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황학동 신당야학의 임승택 대표는 다가올 겨울이 벌써부터 걱정이다. 지난 4월 건물주가 50만원이던 월세를 90만원으로 올리면서 거리로 내쫓길 위기에 처했다.
신당야학이 중구청과 평생교육진흥원에서 받는 지원금은 연 870여만원에 불과하다. 임 대표는 8일 “25명의 수강생이 매달 3만원씩 내는 수강료 75만원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다”며 “앞으로 몇 달이나 더 학교를 운영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씁쓸해했다.
한글을 배우려는 수요는 과거 경제적 어려움이나 사회적 편견 탓에 교육을 받지 못했던 사람들, 국제결혼을 한 뒤 우리나라에 정착하려는 귀화인 사이에서 급속도로 늘고 있다. 하지만 정부 지원은 매우 열악한 상황이다.
부산 복천동에서 60, 70대 노인 20여명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무궁화야학도 월 100만원의 보조금을 받지만 임대료와 공과금 그리고 30만원의 강사비를 지급하고 나면 남는 게 거의 없다. 남병희 교감은 “수업을 듣고 싶어하는 노인이 매월 7∼8명 더 있지만 수용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국어원의 2008년 조사 결과 한글을 모르는 비문해자 비율은 전체 인구의 1.7%(약 62만명)로 추정된다. 여기에 글자는 읽을 수 있지만 문장 이해 능력이 부족한 반문해자 비율(5.3%)까지 합하면 전체 인구의 7%(약 260만명)가 한글을 제대로 모르고 있다.
그러나 문해 교육시설의 국고보조금은 2006년 13억7500만원에서 이듬해 18억원, 2008년 20억원으로 증가한 뒤 올해까지 3년째 동결됐다.
게다가 정부 지원도 도시에 편중돼 있어 농어촌 지역은 소외돼 있다. 평생교육원에 따르면 한글을 모르는 비문해율은 농어촌이 6.3%로 대도시(0.7%)의 9배나 된다. 그러나 문해 교육기관의 87%는 도시에 집중돼 있다.
문해교육의 중요성은 ‘외국인 엄마’에게 특히 강조된다. 지난해 혼인한 30만9759쌍 중 국제결혼 비중은 10.8%(3만3000쌍). 특히 여성 쪽이 외국인인 경우는 2만5142명으로 75.5%였다. 통상 유아들은 어머니에게서 말과 글을 처음 배운다. 국제결혼 가정의 2세들이 또래와 비슷한 시기에 글을 익히려면 외국인 엄마를 위한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하지만 외국인 대상 한글 교육기관은 정부 지원이 전무한 실정이다.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한글교실의 이재산 사무차장은 “공간이 없어 1주일에 한 번 교회를 빌려 한글 강좌를 하고 있는데 공간만이라도 주어지면 매일이라도 한글교실을 열겠다”고 아쉬워했다. 외국인 엄마 110여명을 가르치는 송윤선 전남 화순 다문화가족지원센터장은 “문법 중심의 교재를 회화 위주로 바꾸고, 전문적인 한글 강사를 위한 강의료 지원도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이지혜 한림대 기초교육대학 교수는 “ 문해교육시설 중 학생이 없어서 문을 닫았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며 “글을 읽고 쓰는 것은 국가가 국민에게 제공해야 할 의무 가운데 하나란 점을 정부는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지훈 최승욱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