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노조원 가족의 비극, 아버지도 어머니도…

쌍용차노조원 가족의 비극, 아버지도 어머니도…

기사승인 2011-02-26 18:33:00


[쿠키 사회]26일 아침 8시쯤 경기 평택시 세교동 W아파트. 고등학생 임모(18)군은 여동생과 함께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아직 부모의 손길이 필요한 어린 나이지만 그들에게 이젠 아무도 남지 않았다.

이날 아침 임군은 집 안방에서 아버지(43)가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아버지는 이불을 덮고 엎드린 자세로 싸늘하게 식어 있었다.

어머니는 작년 4월 돌아가셨다. 심각한 우울증을 앓던 그녀는 아파트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다.

단란했던 이들 가족의 비극은 3년 전. 적자에 허덕이던 쌍용차는 대규모 정리해고에 돌입했고 20년 가까이 한 직장에서 일해오던 아버지는 직장에서 쫓겨났다. 노조원이던 아버지는 닥치는 대로 허드렛일이라고 해야 했다.

그때부터 어머니는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남편의 해고가 가져다 준 충격은 그녀의 정신을 온전하게 버틸 수 없게 만들었고 끝내 스스로 목숨을 버린 것이다.

남은 가족도 이 일을 감당하지 못했다. 아버지와 두 남매는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 우울증에 빠졌다.

쌍용차는 정리해고와 노조의 공장점거, 파업사태, 경찰의 강제진압 등 파란을 거치며 지난해 8월 정리해고된 노동자들을 재고용하기로 결정했다. 아버지는 이 결정에 따라 복직만 기다리고 있었다.

사랑하는 아내를 잃어버린 그는 한동안 기뻐했지만 실제로 재고용은 회사가 약속한 지난해 8월5일 이후 아무런 기약이 없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가장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날품팔이 등 닥치는 대로 일해왔다.

아버지는 숨지기 전날 저녁 6시40분쯤 외출해 다음날 새벽 2시쯤 집으로 들어왔다.

학교에 가려고 일어난 아들은 새벽에 돌아와 잠든 아버지에게 인사하러 갔다가 숨진 시신을 발견했을 것이라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경찰은 유서나 약품 등 자살로 단정할만한 증거와 타살 흔적이 특별히 없는 것으로 미뤄 일단 돌연사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사인을 조사중이다.

쌍용차 노조는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해 8월 사측이 '1년 뒤 생산 물량에 따라 복귀시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게 임씨의 죽음에 대한 첫 번째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금속노조 쌍용차 지부 이창근 기획실장은 "사측이 1년 후 복귀 예정 조합원을 약속대로 복귀시키지 않고 있다"며 "이처럼 사측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쌍용차 사태로 목숨을 잃은 사람이 14명이나 된다"고 밝혔다.

지난 2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임군 가족은 풍비박산이 났다. 그래도 쌍용차는 최근 신차 뉴코란도를 발표하며 여전히 가동중이다.

임군 아버지가 마지막으로 남긴 은행 통장의 잔고는 단돈 4만원이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팀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신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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