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SBS 드라마 ‘시크릿가든’(이하 ‘시가’)의 위력은 실로 대단했다. ‘황금 시청률’을 내기 어려운 주말 오후 10시에 방영됐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6일 마지막 회에서 전국시청률 35.2%(AGB닐슨 미디어 리서치 기준)를 기록했다. 40%에 육박하는 높은 시청률이 말해주듯 ‘시가’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구쳐 올랐다.
‘시크릿 폐인’도 상당수 양산됐다. 까칠한 미소를 지으며 언제나 투덜거릴 것만 같았던 ‘주원’(현빈)이도 카리스마 넘치는 액션 연기마저 예쁘기만 한 ‘라임’(하지원)이도 안방극장을 떠났다. 인기 만큼이나 후유증도 거세다. ‘시크릿가든’앓이로 끙끙거렸던 시청자는 “이제 무슨 낙으로 사나”며 푸념을 늘어놓았을 정도다.
‘시가’가 종영되자마자 가장 큰 덕을 본 것은 같은 시간에 경쟁했던 MBC ‘욕망의 불꽃’이다. 막장 논란이 거셌으나 시청자의 눈길을 다시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여기에 KBS 효자종목인 일일극 ‘웃어라 동해야’와 주말극 ‘사랑을 믿어요’는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웃어라 동해야’와 ‘사랑을 믿어요’가 20% 내외의 시청률을 올리고 있으나 안심하기는 이르다. MBC ‘마이 프린세스’(이하 ‘마프’)와 SBS ‘싸인’이 20% 고지를 넘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KBS ‘드림하이’ MBC ‘역전의 여왕’ SBS ‘아테나:전쟁의 여신’도 입소문을 타고 있어 ‘안방극장 왕좌’를 놓고 접전이 치열하다. 3강 5중 구도로 압축되고 있는 안방극장 성적표를 살펴봤다.
◇‘시가’의 인기 바통 ‘욕망의 불꽃’이 이어받아
‘시가’가 떠나자 가장 크게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은 ‘욕망의 불꽃’이다. 이 드라마는 방영되자마자 막장드라마로 거센 비난을 받았지만, 노이즈 마케팅 덕분인지 ‘시가’가 방영되기 전까지 심야 주말극 1인자의 자리를 지켜왔다. 출세와 성공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악녀’로 분한 신은경의 신들린 연기는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마침 ‘시가’가 종영된 뒤 갈등 구조가 본격화되면서 시청률 탄력을 받고 있다. ‘백인기’(서우), ‘윤나영’(신은경) ‘윤정숙’(김희정)의 물고 물리는 관계가 관심을 얻고 있다. ‘백인기’는 사랑에 빠져서는 안 되는 ‘김민재’(유승호)와 엮이면서 극 전개를 극단적으로 몰고 가고 있다. 네 사람의 갈등 심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시청률도 상승세다.
‘욕망의 불꽃’ 외에도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KBS 일일극과 주말극이다. 시청률 조사기관 AGB 닐슨 미디어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7~23일 주간 시청률 조사(이하 동일)에서 KBS 일일극 ‘웃어라 동해야’는 33.2%로 주간시청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주말극 ‘사랑을 믿어요’도 인기다. ‘사랑을 믿어요’는 ‘솔약국집 아들들’이 뭉친 팀으로 평균 15~20%대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순조로운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마프’ ‘싸인’ ‘역전’ ‘드림’ ‘아테나’…엎치락뒤치락
주말드라마에서 ‘욕망의 불꽃’과 ‘사랑을 믿어요’가 20% 고지를 점령하며 인기를 얻고 있다면, 평일 미니시리즈도 추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MBC ‘마프’, SBS ‘싸인’, KBS ‘드림하이’ MBC ‘역전의 여왕’ SBS ‘아테나:전쟁의 여신’이 간발의 차이로 순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김태희와 송승헌의 코믹 변신이 눈길을 모으고 있는 수목드라마 ‘마프’는 18.8%로 순항 중이다. ‘마프’는 방영 전 연기력 논란의 중심에 섰던 두 남녀 배우가 출연한다는 점에서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섰던 드라마다. ‘바비인형’으로 불리는 김태희가 작정하고(?) 망가진 게 친근함으로 다가가면서 방영되자마자 인기를 모았다.
‘마프’와 동시간대에 방송되는 ‘싸인’이 16.5%로 그 뒤를 바싹 쫓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싸인’은 연기파 배우 박신양과 영화 <미녀는 괴로워>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김아중의 절묘한 연기 호흡으로 화제를 낳고 있다. 특히 김은희 작가의 탄탄한 시나리오가 미스터리 수사물이라는 장르와 맞물리면서 매회 궁금증을 유발시키고 있다.
월화드라마는 쫓고 쫓기는 관계가 매주 반복되고 있다. 배용준과 박진영이 합작한 KBS ‘드림하이’는 악재를 딛고 일어난 경우다. 여주인공 ‘혜미’ 역을 맡은 미쓰에이의 수지가 ‘연기력 논란’에 휘말리면서 첫 회부터 몸살을 앓았다. 다행히 아이돌 출신이자 연기 경험이 있는 티아라의 은정과 2PM의 택연의 연기가 비교적 안정적인데다 회를 거듭할수록 캐릭터와 스토리 라인이 살아나면서 하락세에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MBC의 구원투수로 불리는 ‘역전의 여왕’도 제목처럼 ‘역전’ 홈런을 치고 있다. 동시간대 경쟁작인 KBS ‘드림하이’의 기록인 15.6%에 0.9%포인트 뒤처지는 기록이나 언제든지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역전 가능한 수치다.
SBS ‘아테나:전쟁의 여신’도 ‘안방극장 최강자’ 자리에 대한 기대감을 버리기에는 아직 이른 단계다. ‘아테나:전쟁의 여신’은 ‘역전의 여왕’과 비교해 단 0.4%포인트 격차가 난다. 특히 ‘윤혜인’(수애)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나면서 갈등 구조가 본격화되고 있어 후반부로 갈수록 흥행 탄력 조짐이 보인다.
안방극장을 강타한 ‘시가’가 떠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드라마들의 혈전. ‘주원앓이’를 넘어서는 히트작은 누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Ki-Z는 쿠키뉴스에서 한 주간 연예/문화 이슈를 정리하는 주말 웹진으로 Kuki-Zoom의 약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