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클릭진단] 케이블이 지상파를 낳고…2인자의 ‘반란’

[Ki-Z 클릭진단] 케이블이 지상파를 낳고…2인자의 ‘반란’

기사승인 2010-09-18 12:59:01

[쿠키 연예] 지상파의 아류로 인식됐던 케이블이 안방극장을 쥐락펴락하는 존재로 급부상했다. 과거 자극적이고 선정적 코드로만 일관했던 색깔에서 벗어나 개성과 재미를 동시에 추구하는 방송으로 격상됐다. 지상파도 급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케이블을 견제하며 ‘케이블 따라잡기’에 슬슬 시동을 걸었다.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시즌2’ 방송이 끝나는 금요일 늦은 밤. 방송 프로그램 게시판과 각종 온라인 사이트 커뮤니티는 그야말로 전쟁터가 된다. 자신이 지지했던 합격자에게 축하의 인사를 남기고, 탈락자에게는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는 등 시청자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것이다. 도배하다시피 쏟아지는 글들을 보면 가히 폭발적 반응이다. 악성댓글보다 무섭다는 무반응의 설움을 당했던 케이블의 과거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이제는 지상파가 남부럽지 않게 됐다.

다양하고 기발한 아이디어로 무장해 지상파의 아성을 위협하고 시청자의 오감을 자극하는 방송으로 성장한 케이블. 채널끼리의 경쟁이 치열해지다 보니 특정 시청자 층을 공략하는 실용적 아이템을 속속 내놓게 됐고, ‘틈새시장’을 뚫는데 성공했다. 초기에는 케이블의 질을 떨어뜨리는 조악한 프로그램이 많았지만, 막대한 투자로 제작환경이 개선되면서 하나 둘 모양새를 꾸려가기 시작했다.

‘신선함’에 목말라했던 시청자는 톡톡 튀는 아이템으로 무장한 케이블을 통해 갈증을 해소하게 됐다. 게다가 수위의 제약으로 ‘뜸을 들이거나 내숭을 떠는’ 지상파와 달리 케이블은 ‘과감하고 화끈한’ 방송으로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MBC “‘슈퍼스타K’ 뛰어넘을 겁니다” : MBC에 비상이 걸렸다. ‘슈퍼스타K 시즌2’의 인기가 나날이 치솟으면서 자존심을 구긴 것이다. MBC는 ‘목표달성 토요일-악동클럽’ ‘쇼바이벌’ 등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시청자의 사랑을 받아왔던 채널이라 타 지상파보다 충격이 더 큰 상태다.

MBC의 케이블 따라잡기는 김재철 사장의 말에서부터 시작됐다는 후문이다. MBC 김재철 사장은 “우리는 왜 ‘슈퍼스타K’ 같은 프로그램 못 만듭니까”라고 내부 단속에 나섰고, MBC 예능국은 오는 11월 개편에 맞춰 신인가수를 발굴하는 ‘스타오디션-위대한 탄생’ 제작에 돌입한다.

MBC 관계자에 따르면 “해외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인 ‘브리티시 갓 탤런트’나 ‘아메리칸 아이돌’ 같은 스타 발굴 프로그램을 기준으로 삼아 기획 중”이라고 밝혔으나 실상은 ‘슈퍼스타K’를 목표로 삼는 제작이 될 듯하다. 지난 15일부터 지원자를 접수를 받고 있는데 벌써부터 “‘슈퍼스타K’ 꼭 따라 잡는다”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는 소식이다.

MBC가 부랴부랴 ‘오디션 프로그램’ 제작에 팔을 걷어붙인 것은 케이블 채널의 파급 효과를 인식했기 때문이다. 회당 1억원이 넘는 높은 제작비를 들여가며 프로그램 질을 향상시키고, 미국 LA까지 넘어가 인재를 발굴해 긴장감 있는 대결 구도를 만드는 Mnet이 높은 시청률을 고스란히 챙겨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극을 받은 것이다.

‘슈퍼스타K’에 버금가는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한 MBC. 하지만 케이블처럼 중간 광고에 협찬사를 대대적으로 홍보해주면서 수익을 낼 수 없는 환경이다 보니 규모나 질적인 면에서 어디까지 구색을 갖출지 의문이 든다. 자칫 잘못하면 케이블보다 못한 프로그램으로 전락할 수 있다.

◇“화성인 만나러 가요” :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의 활성화로 미니홈피나 블로그를 타고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일반인의 일상 들여다보기’를 토크쇼로 옮겨와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는 게 tvN ‘화성인 바이러스’다. “한 번 보면 채널을 돌리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고정 시청자 층도 상당수 보유하고 있는 인기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출연하는 사람들은 일반인의 기준에서 볼 때 대체적으로 ‘4차원을 뛰어넘는 16차원’ ‘개성으로 똘똘 무장’ 등 사회적 통념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특징이 있다. 하지만 개성을 중시하는 사회가 되고 타인의 삶을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면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화성인 바이러스’ 프로그램이 인기를 얻어감에 따라 지상파에서도 일반인을 내세우는 비중이 높아졌다. 우리와 별반 다를 게 없는 평범한 일반인임에도 불구하고 케이블 여파로 인해 시청자의 관심을 모으는데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러브스위치’ ‘스캔들’ : 과감하고 자유분방하다. 스파게티를 먹다가도 키스를 하기도 하고(Mnet ‘스캔들’) 차를 사준다면 어떤 종류로 사줄 수 있냐(tvN ‘러브스위치)고 대놓고 물어본다. 농도가 짙어지고 거침없어졌다.

케이블의 연애 프로그램은 대리만족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시청자의 만족도를 높여주고 있다. ‘러브스위치’의 경우에는 초혼의 연령이 늦춰지고 골드미스가 증가하면서 능력과 외모를 갖춘 남자 출연자에게 20~30대 여성 시청자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스캔들’은 스타와 일반인의 사랑을 그려나감으로 인해 짜릿한 쾌감을 준다.

지상파도 화끈한 케이블처럼 밀고 당기기를 하면서 서로의 파악했던 ‘뜸들이기’ 시간을 과감히 버리고, 진한 스킨십을 여과 없이 내보내는 움직임이 활발해졌다.

◇지상파 뚜렷한 색깔 가져야 : 케이블의 강점은 다양하고 신선한 아이템에 있다. 케이블은 특정 시청자를 공략하며 채널마다 다채로운 색깔을 가지려고 노력했던 게 서서히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야금야금 시청률을 가져가고 있는 케이블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 지상파도 나름대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지상파는 지금 아이템 고갈 상태다. 거기서 거기일 정도로 엇비슷하다. 가요·방송계를 장악한 아이돌 그룹에게 의지해 프로그램을 만들어가려는 안일한 태도도 시정해야 할 사항이다. 이제는 1인자와 2인자를 떠나 아이디어 싸움에서 이기는 자만이 살아남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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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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