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남자의 자격’(이하 ‘남격’)이 일을 냈다. 지난 7월11일 첫 방송된 ‘남자 그리고 하모니’ 편은 두 달여 동안 감동과 재미를 동시에 거머쥐는데 성공하며 막을 내렸다. 일곱 명의 멤버를 필두로 방송인, 배우, 가수, 리포터, 아나운서, 이종 격투기 선수, 촬영 스태프, 일반인 등 음악을 사랑하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여 환상의 하모니를 만들어냈고, 출연자의 일거수일투족이 기사화 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케이블계의 신화를 쓰고 있는 Mnet 가수 발굴 프로그램 ‘슈퍼스타K 시즌2’ 방영과도 맞물리면서 안방극장에는 ‘노랫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하모니 프로젝트로 인기 몰이에 성공한 ‘남격’. KBS 2TV 예능 프로그램 ‘해피선데이’의 후발 주자였던 ‘남격’은 멀찌감치 앞서간 ‘1박2일’을 뒷받침하는 정도의 서브 코너로서 개념이 강했다. ‘남격’도 여느 프로그램처럼 초반에는 주춤거렸다. 멤버들의 캐릭터가 확실히 자리 잡히지 않았고, 남자들이 모여 수행하는 미션 프로그램이라는 점에서 여성 시청자의 공감대를 자극하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범국민 프로그램으로 유명세를 떨치며 고공 인기 행진을 했던 ‘1박2일’의 후광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남격’이 탄생한 지 1년6개월 지난 요즘, 슬슬 전세가 역전되는 분위기다. 주말 예능 프로그램의 최강자로 명성을 알린 ‘1박2일’이 화제나 인지도 면에서 예전만큼 뜨겁지 않으면서 위기에 봉착한 게 아니냐는 진단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남격’은 다양한 시청자의 입맛을 두루 만족시키며 ‘예능 샛별’로 급부상하고 있다. 성경의 한 구절처럼 먼저 된 자가 나중된 것이다.
‘남격’의 강점은 순도 높은 ‘자연산 웃음’에 있다. 방송 초반에는 예능이냐 다큐냐 프로그램의 색깔을 잡지 못해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미션 해결 과정을 통해 신선하고 자연스러운 웃음을 생산해내고 있다. 과제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뜻하지 않은 감동이 밀려오기도 하고, 정직한 땀을 흘리며 조금씩 성장하는 모습을 통해 진한 웃음의 의미를 알려주기도 한다. 쥐어짜내듯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감동이 아니라는 점에서 시청자에게 편안한 웃음을 주고 있는 것이다.
시청자를 아우르는 다양한 아이템도 눈길을 사로잡는 요인이다. 마라톤부터 시작해, 지리산 종주, 09학번 신입생 되기, 아마추어 밴드 도전, ‘2010 남아공 월드컵’ 현지 응원, 자격증 취득 도전, 단식하기,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기, 아지트 만들기, 신입사원 되기, F16전투기 체험까지 ‘스타’라는 옷을 벗어던지고 ‘일반인’이라는 옷을 갈아입으면서 성실히 도전한 것들은 시청자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했다.
대중 친화적 이미지도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 출연진이 도전하는 범위가 일상생활과 밀접하다보니 대중과 접촉할 기회가 잦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용이했다. ‘남자 그리고 하모니’ 편에서는 일반인의 출연을 적극적으로 허용하면서 인기 몰이에 성공했다.
하나 더 칭찬해주고 싶은 것은 지금의 인기에 자만하지 않으려는 자세다. ‘남격’ 제작진은 ‘남자 그리고 하모니’처럼 대형 프로젝트를 통해 프로그램이 어느 정도 인지도를 얻었다는 사실에 수긍하면서 “초심으로 돌아가겠다”고 선을 그으며, 일곱 멤버만이 할 수 있는 일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처럼 ‘해피선데이’는 ‘남격’이 치고 올라오면서 프로그램의 전체 시청률도 소폭 상승하는 효과를 얻었지만 ‘1박2일’의 체감 인기도가 떨어지고 있어 비상이다. ‘1박2일’은 3년 넘게 이어온 장수 프로그램으로써 겪게 되는 일종의 성장통처럼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화제 면에서도 아우인 ‘남격’에게 밀리는 듯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1박2일’의 근본적 문제점은 포맷이 고정화돼 있어 변화를 시도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여행지를 선택하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낙오자를 가려내고, 잠자리와 아침식사 내기를 걸고 출연진과 스태프가 대결을 펼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식상함이 밀려든 것이다.
게다가 유명하게 알려진 장소는 거의 다 방문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아이템 고갈에 빠져있다. 이따금 코리안 특급 박찬호 선수가 출연하거나 시청자와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분위기 쇄신을 꾀하기도 했으나 ‘반짝 효과’에 불과했다.
악재도 연이어 터져 나왔다. 욕설 논란을 비롯해 흡연하는 장면이 여과 없이 전파를 타면서 시청자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멤버 교체도 악수(惡手)로 작용됐다. 음악 활동에 매진하기 위해 팀 하차를 선택한 김C. 있는 듯 없는 듯 말수가 적어 일명 ‘병풍 캐릭터’였으나, 팀의 ‘엄마’였던 만큼 팀의 무게 역할을 담당했다. 간간히 특별 출연으로 얼굴을 보이고 있지만 중심축을 잡아주는 멤버가 부재한다는 점에서 김C의 하차는 분명 아쉬운 대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MC몽의 병역 비리 혐의로 이중타를 맞았다. 제작진은 초반 “병역 면제를 위해 생니를 뽑지 않았다”고 강력히 주장하는 MC몽의 손을 들어주는 듯 했으나, 여론이 악화되면서 강제 하차시킬 수밖에 없었다. 몇 달 새 두 명의 멤버가 빠지게 되면서 ‘1박2일’은 강호동, 이수근, 은지원, 이승기, 김종민 다섯 명으로 단출해졌다. 강호동은 “인원이 줄었다고 웃음이 줄어들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공표했으나 지금 분위기를 봐서는 낙관하기 어렵다.
물론 ‘해피선데이’는 여전히 전국 시청률 30%(AGB 닐슨 미디어 리서치 기준, 26일 29,3%)를 기록하며 예능 최강자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하지만 ‘1박2일’의 위기 기운이 돌기 시작해 침체 분위기에서 재빨리 탈출하지 못한다면, 시청률 왕좌를 내어주는 일은 시간문제가 될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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