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23일 북한의 연평도 해안포 공격으로 온나라가 슬픔에 잠긴 가운데, 일부 네티즌들의 도 넘은 장난과 근거없는 의혹·루머 등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네티즌들은 “연평도 주민들 두 번 울리는 짓 그만하라”며 자제를 촉구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이날 한 네티즌이 연평도 피격 당시라고 주장하며 올린 한 장의 위성사진.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는 이 사진은 단숨에 네티즌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고, 트위터 등 각종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급속도로 퍼져나갔다. 하지만 이 사진은 결국 지난 2003년 이라크 전쟁 당시 바그다드 사진인 것으로 드러났다. 허탈한 건 네티즌뿐만이 아니었다. 한 네티즌의 철없는 행동은 국내 일부 언론과 지상파 방송사가 이 사진을 특보에 활용하고 CNN 등 세계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외신까지 받아 쓰고야 마는 촌극으로 이어졌다.
동원령 허위 문자메시지는 ‘반범죄’ 수준이나 다름없는 경우다. 24일 소방방재청은 “연평도 피격 이후 문자메시지나 트위터 등을 통해 전국에 민방위 동원령이 내려졌다는 소식을 접한 시민의 문의전화가 계속 걸려 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방방재청은 “휴대전화나 트위터 등을 통해 ‘예비군 및 민방위대원 동사무소 집결하라’는 등의 메시지를 받아도 이는 사실이 아니니 현혹되지 마라”고 당부했다.
23일 경기도에서는 중학교 1학년 학생이 친구 15명에게 “전쟁이 났다. 남쪽으로 대피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가 훈방되기도 했다.
인터넷의 해묵은 폐단인 마녀사냥도 어김없이 등장하고 있다. 연평도 피격 이후 인터넷에는 주로 군대를 다녀오지 않은 여자들을 아무 이유도 없이 비난하고 공격하는 글들이 쉽게 눈에 띈다. 일부 여성 네티즌들을 향해 ‘여자들이 군대를 아냐’, ‘안보교육이나 제대로 받고 살아라’ 등의 내용들이 대표적이다. 여기에는 이번 공격이 ‘생일 축포’라는 일명 ‘축포녀’의 어이없는 발언이 한몫했다.
이념 논란도 재탕되고 있다. ‘DJ·노무현 시절에는 이러지 않았다’, ‘이게 다 MB 때문이다’ 등 철저히 좌우로 나뉜 네티즌들의 공방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본 네티즌들은 ‘쓸데없는 짓이다’라며 비판하고 있다.
혼란스런 시기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음모론’도 예외는 아니다. 일부 네티즌은 “우리 정부의 자작극” “국정전환용 사기” “4대강 예산을 슬쩍 통과시키기 위한 정부의 시나리오”라는 등 근거없는 낭설을 버젓이 인터넷에 올렸다.
하지만 대부분의 네티즌들은 무엇보다도 다같이 아픔을 돌봐줘야 할 시기라는 것을 잊지 않고 있다. 이런 몰지각한 목소리는 소수일뿐 ‘모두들 힘내세요’ ‘부상입은 장병들과 주민들의 쾌유를 빕니다’ 등 인터넷에는 피해자들을 향한 따뜻한 한마디가 물결을 이루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조현우 기자 afero@kmib.co.kr
[관련기사]“北, 생일 축포쐈다” 경솔 발언에 네티즌 ‘경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