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클릭진단] 위기의 ‘일밤’ 새 단장으로 흥행할까

[Ki-Z 클릭진단] 위기의 ‘일밤’ 새 단장으로 흥행할까

기사승인 2011-03-05 13:07:00

[쿠키 연예] MBC가 벼랑 끝에 매달린 자존심을 건저 올릴 채비를 마쳤다. 비장감마저 맴돌아, 한편에서는 ‘MBC의 마지막 승부수’라는 말까지 나온다.

MBC가 심사숙고하며 공을 들이고 있는 프로그램은 지난 1988년부터 일요일 오후 시간대로 자리를 옮겨 23년 동안 MBC 간판 예능으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 온 ‘일요일 일요일 밤에’다.

MBC의 대표 프로그램이자 상징으로 자리매김해 온 ‘일요일 일요일 밤에’.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부진의 늪에 허덕이면서 ‘효자’에서 ‘골칫덩어리’로 전락했다. 새롭게 시도하는 아이템이나 코너가 유행에 뒤처지거나 시대 흐름에 맞지 않은 것들을 내놓아 시청자로부터 수차례 외면을 받아왔다.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면서 개편, 폐지, 신설을 밥 먹듯이 해온 ‘일밤’. 제 아무리 속을 썩이는 자식이라도 해도 함부로 버릴 수 없는 법.

MBC가 칼을 빼들었다. 지난 23년 동안 전통을 이어오던 ‘일요일 일요일 밤에’라는 타이틀을 과감히 버리고 ‘우리들의 일밤’(이하 ‘일밤’)으로 분위기를 바꾼 것. ‘일밤’이라는 줄임말로 수시로 불러왔으나 ‘일요일 일요일 밤에’라는 풀 네임을 버린다는 것은 MBC로서는 큰 용단이 아닐 수 없다. MBC의 비장한 각오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MBC은 ‘일밤’ 분위기 쇄신을 위해 쌀집 아저씨로 유명한 김영희 CP를 지난해부터 수장으로 내세웠다. 지난해 김 CP는 ‘뜨거운 형제들’에서 ‘아바타 소개팅’으로 ‘일밤’에 새 바람을 몰고 왔으나 인기 여파가 오래가지 못했다. 이번에는 재기에 성공하겠다는 각오다. 현재 국내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는 오디션 프로그램 ‘신입사원’과 ‘나는 가수다’로 꾸민다. 오디션은 프로그램의 색깔이 잡히면 시청률 상승은 덤으로 따라온다는 장점이 있어 지상파 3사를 비롯해 각종 케이블 채널이 뛰어들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MBC는 특히 금요일 심야 시간대에 ‘스타 오디션-위대한 탄생’을 내세워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어 죽어 있는 ‘일밤’을 살릴 수 있는 특단의 치료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신입사원’ 성공 가능성 글쎄

김 CP를 필두로 ‘일밤’이 내놓은 프로그램은 ‘신입사원’과 ‘나는 가수다’이다. ‘신입사원’은 말 그대로 MBC 아나운서 신입사원을 뽑는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엄격한 심사와 폐쇄적 면접을 거쳐 뽑았던 아나운서. 이들을 뽑는 과정을 국민에게 대대적으로 공개한다는 것은 파격적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일단 ‘신입사원’의 성공 가능성은 반반이다. 지난 3일 충청남도 예산군 덕산면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1회 분량이 공개됐다. MBC 아나운서계의 전설로 통하는 변웅전, 차인태가 첫 회를 꾸몄다. 선·후배 아나운서가 ‘장학 퀴즈’를 풀고 ‘명랑 운동회’를 하며 돈독한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MBC 아나운서계는 신구의 조화가 돋보이는 집단’이라는 홍보를 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나, ‘이들만의 축제’라는 자화자찬의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변웅전과 차인태가 대단한 인물이라는 점을 새삼 알리는 사내 행사도 아니고 첫 회에 대한 시청자의 거부감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MBC 최재혁 국장은 “두 선배와 같은 아나운서를 뽑는다는 취지를 보여주기 위한 설정이다. ‘과연 MBC는 어떤 아나운서를 뽑을까’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시청자를 위해 첫 방송에서 해답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설명한 뒤 “과거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아나운서가 운동복을 입고 뒹구는 모습을 통해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구나 하는 걸 느꼈으면 좋겠다. 국민에게 편안하게 다가가고 국민의 슬픔과 기쁨을 함께 할 수 있는 인간적 사람을 뽑고자 하는 우리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현재 ‘신입사원’은 사전 오디션을 마친 상태다. 5509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학력, 직업, 나이 등 제한 기준이 없어 비교적 많은 인원이 관심을 보인 것이다. 이 중에서 1차 카메라 테스트를 거쳐 310명이 합격했고, 8명의 결시자를 제외한 302명이 지난달 27일 2차 심층테스트를 받아 64명이 선발됐다.

