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KBS 1TV 크리스마스 특집극 ‘고마워 웃게 해 줘서’ 제작발표회 현장에 눈물 바이러스가 퍼졌다.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KBS 신관 5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고마워 웃게 해 줘서’ 제작발표회 현장은 작품 속 따뜻한 메시지만큼이나 정겹고 포근했다. “작품을 찍으면서 삶의 의미를 알게 됐다. 우리도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게 돼 기쁘다”며 주연배우의 눈물 고백이 이어졌다. ‘사랑’과 ‘희망’을 노래하는 분위기가 연출되면서 취재진의 눈시울도 붉게 만들었다.
‘고마워 웃게 해 줘서’는 남성듀오 클론 강원래를 필두로 육체적 장애를 가진 ‘꿍따리 유랑단’ 소속 장애인의 사연을 재구성한 드라마다. 아픔을 가진 이들이 모여 ‘으랏차차 유랑단’을 꾸리게 되고, 삶의 의미를 잃어가는 사람에게 희망적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내용이다.
이 작품이 눈길을 끄는 것은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꿍따리 유랑단’ 소속 배우들이 겪었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강원래는 지난 2000년 11월 오토바이 사고로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 댄스가수였던 그에게 하반신 마비는 사형선고나 다름없었다. 그렇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 ‘꿍따리 유랑단’을 차렸고, 불편함을 겪는 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며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강원래는 이번 드라마를 촬영한 소감에 대해 묻자 “배우 황정민이 다 차려진 밥상에 숟가락을 떴다고 하는데 전 이번에 그 밥상을 준비하는 사람이 돼 좋았다”고 말한 뒤 “이번 작품이 장애에 대한 편견을 바꾸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아픔을 가진 사람도 한 가족이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어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더니 “사실 개인적으로 이번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가슴이 아팠다. 송재호 선배를 보면서 굉장히 슬펐다. 이 작품은 그런 아픔이 있는 사람들이 모였기에 의미가 있는 것 같다”고 눈물을 흘렸다. 송재호도 강원래가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 10년 전쯤 교통사고로 막내아들을 먼저 떠나보낸 아픔이 있다.
강원래의 눈물은 배우 조양자에게도 번졌다. 조양자는 “30년 넘게 연기생활 하면서 대사 없는 역할은 처음 해봤다. 하지만 그 어떤 작품보다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올해 좋은 드라마로 마지막을 장식할 수 있어서 정말 감사드린다”며 감격에 겨운 듯 눈물을 흘렸다. 조양자는 극중에서 연축성 발성장애로 솔로가수의 꿈을 접은 ‘오세준’(오세준)의 어머니 역을 맡았다.
연기자의 꿈을 품었던 지체장애인 김지혜도 가슴 떨리는 고백을 했다. 김지혜는 “연기자가 되는 게 소원이었는데 이번 드라마를 통해 꿈을 이뤘다. 무엇보다도 강원래 단장께 감사드린다. ‘꿍따리 유랑단’을 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연기도 못했을 것이다. 정말 순간순간이 꿈인 것 같다. 제작발표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면서 1시간 넘게 울었다. 지금도 (눈물이 나와) 화장이 번졌다. 이게 끝이 될까봐 두렵다. 드라마에 장애인 역이 등장한다면 죄다 해보고 싶다”고 당차게 말했다.
배우 송재호는 ‘고마워 웃게 해 줘서’가 단순한 드라마가 아닌 치열한 삶을 사는 이들의 드라마라고 설명했다. 그는 “김영진 PD가 큰 사고가 났다고 해서 사실 기대를 접었다. 그런데 어느 날 다시 작품을 하게 됐다는 연락을 받고 눈물이 왈칵 났다. (아직 성한 몸이 아니지만) 저런 분에게 작품을 준 KBS에게 감사한다. 이 작품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사랑이다. 인간의 승리가 무엇인지 보여준다. 이 작품을 본 사람에게 감동이 몰려올 것”이라고 말했다.
솔로 2집 앨범을 녹음하던 중 연축성 발성장애 판정을 받은 오세준도 이번 드라마를 통해 감사함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는 “장애 판정을 받고 노래를 부를 수 없다고 했을 때 다른 사람을 원망했다. 나중에는 증오하는 마음도 갖게 됐다. 하지만 이번 드라마를 촬영하면서 반성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제가 다른 이에게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생각도 못했는데 연기를 하면서 감사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구준엽은 “꾸밈이 없는 진정성이 담긴 드라마다. 대사 하나 하나가 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한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 와닿았다”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연출을 맡은 김 PD도 10년 전 교통사고를 당해 하반신이 마비됐다. 김 PD는 “장애를 갖게 되니까 이 세상에서 난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KBS에 복직하고 나니까 그런 생각이 더 들었다. 거기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상당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존재감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었다. 대부분의 장애는 극복이 안 된다. 인간 승리만이 있을 뿐이다. 저도 다시 못 일어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내 삶이 우울한 것은 아니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변화해가는 사람들을 조명했다”고 연출의 변을 밝혔다.
김 PD는 강원래를 중심으로 한 이야기를 만들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일단 어머니가 강원래를 싫어하신다. 저랑 같은 장애인인데 강원래가 더 유명해서 그런 것 같다”고 너스레를 떨은 뒤 “만약 강원래에 대한 이야기만 했으면 뻔한 영웅주의 드라마가 될 것이다. 다양한 사람의 모습을 통해 비슷한 아픔을 가진 이들이 힘을 얻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효선 작가도 누군가의 생명을 살리는 드라마가 되길 소망했다. 그는 “김 PD가 주인공을 장애인으로 하자고 했을 때 ‘과연 이 사람들을 데리고 무슨 이야기를 할까’ ‘전문 연기자도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한 사람씩 만나보니까 우리와 같은 사람이더라. 물론 그 중에는 상처에 함몰되는 사람이 있고, 그것을 극복하고 영광의 삶을 사는 사람이 있다. 이 드라마를 본다면 존재 자체가 감사한 분들이 나왔다는 걸 느낄 것 같다. 생명을 살리는 드라마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꿍따리 유랑단’ 소속 장애인의 감동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고마워 웃게 해 줘서’는 오는 25일 밤 11시10분에 방송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