 빈축을 사고 있다. 하지만 담당PD는 지나친 시각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9일 방송된 뜨형에서는 연기자 이시영과 홍수현이 ‘아바타’로 출연했다. 이 코너는 특정 상황에 투입된 출연자가 외부 차량에서 모니터를 통해 지켜보는 진행자의 지시대로 말과 행동을 하면서 재미있는 모습을 다양하게 연출해 웃음을 주는 방식이다. 이시영과 홍수현은 첫 여성 아바타 출연자로 방송 당일 네이버 등 주요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에도 오를 정도로 많은 화제를 모았었다.
문제의 장면은 홍수현이 아이스크림 가게에 아르바이트생으로 투입된 부분에서 나왔다. 홍수현이 남자 직원에게 아이스크림 뜨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에서 진행자 중 한 명인 MC 김구라가 “뒤에서 안아서 가르쳐달라고 해요”라고 지시한 것이다. 이에 홍수현은 당황한 듯 쉽사리 말을 전달하지 못했고, 남자 직원 역시 민망한 듯 주춤거리다가 홍수현을 뒤에서 껴안으며 아이스크림 뜨는 방법을 가르쳐줬다. 차량 안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는 김구라, 탁재훈 등 진행자들은 재미있어하며 웃었다.
일부 시청자들은 이 장면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연출된 모습이 직장내 성희롱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는 것이 이유다. 실제로 성희롱 근절을 부르짖는 각종 캠페인이나 예방교육 자료, 관련 포스터 등에는 남자 직원이 여성 직원에게 무언가를 가르쳐준다는 명분으로 뒤에서 껴안는 등의 신체적 접촉행위가 빠지지 않고 사례로 포함된다.
방송이 나간 후 일부 네티즌들은 블로그 등을 통해 비판의 목소리를 전했고, 해당 포스트에도 “예능이긴 하지만 좀 과하다” “나도 보다가 이 부분에선 좀 눈살이 찌푸려졌다” “막 나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회사에서 저러면 바로 소송감이다” 등 댓글이 이어졌다. 이런 의견을 전한 한 네티즌의 관련 블로그 포스팅은 31일 블로그 포털 사이트에서 추천수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뜨형이 방송되는 시간은 가족이 모여 TV를 시청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런 모습이 희화화돼 나타나면 아직 사리분별이 확립되지 못한 어린 아이나 청소년, 나아가 사회초년생들에게까지 잘못된 관념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 김영희CP는 이런 시각에 대해 “영화 ‘사랑과 영혼’에서 연인이 같이 도자기를 빚는 모습을 패러디한 것이 해당 장면의 의도”라며 “그리고 남자 직원이 일방적으로 껴안는 것이 아니라 홍수현씨가 먼저 요청하는 설정이기 때문에 그렇게 바라볼만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그래서 오히려 홍수현씨보다 남자 직원이 더 부끄러워하지 않느냐”고 덧붙였다.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윤정주 사무국장은 “재미를 주기 위해 했다고만 보기에는 분명히 도가 지나쳤다. 출연자에게 지시를 한 김구라씨도 문제지만 그런 장면을 여과없이 내보낸 제작진이 더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먼저 요청하도록 상황을 만들었어도 어디까지나 여성 출연자의 의지가 아닌 시키는대로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남성중심적 사고에서 여성을 희롱하는 듯한 연출로 해석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