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숙(媤叔)이냐 제수(弟嫂)냐’…현대건설 인수전 본격화됐다

‘시숙(媤叔)이냐 제수(弟嫂)냐’…현대건설 인수전 본격화됐다

기사승인 2010-09-27 18:19:00

[쿠키 경제] 시숙(媤叔)과 제수(弟嫂)가 현대건설 인수를 놓고 대판 싸움을 벌인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은 27일 현대건설 인수전 참여를 공식 선언했다. 현대차그룹은 이날 공시와 함께 발표한 보도자료를 통해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사업 강화와 시너지 창출을 위해 현대건설 매각 입찰에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건설 인수의사를 먼저 밝혀온 곳은 현대그룹이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도 현대건설 인수 의사를 명백히 했다. 이는 정몽헌 회장의 유지이기도 하다. 현대건설은 그룹의 모태가 된 기업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이, 현대그룹은 현정은 회장이 각각 이끌고 있다. 두 사람은 시숙과 제수 관계다. 현 회장의 남편인 고 정몽헌 회장이 정몽구 회장의 동생이다.

현 회장은 시아버지인 정주영 명예회장이 생전에 그룹의 적통(嫡統)을 자신의 남편인 정몽헌 회장에게 넘기겠다고 공식적으로 밝혔고, 현대건설이 그룹의 모태임을 감안할 때 현대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명분론을 내세우고 있다.

반면 정몽구 회장은 동생(정몽구)이 고인이 되기도 했지만 자신이 사실상 장자(長子)인 점을 감안할 때 그룹의 모태가 된 현대건설을 자신이 인수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즉 명분론과 장자론이 팽팽이 맞선 형국이다.

2000년 8월 현대건설은 부도를 냈다. 정주영 회장으로부터 후계자 적통을 이어받았던 다섯째 아들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은 당시 둘째 형인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에게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했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를 거절했다.

2001년 봄 현대건설은 채권단에 넘어갔고, 2003년 대북송금 사건에 휘말렸던 정몽헌 회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고인이 된 남편으로부터 현대그룹을 물려받은 현정은 회장은 올해초부터 채권단의 현대건설 매각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해왔다. 시아버지와 남편의 유지가 담긴 현대건설을 반드시 인수하겠다는 현 회장의 뜻이 담긴 것이다.

이때부터 현대그룹과 현대차 그룹의 신경전은 날카로워지기 시작했다. 서로 ‘왕회장’의 생전 모습을 내세워 대대적인 공중파TV 광고전에 나서는가 하면,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물밑경쟁에 돌입했다. 그동안 공식적인 인수의사를 피력하지 않던 현대차그룹은 27일 공식적으로 인수 참여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인수의향서를 채권단에 제출할 예정이라는 일정도 발표했다. 인수 참여 배경에 대해서는 “그룹 숙원사업이던 현대제철 일괄제철소를 성공적으로 완성했고 자동차사업도 글로벌시장에서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선 만큼 그룹의 다른 사업 포트폴리오를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을 인수해 친환경 발전사업부터 주택용 충전 시스템, 친환경 주택, 하이브리드 자동차 및 전기차에 이르는 ‘에코벨류’ 기업벨트를 완성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현대그룹은 이같은 현대차그룹의 선언에 대해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대글부은 발표문을 통해 “현대기아차그룹이 어려웠을 때는 지원을 외면하다가 정상화되자 현대그룹과 경쟁해 현대건설을 인수하겠다는 것은 유감”이라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렸다.

그동안 인수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혀온 현대그룹은 채권단의 매각 공고를 앞두고 지난 21일부터 “현대건설, 현대그룹이 지키겠습니다”라는 내용의 TV광고를 하고 있다.

현대그룹은 이 광고를 통해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고 정몽헌 회장에게 현대건설을 물려줬고, 정몽헌 회장이 생전에 경영난에 빠진 현대건설을 살리고자 사재 4400억원을 출연했던 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우리도 예정대로 10월1일 이전에 현대건설 인수의향서를 제출할 계획”이라면서 조만간 현대건설을 ‘글로벌 톱5’의 건설사로 발전시킬 청사진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오래전부터 인수 준비를 해온 만큼 일정에 따라 차분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신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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