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issue] “믿고 기다렸는데…” 대중의 신의 저버린 신정환

[Ki-Z issue] “믿고 기다렸는데…” 대중의 신의 저버린 신정환

기사승인 2010-09-18 13:02:00

[쿠키 연예] 날이 갈수록 세상은 각박해지고 사건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웃는 날이 줄어들고 있다. ‘웃음을 업으로 삼는’ 개그맨의 가치가 세월이 갈수록 높이 평가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만큼 웃음을 생산해내는 일은 뼈를 깎는 고통에 비견될 정도로 고되고 힘들다.

첫 출발은 가수였다. 노래보다는 춤이 더 각광 받는 인기 그룹의 ‘댄스가수’였다. 그렇게 그룹의 일원으로만 묻히는 듯 했다. 하지만 방송에서 서서히 두각을 드러내더니 개그맨보다 더 웃긴 ‘만능 엔터테이너’가 됐다. 그렇게 신정환은 10여 년 동안 대중의 웃음을 책임져왔다. 적재적소에 쏟아내는 말들은 감각적이고 재빠르다. 특유의 순발력과 탁월한 진행력으로 시청자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지금까지 성장해 왔다.

그런 그가 다시 대중의 가슴에 못질을 하고 있다. ‘도박’이라는 늪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도박으로 탕진한 빚이 수억 원에 이르나 이미 지인에게 신용을 잃은 상태라 갚을 방도가 딱히 없다. 은둔 생활에 들어간 지도 벌써 보름이 넘어간다. 지난달 27일 휴양 차 들렸다던 필리핀을 떠나 홍콩 등지를 전전하며 인적이 드문 곳에 몸을 숨기며 살고 있다.

5년 전 도박 혐의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뒤 “깊이 반성하고 있다. 이제 완전히 손을 씻었다”며 진심 어린 마음을 표현했던 신정환. 결과적으로 그의 외침은 공허한 절규이자 거짓말이 됐다.

대중은 그런 그를 한 번 용서했다. 웃음과 감동을 주며 삶의 활력을 줬던 신정환을 안방극장에서 보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이가 많았기 때문이다. 좀 더 우리 곁에 머물면서 지금처럼 즐거움을 주길 바라는 대중의 작은 소망이 그에게 회생의 기회로 되돌아갔다. 복귀는 3개월 만에 이뤄졌다. 당시 인기 프로그램이자 고정이었던 KBS 2TV ‘상상플러스’로 다시 인사했다.

도박 혐의가 발각돼 몇 년 동안 방송계를 떠나 자숙했던 일부 연예인과는 사뭇 다른 행보였다. ‘도박’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국민도 신정환에게 만큼은 관대했다. 질타와 비난보다는 옹호의 시선을 보냈다. “살면서 그럴 수 있지”하면서 신정환을 감싸기에 이른 것이다.

그런 대중의 사랑을 받고 신정환은 재기에 성공했다. “신정환이 출연하면 분위기 확실히 띄운다”는 방송 관계자의 호평이 잇따르면서 ‘섭외 1순위’로 승승장구했다. 고정으로 맡는 프로그램도 3개 이상 됐다.

하지만 올해 초 도박 연루설이 터지면서 다시 위기를 맞게 된다. 강원랜드에서 한 지인으로부터 1억원을 빌렸는데 갚지 않았다며 사기혐의로 피소를 당한 것이다. 지인과 합의해 없던 일이 됐으나, 대중의 눈초리는 가시지 않았다.

그리고 갑작스러운 잠적.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다시 필리핀 원정 도박판에 뛰어들면서 귀국하는 것도 여의치 않게 됐다. 이달 초까지는 “설마 그럴 리가.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가 있었다. 하지만 신뢰가 깨지고 의혹은 날이 갈수록 증폭됐다. 이에 신정환은 “뎅기열에 걸렸다”며 병원 입원 사진을 올리는 초강수를 두며 자신을 믿어주지 못하는 대중에게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곧 ‘거짓 발언’임이 들통 나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믿었던 팬들마저도 농락하는 일을 저지른 것이다.

신정환은 대중과의 약속인 방송을 무단으로 펑크 냈을 때 손을 털고, 대중 앞에 바로 사죄했어야 옳다. 하지만 ‘거짓말’이라는 비겁한 존재에 뒤에 숨어버렸다. 그동안 어렵게 쌓아온 이미지와 명성이 한 번에 무너지는 것을 스스로 인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필리핀으로 날아갔던 매니저의 설득도 뿌리쳤다. “당분간 쉬고 싶다. 며칠만 시간을 더 달라”는 말만 되풀이하며 현실을 피하는데 급급했다. 그러면서도 다시 카지노를 향한 발길을 끊지 못했다. 스스로 파놓은 함정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도박의 세계는 무섭고도 위험한 곳이다. 한 번 빠지면 매듭을 풀기 어렵다. 중독의 깊이는 이루 말할 수 없다. 도박의 세계에 대해 다룬 드라마 ‘올인’의 주인공인 차민수 세종대 교수는 “신정환은 환자다. 헤어나오기 힘들다. 옆에서 도와주고 싶다”고 토로했을 정도다.

신정환은 그동안 공인이라는 위치상 신분을 드러내고 전문적으로 상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안 됐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털어놓고 고민을 나눌 사람도 없었다. 모든 싸움을 홀로 이겨내야 했다.

그러나 그는 결국 유혹에 굴복하고 말았다. 끝내 자신마저도 버렸다. 그에게 부와 명예를 안겨준 대중을 위해서라도 그는 스스로를 절제했어야 했다. 술래 잡듯 쫓고 쫓기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국내로 돌아와야 한다.

‘시청률은 하늘이 내리고 스타는 대중이 세운다’는 말이 있다. 법적 절차를 통해 죗값을 받기 전 대중 앞에 용서를 구하는 일부터 해야 한다. 이것이 10여 년 동안 한결같은 사랑과 신뢰를 보내준 대중의 진심을 기만하지 않는 길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Ki-Z는 쿠키뉴스에서 한 주간 연예/문화 이슈를 정리하는 주말 웹진으로 Kuki-Zoom의 약자입니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