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경찰에 따르면 신분을 조작한 대리부 지원자가 불임 남성의 아내와 합의 하에 성관계를 맺었을 때 적용할 만한 형사상 죄목은 강간, 사기, 간통, 혼인빙자간음, 성매매 정도다. 현행 형법상 강간은 피해자가 폭행이나 협박으로 맺은 성관계여야 성립한다. 준(準)강간은 피해자가 저항할 수 없거나 심신장애로 변별력과 의사능력을 잃은 상태에서 당한 일이어야 한다.
여성이 남편 강요로 제3자와 원치 않는 성관계를 맺었다면 교사에 의한 강간으로 볼 수 있지만 대리부 빙자 성관계와는 거리가 멀다. 의제강간은 만 13세 미만 피해자에게만 적용된다.
경찰청 마약지능수사과 김재훈 경위는 “피해자가 대리부의 이력이 거짓인 줄 알았다면 성관계를 맺지 않았을 것이라고 항변할 순 있다”며 “하지만 대리부의 이력이 거짓일 뿐 그 사람과 성관계를 맺는 것 자체에 거부감이 있었던 게 아니면 강간죄로 처벌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형법상 사기는 금전적 피해에 초점을 맞춘 재산죄로 불임 부부에게서 금품을 가로채지 않은 대리부에게는 적용할 수 없다. 대리부가 금품을 받지 않았다면 성을 사고파는 성매매로도 볼 수 없다.
간통은 남편이 사전에 동의하거나 사후에 용서하면 적용할 수 없는 죄다. 다만 동의한 이유가 대리부의 거짓 이력 때문이었다면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에 해당해 간통죄를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간통은 남녀를 함께 처벌하는 쌍벌죄이기 때문에 대리부와 성관계를 맺은 아내도 처벌 대상이 된다.
가장 유력한 형사상 죄목은 형법 제304조 혼인빙자 등에 의한 간음죄다. 허위 이력으로 불임 남성의 아내와 성관계를 맺은 대리부는 ‘기타 위계로서 음행의 상습 없는 부녀를 기망해 간음한 자’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죄는 지난해 11월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으로 사라졌다.
서울 강남경찰서 곽정기 형사과장은 “대리부를 빙자해 남의 아내와 성관계를 맺더라도 전과자는 안 되는 셈”이라며 “다만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해 위자료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난자를 팔겠다’며 인터넷에 올라온 글 20건 가량이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지난달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생명윤리법은 금전 등을 대가로 정자나 난자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매수자를 유인하는 행위도 금지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대리부 문제 역시 인터넷을 중심으로 살피고 있다”며 “생명윤리법에 어긋나는 글은 해당 사이트에 삭제나 차단을 요청하고 작성자를 대상으로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