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김종환 “가요계에 뮤지션이 사라지고 있다” 일침

[쿠키人터뷰] 김종환 “가요계에 뮤지션이 사라지고 있다” 일침

기사승인 2010-11-24 10:05:01

"[쿠키 연예] 노래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이 시대의 진정한 가수 김종환(44). ‘사랑을 위하여’ ‘존재의 이유’ ‘백년의 약속’ ‘사랑이여 영원히’ 등 주옥같은 히트곡을 작사·작곡한 김종환은 데뷔 후 25년 동안 DJ, 통기타 가수 생활 등 무명의 시간을 지나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왔다. ‘사랑을 위하여’ ‘존재의 이유’ 등을 통해 짙은 음색을 뿜어내는 발라드 가수로 사랑받으며 700만장 음반 판매고를 올렸던 그가 이번에는 신규 음반 ‘타임리스 러브’(Timeless Love)를 들고 나왔다. 히트곡을 편곡해 새롭게 덧칠한 일종의 스페셜 앨범이다.

수많은 곡을 발표한 그가 이번에 잡은 주제는 ‘사랑’이다. ‘타임리스 러브’는 단어 그대로 시공간을 초월한 사랑 이야기라는 뜻으로, 곡도 감미로운 가사와 잔잔한 멜로디가 주를 이루는 노래로 선별했다. 10여 년 전에 히트한 곡을 2010년 버전으로 새롭게 부른 이유가 궁금했다.

“‘사랑을 위하여’를 발표했을 때에는 음반이 제대로 유통되는 곳이 없어서 구입을 못하는 팬들이 생겼어요. 한 사람이 여러 장을 사서 나눠주는 형국이 되다보니 제 노래를 접하지 못하는 분들이 계셨고, 음반을 사고 싶다는 요청이 들어와서 한 장의 앨범에 히트곡을 담게 됐습니다. 요즘 경기가 어렵다 보니 본의 아니게 떨어져 사는 기러기 부부나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을 위한 세레나데를 불러준다는 느낌으로 담아봤어요.”

타이틀 곡 ‘사랑이여 영원히’는 발표하자마자 ‘사랑을 위하여’를 내놓았을 때처럼 인기 기운이 감지되고 있다. 실시간으로 방송음악 순위를 집계한 ‘에어모니터’ 차트에서 발매 이후인 10월 첫째 주부터 11월 초순까지 차트에서 줄곧 1위에 올랐다. 지금까지도 소녀시대의 ‘훗’ 등과 상위권 경쟁을 벌일 정도다. 전국을 돌며 진행하는 콘서트에서는 다양한 팬이 몰린다. 일각에서는 ‘성인 가수계의 이승기’로 통할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내놓은 노래마다 대중의 환호를 이끌어낸다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유행에 민감한 가요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종환은 기복 없는 음악 생활을 해오며, 팬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이는 꾸준한 자기 개발과 전 곡의 타이틀 화를 꿈꾸는 ‘철저한 뮤지션’이기에 가능했다.

“한 두 곡을 선택해서 음반 전체를 홍보해야겠다는 생각은 한 적이 없어요. 전 데뷔할 때부터 ‘내 노래는 모두 타이틀곡이야’ 생각하면서 하나하나 심혈을 기울였으니까요. 어려운 시절 노래 하나라도 허투루 만들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오랫동안 전 세계인의 마음을 울리는 음악을 보면 비틀즈, 롤링 스톤즈, 비지스, 아바처럼 하나 같이 오래 전에 만들어진 곡들이잖아요. 이 노래들이 지금까지 사랑받는 이유는 음악을 견고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이들처럼 대중의 가슴 속에 오래 남을 수 있는 음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되도록 성실하고 알차게 노래를 만들려고 하다 보니 오랜 시간이 지나도 꾸준히 찾아주는 분들이 생겨난 것 같아요.”

