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日에 나카시마 미카가 있다면, 韓에 미호가 있다?!”

[쿠키人터뷰] “日에 나카시마 미카가 있다면, 韓에 미호가 있다?!”

기사승인 2010-12-27 11:52:00

"[쿠키 연예] 한 번 들으면 귓가에 맴도는 가창력이다. 시원하게 내지르는 음색은 타고난 재능처럼 막힘이 없다. ‘한국의 파리넬리’로 불리며 15년 동안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는 조관우도 자신의 솔로곡 ‘결혼 ing’를 듀엣곡으로 편곡해 호흡을 맞췄을 정도로 그의 실력에 반했다. 가수 미호(본명 정영주·33)의 이야기다.

미호는 초등학교 시절 각종 동요대회에서 상을 휩쓸었으며, 고등학교 2학년 때에는 ‘제1회 전국청소년가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가수로서 자질을 보였다. 조관우의 러브콜을 받아 듀엣곡도 불렀다. 주위에서는 그를 “곧 크게 될 재목”이라고 추켜세웠고, 그도 탄탄대로를 달릴 줄 알았다. 하지만 행운이 아닌 불운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여러 매니지먼트사로부터 사기를 당했고, 상처를 잊기에 바빴다. 그렇게 9년이 흘렀다. 지난해 미니앨범 ‘비타민’을 낸 게 첫 앨범이다.

“어렸을 때에는 데뷔만 하면 다 될 줄 알았어요. 자만심이 하늘을 찔렀죠. ‘내가 누군데’라는 생각에 좋은 기회도 여러 번 놓쳤고, 여러 기획사로부터 사기도 당했죠. 해가 갈수록 나이만 먹게 됐고, 아무것도 이룬 게 없었죠. 그런 제 자신을 보면서 눈물도 참 많이 흘렸고요. 그렇게 하다가 데뷔 앨범을 낼 기회를 잡았고, 사람들 기억에 쉽게 각인될 수 있는 ‘비타민’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죠. 올해 제 이름을 단 첫 정규 앨범을 내면서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고 싶어서 ‘아름다움과 즐거움’이라는 의미를 담은 ‘미호’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게 됐어요.”

9년 동안 슬픈 나날이 많았지만 얻은 것도 있다. 실력만 믿고 우쭐거렸던 자신에 대해 반성하게 됐고, 낮아지면서 성숙하는 법을 배웠다. 첫 정규 앨범명도 ‘더 퍼스트 저니’(The first journey)라고 짓게 된 것도 ‘인생’이라는 여행의 시간을 지나온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의미다.

“‘난 왜 이렇게 운이 안 좋을까’ 한탄도 많이 했지만, 어느 날 돌아보니 제가 정말 교만했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지속적으로 생긴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점점 제 자신을 낮추고 실력을 쌓으려고 노력하다보니 일이 잘 풀렸죠. 이번 앨범은 서른셋에 처음 내는 정규 앨범인 만큼 젊은 시절 다 들려드리지 못한 노래를 불러드린다는 마음으로 작업했어요.”



미호의 첫 정규 앨범 타이틀 곡은 ‘기다릴게’다. 이 노래는 이승철의 ‘사랑 참 어렵다’ ‘그 사람’을 만든 홍진영이 작곡했으며, 절제된 가사로 감성을 자극하고 있는 강태규가 작사했다. 애절한 느낌을 부각시킨 락 발라드로 미호의 가창력이 유감없이 드러난다.

“‘기다릴게’를 부르면서 정말 고생을 많이 했어요. 제가 원래 팝 발라드나 알앤비를 좋아해서 그 장르의 특징이 묻어나는 창법을 구사하거든요. 그런데 홍진영 작곡가는 그런 창법보다는 애절한 느낌으로 불러달라고 요구하시더라고요. 10년 넘게 노래하면서 굳어진 습관을 하루아침에 고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비브라토를 넣어 기교 있게 부르는 편인데 담백하게 불러달라고 하시더라고요. 고쳐지지 않아서 울기도 많이 울었죠. 그런데 나중에는 마음으로 노래하는 법을 알게 됐어요. 그 전에는 감정을 가지고 노래하는 법을 몰랐거든요. 진심을 담아서 노래를 불렀더니 듣는 분들도 제 마음을 알아봐주시는 것 같아요.”

