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신정환의 밀고 당기기가 끝났다. 지난 19일 서울 공항동 김포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해외에서 억대 원정도박을 벌인 행위에 대한 ‘죗값’을 달게 받고 있다. 브라운관의 재간둥이로 통했던 ‘인기 방송인’에서 상습적 도박 행위와 ‘뎅기열’이라는 자작극으로 국민의 공분을 산 ‘문제아’로 전락하면서 뒤안길을 걷고 있는 신정환. ‘146일 천하’로 끝난 도피 행각과 향후 검찰의 칼날이 어디로 향할지 짚어봤다.
◇뎅기열에 걸렸다던 신정환…도박 사슬 결국 못 끊어
지난해 8월,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신정환은 지상파 3사 인기 예능 프로그램 간판 패널 및 진행자로 위상을 떨치던 방송인이었다. 하지만 사건은 8월27일 터졌다. 휴가차 떠난다던 필리핀 세부행을 도박을 위한 ‘환락행 열차’로 둔갑시키며, 스스로 제 발을 묶었다. 지난 2005년 사설 카지노에서 도박을 벌인 혐의가 인정돼 700만원의 벌금형을 받고 풀려난 지 5년도 채 안 돼 고질병이 도진 것이다. 당시 신정환은 브라운관에서의 활약상을 높이 평가받아 면죄부를 받았다.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 치고는 빠른 시간인 4개월 만에 복귀할 수 있었던 것도 그를 향한 대중의 사랑과 신뢰가 얼마나 컸는지를 알려준다. 너무 일찍 죄를 사해줬을까. 필리핀으로 판을 옮겨 억대 도박을 벌였고, 연이은 스케줄도 무단으로 펑크를 내면서 국민과의 약속을 어겼다.
싸늘하게 돌아선 팬심. 신정환에게는 강력한 한 방이 필요했다. 지난 9월초쯤 현지에서는 솔솔 입원설이 들려왔고, 급기야 신정환은 “뎅기열에 걸려 방송 일정을 펑크낼 수 밖에 없었다. 도박이라니 나는 결백하다”며 침대에 누워 있는 사진을 찍어 올리는 대범함을 발휘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모든 것이 자작극임이 드러났다. ‘전 국민 대 사기극’이라고 비난 일색이었지만 신정환은 브레이크를 걸지 않았다. 홍콩 관계자들에 의해 “카지노에 출입하는 걸 봤다”는 이야기가 들리면서 본격적 도피 생활이 시작됐다. 이후 네팔 등지를 떠돌며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다녔고, 결국 궁지에 몰리면서 지난 19일 귀국했다.
◇‘명품 의상’ ‘태도 논란’ 사건의 본질은 어디로…
신정환이 귀국한다는 소식에 연예계는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언론사 사회부 기자들도 대거 투입됐을 만큼 신정환의 도박 여부 및 혐의 시인에 대한 관심이 상당했다. 서울 김포공항 일대는 취재진의 발길이 속속 이어졌고, 사건을 조사받는 장소인 서울지방경찰청도 대규모 취재진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신정환의 등장에 연이어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고 급기야 기자들이 한데 엉켜 쓰러지는 아찔한 상황이 연출됐다.
하지만 불똥은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180~200만원을 웃도는 패딩에 명품 청바지, 고가의 안경, 해괴한 표정의 비니까지 ‘명품 의상’이 화제를 모은 것. 신정환의 죄목이나 행위 등에 대한 수사보다는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어떤 옷을 입고 나오나”가 더 궁금했던 대중의 호기심이 치우치면서 이 같은 기사가 쏟아져 나온 것이다. 도박 혐의를 순순히 인정하면서도 다소 긴장감 떨어지는 모습이나 성의 없는 태도가 문제사항으로 지적됐다.
◇죄질 나쁘나 풀려난 신정환
신정환은 조사를 받은 첫날인 19일 10시간을, 20일에는 6시간 동안 걸쳐 강도 높은 수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신정환은 1억 3000여만원을 판돈에 뿌렸으며, 자신의 돈 1000만원을 제외한 1억2000여만원 가량을 현지 롤링업자에게 빌려 바카라 도박을 즐긴 사실을 인정했다. 그 외 여권을 담보로 돈을 빌려서 여권법을 위반한 사항이나 외국환 거래법에 저촉되는 행위에 대해서는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심증이나 정황은 포착되나 증거물이 없어 보강 수사가 더 필요한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팀은 불구속 석방 명령을 내렸다. 조사를 하는 것보다 오른쪽 다리 수술이 더 시급하다는 것. 국제범죄수사팀은 “지난 2009년 오토바이 사고 후 철심을 박아둔 상황에서 제때 수술을 받지 못했다. 5개월 동안 유랑생활을 하면서 더욱 악화된 것 같다”며 의사의 소견을 설명했다.
“당분간 한국에 가고 싶지 않다. 조용히 혼자 지내고 싶다”고 말해 도피 생활이 상당 시간 걸릴 것으로 예상됐으나, 다소 짧은 5개월 만에 귀국한 것도 불편한 다리로 떠돌아다니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인의 끊임없는 회유도 그가 한국 땅을 다시 밟게 된 이유 중 하나다.
오른쪽 다리를 절면서 귀국했던 신정환은 팽팽한 조사 그물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됐다. 유명 정치인이 범죄나 비리에 연류 됐을 때 잘 걸어다니던 두 발이 갑자기 아프다며 휠체어에 의존해 조사를 받으러 들어가는 뒷모습과 사뭇 닮아 있어 씁쓸한 웃음을 자아낸다.
신정환의 병약한 신체 상태에도 불구하고 대중은 자작극에 대한 괘씸죄와 오랜 도피 생활을 제시하며 등을 돌리고 있다.
검찰은 해외 원정도박과 의도적 도피 생활에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 구속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 혐의를 부인한 여권법 위반과 외국환 거래법 사항에 대해서는 현장 롤링업자의 증언과 자료를 토대로 법적 효력이 발생하는 증거물을 찾겠다며 강도 높은 수사를 할 것임을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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