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의 추락', 잔뜩 목에 힘주고 한국왔다 얼굴 빨개져 돌아가…

'오바마의 추락', 잔뜩 목에 힘주고 한국왔다 얼굴 빨개져 돌아가…

기사승인 2010-11-13 14:14:01
"
[쿠키 지구촌]1년전만해도 세계 경제의 최고 리더로서 국제 무대를 호령하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꼴이 말이 아니다. 경제에 발목이 잡혀 중간선거에 진 내정에서 뿐 아니라, 세계경제 운용의 중심체제로 자리잡은 G20 정상회의에서 자신의 편을 든 다른나라 정상이 한 명이 없었을 만큼 위상이 추락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한국에 '목에 힘 잔뜩 주고' 들어왔다 부끄러움에 '얼굴이 빨게져' 귀향한 신세가 돼버린 것이다.

MSNBC와 AP통신 등 미국 언론들은 12일 그를 "빈손으로 한국을 떠나게 된 오바마","G20 환율문제 놓고 오바마를 퇴짜놓다" 는 등의 제목으로 오바마를 비판하는 장문의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의 내용은 한결같이 오바마가 이번 정상회의의 최대 패배자인 것으로 묘사했다. 오바마가 중국 위안화 절상을 위해 혼신의 힘을 쏟았지만 다른 국가 정상들로부터 아무런 지지를 얻지 못했을 뿐 아니라, 얼마전까지만해도 항상 미국의 편에 섰던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로부터는 "왜 달러만 마구 찍어내느냐"며 달러화 양적 완화 조치에 대한 핀잔까지 들었다고 전한 언론도 있었다.

워싱턴포스트는 오바마에 대한 G20 정상들의 확 달라진 태도를 집중 조명했다. 1년전 피츠버그 G20 정상회에서 각국 정상들은 오바마의 환심을 사기 위해 경쟁적으로 덤벼들었지만 이번에는 오바마의 근심거리를 해결해주는 데 도와주기는 커녕 외면하는 정상까지 나왔다는 지적이다.

오바마는 서울에서 후진타오 중국 주석과의 양자회동에서 80분간의 회담 시간 내내 중국 위안화 절상을 압박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지만 후 주석으로부터 점진적으로 절상하겠다는 말 이외에는 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

오히려 후진타오는 "미국이 세계경제에 공정한 역할을 하도록 정책을 펴기 바란다"는 충고까지 들었다. 자신이 세계경제의 자유경쟁 원칙에 가장 위배된 행태의 경제를 운용한다고 지적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로부터 거꾸로 "똑바로 하라"는 말을 들었으니 오바마의 속마음은 뒤틀렸을 게 틀림없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오바마는 피츠버그 정상회의 직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는 등 국제사회에서 주가가 한껏 올라갔지만 국내적으로는 극심한 실업사태와 더딘 경기회복으로 인해 중간선거에서 참패, 정치적 위상은 계속 위축되는 형편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합의를 이뤄내지 못한 것 역시 오바마에게 뼈아픈 타격이라는 게 미국 언론의 평가다. 워싱턴포스트와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를 놓고 "좌절" 또는 "패배"라고 표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한국전에서 미군 4만명이 목숨을 잃고 현재도 북한의 공격으로부터 방어하기 위해 수만명의 미군을 한국에 주둔시키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 한국에 대해서는 상당한 압력수단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미FTA 협상에서 한국의 양보를 이끌어내지 못한 것은 좌절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0여년래 최대의 양자간 무역교섭을 잠재적으로 망친 것"이라고까지 비판했다. 이 신문은 고용 문제 해결의 중심에 수출 증진을 설정하고,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 정치적 자산을 투자했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스스로 설정한 데드라인내에 한미 FTA를 해결하지 못한 것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타격이 됐다고 분석했다.

미국 무역 관리들은 실무수준의 양자 협의가 재개될 것이라고 말했지만, 포드 자동차 노조와 민주당 의원들의 반대에 직면해 있는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을 고려할 때 협상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것이다.

한미 FTA의 실패는 미국의 연방준비제도가 2차 양적완화 정책을 취한데 대한 G20 국가들의 비난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조지 부시 행정부 당시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이었던 매튜 슬라우터의 말을 인용, "(한미 FTA 타결 실패는) 미국이 국제적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오히려 상업주의, 남의 손실로 이익을 얻는 자기중심적인 정책들(beggar-thy-neighbor policies)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많은 주요 국가와 기업 지도자들의 인식을 강화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팀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신창호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