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너편에서 타” “들어가는 중”…연말 기승부리는 택시 승차거부

“건너편에서 타” “들어가는 중”…연말 기승부리는 택시 승차거부

기사승인 2010-12-30 17:46:00
[쿠키 사회] 직장인 김정현(32)씨는 폭설이 쏟아진 지난 28일 새벽 걸어서 서강대교를 건너야 했다. 여의도에서 회식이 끝났을 때는 새벽 한 시. 택시를 타고 대흥동 집에 가려다 두 시간 동안 승차거부를 당한 뒤였다. 김씨는 “추운 겨울 자가용이 없는 시민들에게 택시 승차거부는 큰 횡포”라며 “길가에 서 있으면 잠시 멈춰 행선지를 물은 후 아무 대꾸도 하지 않고 가버리기를 십여 차례 반복했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송년회 등 저녁 모임이 많은 연말이면 더욱 기승을 부리는 택시 승차거부 때문에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통상적으로 택시 승차거부란 빈차표시등을 켜고 운행 중인 택시의 운전자가 탑승을 원하는 정상적인 승객을 정당한 이유 없이 고의로 태우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승차거부 유형은 다양하다. 마치 손님을 태우고 있는 것처럼 빈차표시등을 끈 채로 창문을 열고 서행하며 승객에게 행선지를 묻는 경우, 승객에게 행선지를 물은 뒤 그냥 가버리는 경우, 빈차표시등을 켜놓은 상태에서 택시를 탄 손님에게 “길 건너가서 타라” 혹은 “차고지로 가는 길이라 태울 수 없다”고 말하는 경우 등이 모두 승차거부에 포함된다. 승객이 만취해서 의사표시가 불가능한 경우나 위험한 물건이나 동물을 가지고 있는 일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택시는 무조건 손님을 태우고 목적지로 가야한다.

택시 승차거부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자 서울시는 지난 2월부터 강남대로 등에 승차거부를 단속하기 위한 CCTV를 설치했다. 또 서울지방경찰청과 서울시는 지난 20일부터 강남역, 홍대입구 등 유흥가가 밀집돼 있는 주요 장소에서 택시 승차거부를 집중 단속하기 시작했다. 단속을 시작한 지난 20일부터 29일까지 1100여건의 택시 승차거부가 적발됐다. 승차를 거부했다가 적발되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의해 최대 2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시민들은 택시 승차거부에서 비롯되는 위험한 상황이나 시민들이 겪는 불편에 비해 처벌은 솜방망이라고 지적한다. 3차 적발 시에도 처벌은 과태료 20만원과 영업정지 20일에 그친다. 또 경찰에 현장을 적발당하지 않는 이상 시민이 승차거부로 신고해도 택시기사가 100% 처벌받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서용선 팀장은 “신고가 들어와도 승차거부 사실을 잡아떼는 택시기사들이 많은 게 사실”이라며 “현장 단속에 적발돼도 택시기사들이 오히려 거칠게 항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승차거부에 대한 택시운전사들의 인식은 상황 개선에 큰 걸림돌이다. 20년 이상 택시운전을 했다는 정민수(52)씨는 “이왕이면 멀리 가는 손님들만 태우려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냐”며 “한가한 시간에나 단거리를 운행하지 바쁜 시간에는 가까운 곳 가는 손님을 태우면 일하는 시간에 비해 너무 소득이 적다”고 불평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안전계 담당자는 “단속을 강화하거나 처벌 수위를 높이는 것보다도 교육 등을 통해 택시운전자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라고 말한다.


회사원 박정원(26·여)씨는 “밤늦은 시간에 택시를 타려면 최소 대여섯 번은 내렸다 타기를 반복해야 한다”며 “과태료를 더 높게 책정하거나 한 번 승차거부에 적발되면 면허가 취소되는 식으로 더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임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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