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언제 와” 울며 찾던 그 아빠…천안함 故정범구 병장 보상금 ‘몰래’ 찾아가

“아빠 언제 와” 울며 찾던 그 아빠…천안함 故정범구 병장 보상금 ‘몰래’ 찾아가

기사승인 2010-09-01 16:14:01

[쿠키 사회] “아빠 언제 와?!”

두살배기 아들이 엄마를 붙잡고 울며 보챘다. 하지만 '언제'는 아들이 죽은 뒤였다.
죽은 아들의 넋을 위로하려고, 용서를 빌기 위해 찾아 것도 아니었다. 아들의 목숨과 맞바꾼 보상금을 찾아가기 위해서였다. 군인이 돼서 조국을 지키다 졸지에 죽임을 당한 아들에게 전달된 국민들 성금과 정부 보상금을 챙기려 나타난 것이다.

천안함 전사자 중 1명인 故정범구 병장. 2살때 어머니와 이혼해 줄곧 생면부지로 지내왔던 친부(親父)가 최근 사망보상금을 ‘몰래’ 찾아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월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故신선준 상사의 경우와 친모, 친부인 것만 다를뿐 거의 흡사하다.

이같은 사실은 지난달 27일 정 병장의 어머니인 심모씨가 정 병장의 미니홈피에 사연을 올리며 알려졌다. 하늘에 있는 아들에게 쓴 편지 형식의 이 글은 서서히 온라인을 통해 전해지며 보는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심씨는 글에서 “범구야, 어떻게 지내는지. 엄마가 속을 끓이다 도저히 안 되어 이렇게”라며 “이 나라의 상속법, 군인연금법이 잘못된 것인지. 인간이(너의 친부) 잘못된 것인지. 어리석게 당하고만 살아온 이 엄마 탓인지 혼란스럽다”라며 개탄했다.

심씨는 “세상 사람들은 아빠가 없다 그러니까. 죽은 아빠로 알고 있겠지. 챙피해서 조용하게 끝내고 싶었는데. 무슨 일이냐고! 너무도 슬픈 얘기야”라며 “네 월급통장에 엄마가 용돈 넣어준 걸 다쓰고 가지 않아서 남은 돈이 27만원이더라. 그것은 은행에 포기각서를 내고 다른 것은 어떤 의사표시도 안하고 있다가 지금 조용해지니 보훈처에 사망일시금을 받아 갔단다”라고 사연을 알렸다.

이 글에 따르면 정 병장의 친부는 자신의 경우와 거의 비슷한 신 상사의 친모가 언론 등에 보도되며 비난 여론이 일어나자 보상금 수령에 대한 의사표시를 하지 않고 잠잠히 있다가 여론이 조용해지자 슬쩍 받아간 것이다.

현행 법규에 따르면 부모 양측 모두가 자녀의 군인사망보상금과 군 사망보험금을 신청한 경우엔 이혼 여부와 관계없이 군인의 양친에게 각각 보상금 절반을 지급하게 돼 있다. 정 병장이 기혼자라면 배우자가 상속자가 되지만, 미혼이기 때문에 부모가 제1상속자가 되는 것이다. 법규상으로 양육기여도 등 해당 가정의 특별한 사정은 고려되지 않는다.

심씨는 “헤어져 양육비라는것도 모르고, 위자료라는것도 모르고 맨몸으로, 여자의 몸으로 아이를 길렀는데. 철저하게 외면하고 자식이라고 취급조차 안했는데”라며 “난 너 한테 미안해서라도 모든걸 포기 해줄 줄 알고 기회를 주었는데”라고 슬퍼했다.

이어 “이 엄마가 어리석고 무식해서 너를 그쪽 호적에 올리고 그냥 길렀어. 호적정리라는 것도 몰랐고. 친권포기 라는 것도 몰랐고. 양육비 받아야 되는지도 몰랐어. 안주면 안받는 줄 알았고, 소멸되는지도 몰랐어. 죄라면 법을 모르고 기른 것이 죄이고, 당하고 그냥 있었다는 것이지”라며 “아빠 언제 오냐고! 왜 아빠는 아들을 안 찾냐고! 어렸을때 네가 한말 지금도 생각하면 둘다 죽고 싶었는데. 살아 있는 엄마가 미안해”라며 자신을 원망하기도 했다.

심씨는 “이 나라 국법을 다스리는 사람들은 뭐 하는 걸까. 이렇게 앉아서 로또를 안겨주는 일을 계속 할것인지. 자식이라는 이름으로 길은것에 도움은 못 줄 망정 피를 토하고 죽을 만큼의 아픔을 줄수 있냔 말이다”라며 맹점을 안고 있는 관련법과 정치권에 서운함을 드러냈다.

정 병장의 이모부 송모씨는 1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글의 내용은 사실”이라며 “보상금은 이미 찾아갔고 국민성금 모금액인 5억원의 절반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씨는 “미니홈피에 있는 내용은 (억울한 처지의) 일부에 불과하다”며 “범구 친부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가 그외에도 더 있다. 곧 언론 등을 통해 알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안타까운 사연에 대한 여론의 관심을 호소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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