미호는 이번 정규 앨범에서 ‘기다릴게’ 말고도 ‘눈물못’과 ‘사랑하지만 헤어진다는 이야기’를 자신 있게 소개했다. 노래 ‘눈물못’은 미디엄 템포의 정통 발라드로 못이 되어 떠나간 연인을 그리워한다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사랑하지만 헤어진다는 이야기’는 인트로부터 속삭이듯 읊조리는 미호의 목소리가 매혹적으로 다가온다. 이외에도 7곡을 더 추가해 10곡으로 꽉 채워 넣었다. 디지털 싱글로 여러 번 나눠서 낼 수 있었지만 ‘미호’라는 이름을 걸고 내는 첫 앨범인데다, 10년 동안 대중 앞에 내놓지 못했던 노래를 마음껏 들려주고 싶어서 한꺼번에 발표하게 됐다.

“10년 동안 힘들게 지내왔지만 좋은 분들이 곁에 있어서 행복했어요. 이번 앨범도 여러 작곡가가 도와줬고요. 특히 노래 ‘사랑이 싫어’는 윤일상 작곡가가 열심히 해보라며 선물해 준 곡이에요. 2년 전에 받았던 곡인데 노래가 정말 좋아서 디지털 싱글로 발표하려고 하다가 이번에 싣게 됐어요. 오랫동안 기다려주신 팬을 위해 댄스, 미디엄, 락 발라드 등 다양한 장르를 담아봤고요.”



미호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일본의 톱가수 나카시마 미카가 떠오른다. 잔잔하듯 내뱉다가 후렴구에 이르러 폭발하는 창법은 나카시마 미카와 흡사하다. 나카시마 미카의 대표곡 ‘유키노 하나’(눈의 꽃)는 KBS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에서 박효신이 번안해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모았다. 미호의 팬은 이미 그를 ‘한국의 나카시마 미카’라고 부른다.

“이번에 앨범을 발표한 뒤로 미니홈피에 쪽지와 방명록을 남겨주시는 분들이 많이 계셨는데요. 한 분이 ‘나카시마 미카 팬인데 우연히 TV에서 노래하는 걸 보고 숨이 멎는 줄 알았다. 금발 헤어스타일에 의상도 그렇고, 노래도 잘 부른다. 일본에 나카시마 미카가 있다면 한국에는 미호가 있다’ 글을 보내주셨어요. 어떤 분은 ‘일본 나고야에서 옷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인데 CD 이미지나 노래를 듣고 나카시마 미카와 닮아서 깜짝 놀랐다. 발라드 가수인데 눈이 즐겁다’고 해주시는 분도 있고요. 다른 분들도 ‘나카시마 미카의 음색과 닮았다. 노래하는 스타일이 비슷하다’고 격려해주시고요. 일본의 톱가수인데 감히 어떻게 제가 비교가 되겠어요. 그저 감사할 따름이죠.”

이번 노래 ‘기다릴게’를 통해 가슴으로 노래하는 법을 배웠다는 미호. 그는 늦깎이 데뷔를 했지만 좌절하지 않는다고. 깊고 진한 울림을 주는 노래는 오랜 시간 갈고 닦아야 하기 때문이다.

“듣는 것과 보는 것 두 가지 측면에서 즐거움을 드리기 위해 다양한 음악과 파격적 의상을 하고 나왔어요. ‘오랜만에 대형 신인이 나왔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요즘 발라드 솔로 여가수의 활약이 주춤한데 명맥을 잇는 가수가 될 수 있도록 온몸으로 뛸게요. 인순이 선배처럼 가슴을 울리는 음악, 들려드리고 싶은데요. 최고의 노래를 들려드리는 날까지 노력하겠습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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