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평도 어부 “공포 속에서도 검은 양복차림 경호원 구경하는 애들…” 눈물

연평도 어부 “공포 속에서도 검은 양복차림 경호원 구경하는 애들…” 눈물

기사승인 2010-11-29 14:19:00
[쿠키 사회] 연평도 현지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보이는 한 수산물 직거래 온라인 장터에 올라온 하소연이 보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장터를 운영하는 어부가 직접 올린 것으로 보이는 이 글은 현재의 좌절과, 미래에 대한 막막함이 절절하게 담겨 있다.

온라인 장터 ‘연평도 하은호’의 공지사항 게시판에는 지난 28일 오전 ‘답답합니다(북한 포격에 대하여)’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아이디가 ‘하은호’인 것으로 미뤄볼 때 글을 올린 네티즌은 이 장터를 운영하는 어부로 짐작된다.

하은호는 여기서 “선대부터 살아온 고향 연평도를 등지고 피난길에 오른 지난 24일 참으로 어이가 없었습니다. 우리군의 오발인줄만 알고 안부전화에도 걱정하지 말라고 위로했던 지난 23일이 오히려 그립습니다”라며 고향 연평도에 대한 그리움을 나타냈다.

무자비한 포격으로 인한 삶의 터전과의 이별, 그리고 앞에 놓인 것은 향후 살아갈 날에 대한 답답함뿐이었다.

“‘못 살아 배고 뭐고 이제는 연평에 안 들어가’라고 했지만 막상 육지에서 무엇을 하며 살아가야 할지 답답함이 몰려오네요. 살만큼 살았다고 아직 연평도 집에 계신 어머니의 심정을 알 것 같습니다. 무섭다고 함게 피난나온 외지 선원들은 집에 다 가고 남은 것은 하은호와 저, 우리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런 늦둥이 하은이만 남았네요.”

하은호는 “어제 일 같은데 피난생활 5일째 국무총리를 비롯해 관계기관에서는 수도 없이 다녀가십니다. 대단한 경호에 보좌진, 연평도에 촌로에서 어린아이까지 공포 속에서도 영화 속에서나 보던 그런 경호나 멋있는 검은 양복 사람들을 구경하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라며 마음속 쓸쓸함과 막막함을 에둘러 표현했다.

하은호는 마지막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저희들이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이주를 시켜달라고 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무엇을 어떻게 할지도 모르면서 막연한 요구와 막연한 답변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라며 “항상 저희 연평도를 사랑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이땅에 평화와 사랑이 넘쳐나길 함께 노력해요. 사랑합니다”라며 전국 각지의 응원과 위로의 목소리에 대해 인사를 잊지 않았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29일 청와대에서 발표한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대통령 담화문’에서 “무고한 우리 국민이 목숨을 잃고 삶의 터전이 파괴된 것에 대해 참으로 안타깝고 송구스런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연평도 주민들을 위한 종합대책 수립을 약속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afero@kmib.co.kr
김현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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