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인 한병호(41)씨 역시 극심한 ‘남편 명절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설 연휴동안 경북 포항에 있는 본가와 경기 분당에 있는 처가 두 군데를 다녀온 한씨는 집안일 때문에 심해진 고부간의 갈등으로 골치가 아프다. 이씨는 “‘더 있다가라’는 어머니와 ‘빨리 친정에 가자’는 아내 말을 절충하려다가 두 사람간의 관계만 더 악화시켰다”며 “육체적으로도 힘들지만 중간에서 겪는 스트레스가 말도 못한다”며 혀를 내둘렀다.
연휴가 어느 때보다 길었던 만큼 트위터나 페이스 북에 “나 설 연휴로 돌아갈래∼”이라는 글을 올리는 이른바 ‘박하사탕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도 많다. ‘박하사탕 증후군’은 ‘박하사탕’이란 영화에서 남자 주인공이 “나 돌아갈래~”라고 외쳤던 대사에서 비롯된 말로, 최장 9일이나 됐던 황금연휴를 그리는 네티즌들이 만들어낸 신조어다.
7일 오전 트위터에는 “회사 가기 싫어” “누가 나에게 연휴를 하루만 더 줄 수 없나요?” “달콤함이 컸던 만큼 고통도 크다”등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doggy***이란 아이디를 쓰는 네티즌 역시 자신의 페이스 북에 “명절 증후군에 월요병까지 겹쳐 너무 힘들다”며 “벌써부터 추석연휴가 기다려진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명절증후군을 극복하기 위해 신체적·정신적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대학병원 안용민 교수는 “명절증후군이 심해지면 우울증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며 “명절 후 바로 일상생활로 돌아가기보다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자신이 좋아하는 것, 평소에 하고 싶었던 것을 하면서 신체적·정신적으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고 제안했다. 이혼전문법률사무소 ‘윈’의 이인철 변호사는 “명절 직후 ‘명절증후군’을 호소하며 이혼상담이나 이혼소송을 하는 부부들이 평소보다 많은 것이 사실”이라며 “가족구성원들끼리 서로 ‘수고했다’ 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