음반에서 음원으로 시장이 옮겨감에 따라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급변하는 시대가 됐다. 김종환은 디지털 싱글이나 미니앨범으로 수익 창출에만 매달리며 손쉽게 제작하려고 하는 요즘 제작 행태에 대해 꼬집었다. 디지털 시대로 인해 살아 있는 음악을 만드는 진정한 뮤지션과 연주인이 사라지고 있다고 바라봤다.

“우리나라는 음반 시장이 너무 죽어 있어요. 유행만을 쫓아가고 있기 때문이죠. 외국의 백화점을 가보면 20~30년 전에 유행했던 음악이 흘러나오거든요. 그들은 음악적 정서를 느리고 여유롭게 보고 있는 거죠. 우리는 음반을 만드는 것까지도 너무 빨라요. 컴퓨터로 뚝딱 앨범을 만드니 연주하는 사람들도 사라지고 있고요. 옛날처럼 생동감 넘치는 밴드의 소리도 점점 들을 수 없고요. 그러면서 진정한 뮤지션이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그게 왜 중요하냐고 반문하는 분들이 계시겠지만, 디지털 음악은 3~4번만 반복해서 들으면 귀가 아프거든요. 그건 음을 느낄 만한 틈새가 없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연주한 노래는 여백의 미가 있죠. 그래서 음악을 들으면서 나만의 감상을 채워 넣을 수 있는 겁니다. 그 과정을 통해 여운을 남기는 노래가 대중의 손에서 만들어지는 거고요.

디지털 음악의 득세 현상을 염려하는 목소리는 계속됐다. “요즘 젊은 애들이 홍대에서 활동하는 밴드를 찾아가는 건 이런 생동감 있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죠. 제가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은 결국에는 순수 음악만이 살아남을 겁니다. ‘1년 하고 말 것이냐. 10년을 할 것이냐. 끝까지 할 것이냐’ 대중의 귀에 오랫동안 남을 수 있는 음악을 만드는 길을 갈 것이냐는 뮤지션이 선택해야 할 몫이라고 봅니다.”



김종환의 만드는 노래는 대체적으로 아름답고 따뜻하다. 이는 행복한 가정생활을 영위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어디를 가나 함께 하는 아내와 오랜 사랑을 나누고 있고, 장성한 두 딸은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김종환은 심금을 울리는 가사를 쓸 수 있었던 것은 “평생 노래를 해왔기 때문”이라고 자평했다.

“7살 때부터 기타를 치면서 지금까지 노래를 부르게 됐는데요. 가치관이 형성되기 전부터 아름다운 음악을 많이 들었고, 질풍노도의 시기에는 음악으로 마음을 달랬기에 과격하거나 파괴적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에게 음악은 힘, 사랑, 평화의 메시지입니다. 요즘 사람들은 조금만 힘들면 손을 놓습니다. 전 어려운 과정을 지나왔고, 힘든 가운데서도 희망을 잃지 않았기에 고통을 당하는 이들에게 제 노래가 삶의 기운을 북돋아 줄 수 있는 메시지가 되길 바랍니다. 제가 지금 한강에 떠 있는 작은 종이배라면 젖지 않고 바다까지 흘러갈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저처럼 꿈을 꾸면서 나아가고 있는 후배들이 제 노래를 듣고 용기와 희망을 얻었으면 좋겠고요.”

김종환은 음악에 대한 열정을 하루도 놓지 않고 있다. 지금까지 미공개한 노래만 해도 150곡이 넘는다. 이는 모두 타이틀곡으로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란다. 매 음반마다 작사·작곡·편곡·녹음·연주·디렉팅까지 1인 다역을 소화해내며 처음부터 끝까지 ‘손수’ 만드는 음반만을 고집하고 있다. 자신의 열정을 노래로 온전히 토해낼 때 살아있음을 느낀다는 김종환. 그의 음악은 현재 진행 중이다. 다음 달 25일 오후3시, 7시에는 경기도 안양시 아트센터에서 연말 공연으로 팬과 만날 계획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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