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인의 사투, 69일만에 빛을 보다! 칠레 매몰광부 구조 순조

33인의 사투, 69일만에 빛을 보다! 칠레 매몰광부 구조 순조

기사승인 2010-10-13 15:54:00


[쿠키 지구촌]33인의 광부들은 서로 양보했다. 그리고 서로 다퉜다. 양보한 것은 구조 우선순위였고, 다툰 건 최후까지 지하 700m의 캄캄한 갱도 속에 남을 사람이 되겠다는 것이었다.

지난 8월 5일 칠레 수도 산티아고 북쪽 800㎞에 위치한 산호세 광산이 붕괴하면서 매몰된 이들은 그렇게 69일을 견뎠다.

붕괴되지 않은 갱도 옆 휴게실에 모인 광부들은 생사의 기로에서도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의 선의(善意)와 우정을 나눴다.

같은 달 23일 지상의 구조대가 식수와 음식, 전등과 산소통을 보내주기 전까지 2주 이상을 쥐꼬리만한 비상식량으로 버티면서도 그들은 서로 음식을 양보했다. 밀폐공간에 제한된 산소를 소모하지 않기 위해 숨 한 모금 덜 쉬면서도 동료에겐 너그럽기 그지없었다.

그리고 두 달 가까운 시간이 흐른 13일 광부 플로렌시오 아발로스(31)가 처음으로 지상에 올라오면서 성공적인 구조작업이 시작됐다.

한 명씩 천천히!

구조대원의 응급처치와 장비착용 지시를 받으면서도 갱도에 남은 광부들은 겉으로는 먼저 올라가는 동료를 부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서 올라가라고 격려했다.

아발로스는 눈을 보호하기 위해 검은 선글라스를 낀 채 환하게 바깥세상 사람들에게 웃음을 지었다.

세바스티안 피니에라 대통령이 그를 맞았다. 피니에라 대통령은 광부들의 생존 소식이 들려오자 “마지막 한 명이 살아 돌아올 때까지 우리는 수년의 시간이 흐른다 해도 구조작업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었다.

칠레 정부는 피니에라 대통령의 지시로 이번 구조작업에 현대 기술로 가능한 모든 공법과 장비를 총동원했다.

1시간쯤 지나 두 번째 광부 마리오 세풀베다(40)가 구출됐다. 이어 후안 안드레스 이야네(52)가 세 번째로 땅 위에 모습을 드러냈다.

33명이 지상으로 모두 올라오는 데는 36~48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구조팀은 몸 상태가 가장 좋은 4명을 먼저 구조한 뒤 고혈압 당뇨 피부질환 등이 있는 광부들을 다음으로 끌어올리고 마지막으로 남기를 자청했던 작업반장 루이스 우르수아를 구출할 계획이다.

구조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구조 대상자의 몸 상태는 캡슐에 부착된 소형 비디오 카메라, 쌍방향 소통수단, 광부들의 배에 부착된 생체 모니터 등을 통해 실시간 점검된다.

광부들은 급격한 환경변화에 대비해 아스피린을 복용하고 산소마스크, 혈전 방지를 위한 특수 양말, 스웨터 등을 착용하게 된다.

구조 현장에는 전 세계에서 모여든 1000여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진을 쳤고 광부들의 가족과 정부 관계자들이 모였다.

이들의 생존 소식은 사고 17일이 지나서야 알려졌다. 생존자 확인을 위해 뚫고 내려간 구조대의 드릴에 광부들이 "피신처에 있는 우리 33명 모두 괜찮다"는 쪽지를 매달아 올렸다.

지하 700m 어둠 속에서 펼쳐진 33명의 목숨을 건 사투는 곧이어 구조팀이 내려보낸 소형 카메라를 통해 전 세계에 생생하게 전해졌다.

48시간마다 참치 두 스푼과 우유 반 컵으로 배고픔을 달랜 이들은 부쩍 수척해졌으나 밝은 모습만은 잃지 않았다. 이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국가를 합창, 많은 국민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고 전 세계를 감동시켰다.

이후 '비둘기'라는 별명이 붙은 지름 12㎝ 크기의 금속 캡슐을 통해 이들에게 물과 음식, 의약품이 공급되고 가족과 광부들 간의 편지 교환과 비디오 콘퍼런스도 이뤄지는 등 두터운 암반을 사이에 두고 광부들과 세상과의 교신이 시작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팀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신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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