‘국민을 닮은 아나운서를 뽑겠다’는 ‘일밤’ 제작진의 포부가 인상적이지만 여느 오디션 프로그램이 그렇듯 이슈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사연을 가진 사람이나 미모가 뛰어난 지원자를 뽑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받고 있다.

김영희 CP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더라. 그 중에는 어느 은행의 경비원을 하다가 온 사람도 있었다. 하나의 감동 코드를 주기 위해 혹은 이슈의 들러리로 뽑은 게 아니다. ‘실제로 MBC 아나운서가 될 자격이 있지 않을까’ 가능성이 있어서 뽑은 것이다. 진심으로 그런 사람들이 아나운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한 뒤 “이 사람들이 아나운서로 성장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도 몰랐던 재능을 발견하고 그 가운데 감동을 얻기를 바란다”고 포부를 밝혔다.

‘신입사원’이 장수 프로그램으로서 자리를 잡아가기 위해서는 하나 명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의 맹점 중 하나인 방송 후 조치다. 케이블 채널 Mnet ‘슈퍼스타K’시리즈 우승자나 본선 진출자가 방송 1년 이내에 반짝 활동했다가 활약이 미지근해지는 경우를 흔히 봐 왔다. MBC도 신입 아나운서를 뽑은 뒤 대안책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이들이 과연 공채를 통해 선정된 MBC 아나운서와 잘 융합이 될 것이지, 또 아나운서로서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을지 고심을 해야 한다.

이에 대해 MBC 아나운서 한 관계자는 “몇 달 간의 과정을 거쳐 선정된 ‘신입사원’의 최종 합격자는 이미 그 순간부터 대중적 관심을 받는 사람이 돼 있다. 그런 사람이 우리 부서로 들어온다는 것은 기쁘고 반가울 일이다. 시샘보다는 격려가 더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한 뒤 “‘신입사원’으로 발탁되고 난 뒤에 이들이 아나운서로 잘 성장하는지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제작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는 가수다’ 잇단 혹평에도 불구하고 인기 조짐

‘나는 가수다’는 음악계와 방송계의 잇단 우려와 혹평에도 불구하고 주목받는 프로그램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나는 가수다’는 7명의 실력파 가수들이 모여 주어지는 미션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청중평가단에 의해 가수별로 점수를 받는다. 최하위를 기록한 가수는 탈락하고 새로운 가수가 들어온다. 매주 누가 탈락할지 모르는 박빙의 승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가수를 시청률 올리기 측면에서 기용했다는 점과 가수가 노래만 부르는 ‘퍼포먼스형 연예인’이 아니라는 점에서 질타를 받으며 ‘나는 가수다’는 잔혹한 프로그램 내지는 형편없는 프로그램이라는 악평이 잇따르고 있다.

하지만 ‘나는 가수다’는 분명히 시청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그 이유는 박빙의 승부에 있다. 첫 회는 그야말로 초특급 무대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가수인 윤도현, 박정현, 김건모, 이소라, 김범수, 정엽, 백지영이 참여한다. 이 중 누가 첫 번째로 떨어질지, 최후에 남을 1인이 나올 것인지 상당한 궁금증을 유발시키고 있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인기 아이템으로 각광받고 있는 ‘노래’를 전면에 내세워 시청자의 눈길을 쉴 새 없이 잡아두겠다는 제작진의 의도도 성공 포인트로 거론되고 있다. ‘나는 가수다’ 제작진은 여느 음악 프로그램에서도 볼 수 없었던 고음질 사운드와 생생한 연주로 소름 끼치는 감동을 선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여기에 개그맨 7인과 짝을 이뤄 흥미진진한 에피소드를 만들어가겠다는 계획이다. 노래의 감동과 더불어 재미까지 사로잡겠다는 각오다.

‘신입사원’과 ‘나는 가수다’로 감동과 재미 두 가지 자극적 향신료로 시청자의 입맛을 사로잡겠다는 ‘일밤’. 첫 맛은 오는 6일 오후 5시20분에 음미할 수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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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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