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지난 5월 27일부터 8월 31일까지 50대 여성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만든 뒤 미인형인 20대 여성의 사진을 본인 얼굴처럼 게시하고 “만나고 싶으면 돈을 먼저 보내라”며 회사원 박모(37)씨 등 200여명에게서 5만~1400만원씩 모두 6900여만원을 송금 받아 가로챈 혐의다.
박씨 등은 인터넷 메신저(대화창) ‘네이트온’으로 접속한 남성들에게 ‘조건 만남’을 언급하는 쪽지를 무작위로 보내 해당 홈페이지로 유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돈만 챙기고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이들은 “만나지 않을 거면 돈을 되돌려 달라”고 요청하는 남성들에게 “액수가 적어 이체할 수 없으니 돈을 더 보내주면 한꺼번에 이체하겠다”고 속여 추가 금액을 가로챘다. 현행 금융체계상 일정 금액 이하의 소액 이체를 금지하는 제약은 없다. 5만원을 돌려받으려던 회사원 박씨는 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들어 40만~100여만원씩 9차례 더 송금해 모두 1400만원을 뜯겼다고 경찰은 전했다.
주범 박씨는 사기 등 7건의 혐의로 2008년 지명수배를 받고 도피생활을 하던 중 인터넷에서 김씨 등을 만나 범행을 도모했다고 진술했다. 직접 만나지 않고 전화나 인터넷으로 연락하며 범행을 진행한 이들은 자신들이 현금만 인출했을 뿐 주범은 따로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추가 피해자를 찾는 한편 이번 범행이 중국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조직과 연계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메신저 접속이 중국에서 국내 취약 인터넷 서버를 경유한 점으로 미뤄 중국 조직의 소행일 수 있다”며 “이들은 남성들이 피해를 당하고도 성매매와 연결돼 처벌을 두려워하고 신고하지 못하는 심리를 노렸다”고 말했다.
경찰이 박씨 등으로부터 압수한 은행 계좌 입금 내역을 확인해 연락한 결과 남성들은 “조건만남이 아니라 물건을 사려고 보낸 돈”이라며 피해 사실을 부인했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 미니홈피나 블로그 내용을 모두 사실로 믿다간 사기의 표적이 될 수 있다”며 “성매매를 암묵적 전제로 하는 조건 만남 자체를 하면 안 되지만 만약 만남이 이뤄지지 않았다면 처벌 대상이 아니니 피해 사실을 조속히 신고해야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고 당부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