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개그 콤비가 스크린에 떴다. 입만 열었다 하면 빵빵 터지는 재치 입담을 지닌 개그우먼 정경미(31)-안영미(28)다. 이들은 다음달 10일 개봉하는 영화 <사랑이 무서워>로 스크린에 진출을 한다.
‘영화 데뷔’라는 단어를 꺼낼 때마다 “쑥스럽고 민망하다”고 연신 말했을 정도로 극중에서 홈쇼핑 쇼호스트로 출연하는 이들의 분량은 미미하다. 엄밀히 말하자면 카메오에 가까울 정도다. 하지만 극 흐름을 놓고 볼 때 이들의 활약은 감초급 이상이다. 개그 무대에서 좌중을 압도했던 만큼 스크린에서도 관객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다. ‘개그우먼’ 명함을 잠시 내려놓고 ‘배우’라는 이름으로 마주 대한 이들. 영화 데뷔는 어떻게 준비했을까.
“훌륭한 배우들도 많은데 저희들을 캐스팅한 이유는 딱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바로 극의 재미를 주기 위해서죠. 자연스러우면서도 웃기게 연기하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개그콘서트’에서 하던 것처럼 하자고 결론을 내렸죠. 하도 애드리브를 많이 해서 촬영 당시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나지 않네요(웃음).”(정경미)
“사실 연기라고 말씀 드리기 뭐할 정도로 출연 분량이 많지 않습니다. 관람한 뒤 항의하는 글이 올라올 수도 있습니다. 개그든 연기든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더라고요. 영화 촬영, 증말 어렵습디다”(안영미)
정경미는 연극영화학과를 전공했고, 안영미도 대학교 시절 연기를 배워 연기에 대한 기본적 지식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실전에 임한 연기는 예상했던 것보다 어려웠다. 카메오 급 연기도 연기인지라 온몸이 굳어질 정도로 긴장감이 엄습했다. 무조건 웃기기만 하면 극 흐름에 방해가 되고, 개그 본능을 억제하자니 어색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저희가 겉으로 보기에는 웃고 떠들어서 긴장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요. 첫 촬영 날 정말 긴장 많이 했습니다. ‘NG날 때마다 돈이라고 하는데 실수가 많으면 어쩌나’
‘발연기 논란에 휩싸이면 어쩌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죠. 아직 완성된 그림을 보지 못해서 안심할 수 없지만요. 영화 연기를 해보니까 확실히 개그 연기랑 다르더라고요. 웃기려고 오버하면 극의 재미가 반감이 되고요. 힘을 빼자니 밋밋하고…. 난감하더라고요.”(안영미)
이들은 객석의 반응이 곧바로 전달되는 스탠딩 코미디에 익숙했던지라 관객 없는 카메라 앞에서 떠든다는 게 생각했던 것보다 쉽지 않았다. 긴장했던 이들의 마음을 녹여준 것은 바로 정우철 감독과 스태프들이다.
“어떻게 하나 이리저리 방황을 했어요. 대본을 외우기도 했고요. 그랬더니 정 감독과 스태프들이 ‘노는 기분으로 마음껏 말하면 된다’ ‘잘하고 있으니 이대로 하면 된다’고 긴장을 풀어줘서 마음이 많이 열렸죠. 사실 개그맨들은 어린아이 같거든요. 옆에서 ‘잘한다. 잘한다’ 해주면 더욱 힘을 얻어서 열심히 웃기죠. 감독님과 스태프의 격려가 있어서 ‘개그콘서트’ 코너 뜨듯이 했어요.”
스크린 데뷔라는 특별한 경험과 더불어 배우 임창정과의 호흡은 잊지 못할 추억이란다. 21년 연기 내공을 갖고 있는 임창정의 코믹한 연기를 옆에서 보면서 ‘역시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임창정 오빠와 같이 영화를 찍는다는 것 자체가 떨렸어요. 한국 코미디 영화를 거론하면 임창정 오빠가 빠지지 않잖아요. ‘이게 꿈이야 생시야’ 헷갈렸을 정도로 기뻤죠. 창정이 오빠가 ‘형빈이 경미 울리면 초상날’이라고 말한 걸 봤는데 정말 고마웠어요. 저는 창정이 오빠를 본 것만으로도 영광입니다. 당신은 멋진 남자예요. 쿄쿄. 또 예전에 영화 <쏜다> 제작발표회 진행을 맡았을 때 주연배우로 출연했던 강성진 오빠를 <사랑이 무서워> 현장에서 다시 만나니 반가웠고요. 그때는 진행자와 배우의 입장에서 인사했는데 같은 입장에 있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즐거웠어요.”(정경미)
“창정 오빠의 내공은 상당하더라고요. 한 장면 한 장면이 쉽게 가지 않더라고요. 동선 하나 하나 정확하게 짤 정도로 철두철미했고요. 연기할 때만큼은 온몸을 던지는 열연을 하고요. 견학 온 학생처럼 옆에서 정말 많이 배웠습니다.”(안영미)
간단한 질문을 하나 던졌다. 연기가 쉬운지 개그가 쉬운지…. 두 사람은 “분장하면서 개그하는 게 가장 쉽다”며 우문에 현답을 들려줬다.
“연기를 해보니 분장하면서 웃기는 게 제일 쉽고 편하더라고요. 사실 저희가 마냥 웃기게 생긴 외모는 아니잖아요. 밖에 나가면 나름 기본은 하는 얼굴인데…. ‘개그콘서트’에서 ‘분장실의 강선생님’ 같은 코너가 분장 시간이 걸리고 아이디어 짜는 게 어렵지만 마음 편하게 웃길 수 있어 좋았어요.”
‘개그콘서트’ 화제의 코너 ‘분장실의 강선생님’으로 개그계를 초토화시켰던 두 사람. 정경미는 다시 ‘개그콘서트’로 돌아왔다. ‘9시뉴스’와 ‘슈퍼스타KBS’ 코너를 맡으며 앵커와 가수의 자질을 발휘하고 있다. 특히 과거 KBS 주말 예능 ‘남자의 자격’ 합창단원으로 끼를 발휘했던 모습을 발판 삼아 노래 실력을 과시 중이다. 안영미는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개그콘서트’ 무대에 서기 위해 절치부심 중이다.
“‘분장실의 강선생님’을 할 때 많은 분들이 걱정을 했어요. ‘이렇게 센 걸 해버리면 나중에 독이 될 수 있다. 개그할 게 없다’ 하시더라고요. 새로운 코너를 짜려고 하니까 부담감이 많이 들었어요. 어떤 걸 해도 골룸을 했을 때보다 저조해서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분장실의 강선생님’처럼 공감 가는 개그가 또 있을 거라 믿고 있어요. 저는 지금 군대에 온 기분이에요. 예능 적응기간인데요. 이제 상병이니까 1년만 더 기다려주시면 빵빵~ 터지는 개그 들고 나올게요.”
<사랑이 무서워>로 스크린 나들이를 해 본 두 사람. 향후 연기 러브콜이 들어온다면 어떤 캐릭터를 맡아보고 싶을까.
“어이쿠~ 우리 입장에서 뭘 고른다니 당치도 않습니다. 무슨 역할이 주어지든 무조건 합니다. 말없이 주인공을 바라보는 아메바 역이라도 할 수 있습니다. 웃긴 거 뿐만 아니라 진지한 것도 잘할 수 있으니 믿고 맡겨만 주십쇼.”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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