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250년 역사를 자랑하는 러시아 최고의 발레단 ‘발레리NO’팀. 몸에 쫙 달라붙는 흰색 발레복을 입고 춤을 추는데 어째 관심이 미적 완성도에 있는 것 같지 않다. 오히려 흰색 타이즈로 인해 두드러진 ‘중요 부위’를 가리는 데 필사적이다. 손이나 주변의 소품으로 그 부위를 가릴수록 관객들은 더욱 눈을 떼지 못한다. KBS 2TV ‘개그콘서트’의 코너 ‘발레리NO’는 보일 듯 말 듯한 아슬아슬함 속에서 웃음을 유발한다.
지난 24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발레리NO’팀을 만났다. 이승윤(34)은 덩치는 크지만 잘 속는 ‘승윤스키’, 양선일(32)은 거만한 부잣집 자제 ‘선일스키’, 정태호(33)는 뻔뻔하면서 유치한 ‘발레 선생님’ 역을 맡고 있다. 사고뭉치 ‘성광스키’역의 박성광(30)은 일정이 안 맞아 함께 하지 못했다.
“첫 회(1월 16일)부터 반응이 폭발적이었어요. 쫄쫄이 의상을 부끄러워하면서 필사적으로 가리는 단순한 발상에서 시작했죠. 가리려고 하는 것을 자꾸 방해하는 내용이어서 대사의 대부분이 ‘안돼’ ‘하지마’가 많아요. 코너 이름이 ‘발레리NO’인 이유죠.”(태호)
처음에 이들은 양 손과 무용 바(Bar)에 의존했는데, 요즘은 변기 뚜껑, 접시, 목걸이 등 다양한 소품을 동원한다. 주위의 물건을 보면 무턱대고 자신의 ‘중심 부위’에 대보는 습관도 생겼다. ‘발레리NO’가 필사적으로 가릴수록 관객들의 호기심은 더욱 강렬해진다.
“얼마 전에 백화점에 선물을 사러갔어요. 점잖은 점원이 저를 보고 웃음을 막 참으면서 죄송하다고 하더군요. 왜 그러시냐고 했더니 ‘자꾸 생각이 난다’면서 또 웃음을 참는 거예요. 제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신 거냐고 물었더니, 주위에 있던 다른 직원들도 웃음을 참다가 그만 빵 터져버렸죠.”(승윤)
처음엔 보기만 해도 민망했던 발레복이 이제는 그렇게 편할 수가 없다고 한다. 태호는 “매일 입는데도 KBS가 항상 잘 빨아줘서 아주 새 하얗다. 순백을 상징하는 것 같다”며 웃었다. 발레복에는 이름이 써있지 않지만 누구 것인지 알 수 있다.
선일이 “승윤이 형 옷은 유독 구멍이 많다. 특히 울퉁불퉁한 엉덩이와 가슴 쪽에 구멍이 자주 난다”고 폭로하자, 태호는 “승윤이 형이 내 옷을 입으면 옷이 늘어나 있다”면서 거든다.
요즘 ‘발레리NO’팀에게 인터뷰, 광고, 행사 섭외가 쏟아지고 있다. 광고 이야기에 이들은 신이 난 듯 말했다.
“과자라면 제품으로 그 부위를 가리니까 집중력이 최고죠. 그 외에도 바에 ‘당신을 끝까지 보호해 드립니다’라고 쓴 보험광고, 빨래 끝∼하면서 양 손을 올리는 세제 광고도 괜찮을 것 같아요. 우리가 아예 (광고주한테) 콘티를 짜서 드릴 수도 있어요.(웃음)”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선희 기자 su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