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人터뷰] ‘광화문 연가’ 리사 “1막 하이라이트, 나도 모르게 폭발”

[Ki-Z 人터뷰] ‘광화문 연가’ 리사 “1막 하이라이트, 나도 모르게 폭발”

기사승인 2011-04-02 13:02:00

[쿠키 문화] 고 이영훈 작곡가의 곡으로만 구성해 무대에 올린 뮤지컬 ‘광화문 연가’는 사실 스토리보다도 노래에 집중하게 한다. 현재 30대 중반 이후에게는 익숙한 노래들이 화려한 오케스트라 선율에 맞춰 흘러나오니, 당연히 눈보다도 귀가 즐거울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가운데는 가수 출신 뮤지컬 배우 리사 (본명 정희선)가 있다.

두 남자에게 사랑받지만 아픔을 가진 여인 ‘최여주’ 역을 맡은 리사는 “뮤지컬이 잘되고 있다”라는 말을 건네자, 뮤지컬 자랑부터 늘어놨다.

“제가 즐거워서 뮤지컬 무대에 서지만, 그동안 제가 해왔던 뮤지컬들이 이슈가 되고 그런 것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이 뮤지컬도 초연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서 놀랐어요. 아마 기본적으로 좋은 음악으로 가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너무나 유명한 곡이라 자칫 안좋게 들릴 수도 있기에, 편곡하시는 분들이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만큼 잘 나온 것 같아요. 또 그것을 표현하기 위해 무대에 올라선 배우들이 너무나 좋은 사람들이에요.”

리사는 ‘광화문 연가’가 세 번째 뮤지컬이다. ‘밴디트’로 데뷔한 그녀는 ‘헤드윅’ ‘대장금’에서도 주연을 맡으며, 끼를 유감없이 발휘됐다. ‘광화문 연가’에 합류하게 된 경위와 뮤지컬 무대에 서는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볼까.

“이지나 선생님과 2007년 ‘밴디트’로 만난 인연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죠. 이후에도 ‘대장금’을 지난해 3차까지 같이 했으니까요. 뮤지컬 무대에 서면 힘든 만큼 보람되니까, 계속 서게 되요. 또 다행히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해서, 오히려 집에서 쉬면 이상할 정도에요. 그리고 저는 (세종문화회관 같은) 큰 무대는 처음이에요. 3층까지 있는 자리들을 보고 나면 정말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광화문 연가’ 여주인공으로 무대에 섰지만, 사실 시작이 쉽지는 않았다. 초연 창착 뮤지컬이다보니, 캐릭터를 잡기에도 어려웠지만, 80년생인 리사가 성장기에 접할 노래들이 아니었다.

“재미있는 것이 노래를 연습하려 듣는데, 모두 익숙한 멜로디인거에요. ‘기억이란 사랑보다’ ‘옛사랑’ 등 제목만 들었을 때는 몰랐는데 이미 알고 있던 곡인 거죠. 물론 공부도 했죠. 가사의 뜻과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를 찾기 위해 계속 들었어요. 그런데 그 안에 진심이 너무 꽉 찬 거에요. 사실 요즘에 들을 노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트렌디하고 소모성 노래가 많잖아요. 한곡에 온 힘을 쏟기보다는 빨리빨리 만들려 하고, 자극적이고 사람들 기분만 맞추려 하고요. 내가 느꼈던 내용을 사람들에게 알리려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이영훈 작곡가의 노래들은 첫 소절만 듣고도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만들었구나라는 것을 느꼈어요.”

리사는 뮤지컬 배우이기도 하지만 2003년 1집 앨범 ‘Finally’로 데뷔한 9년차 가수다. 이영훈이라는 음악계 선배의 노래를 무대에서 선보이는 것이 가수인 그녀에게는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올 듯 싶었다.

“제가 음악적으로 혼란이 왔을 때 이 작품을 만났어요. 당시 내가 곡에 맞춰야 하나, 아니면 내 안에 있는 음악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할 시기였죠. 이 뮤지컬은 제게 음악이란 무엇인가를 다시 정리하게 해줬어요. 제 느낌을 멜로디와 가사에 담아서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음악이라는 것을 알게 해줬죠. 사람들에게 음악을 통해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그래서 마음이 편해지면서 공부가 많이 됐어요.”

이영훈 작곡가의 노래는 거의 남자 가수들에 맞춰져있다. 그러다보니 들려줄 수 있는 음역대가 여자가 부를 경우 다르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 가수의 곡이라는 것이 저한테는 더 유리하지 않았나 싶어요. 남자 노래니까, 비교될 수 있는 남자 배우들은 부담을 갖게 되지만, 저는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사실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봐요. 그 노래를 내가 진심으로 이해하면 감성으로 전달되는 것 같아요.”

노래뿐 아니라 뮤지컬이 보여주는 시대적 배경도 리사에게는 생소하다. ‘독재 타도’를 외치며 사람들이 길거리로 나서던 시기에, 사실 리사는 10살도 채 되지 않았다. 또 외국 생활을 많이 리사에게는 극중 나오는 용어 자체도 어려웠다.

“사실 평범하게 자랐고, 또 어릴 적에 외국에 있어서 시위나 이런 것은 잘 몰라요. 그래서 부모님에게 물어보기도 했죠. 제 아버지께서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그래서 제가 직접 그 시기를 느끼지는 못했지만, 간접적으로 들었죠. 무열 씨는 저보다 더 어리고 저보다 더 노래를 몰랐어요. 2년 차이밖에 나지 않는 데도요. 그래서 그때 실제로 썼던 단어들을 같이 공부를 했죠. 무대에서 표현하는데 아예 모르면 안되잖아요.”

남자배우들은 주로 더블캐스팅으로 진행되지만, 리사와 구원영 등 여자배우들은 원톱으로 나선다. 그러다보니, 주연 남자배우들의 성향이나 장단점이 이들 눈에는 훤히 보였다. 특히 여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르는 리사는 자신을 사랑하는 네 명의 남자들에 대해 한꺼번에 평가가 가능했다.

“송창의 씨는 인지도가 높고 다른 연예인들과 똑같구나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굉장히 생각이 깊어요. 대충하는 것이 아니라 몰입하고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할지 엄청 연구를 해요. 본인만의 느낌이 있고, 그 느낌대로 끌고 가시더라고요. 윤도현 씨는 말할 것도 없이 노래 너무 잘하잖아요. 또 이영훈 작곡가와 친분이 있는 등 뮤지컬에 참여한 이유도 있으시고요. 굉장히 바쁜 가운데도 열심히 하세요. 송창의 씨가 감미롭다면, 윤도현 씨는 남성적이고 무뚝뚝하지만 너무나 따뜻해요. 김무열 씨는 그냥 극중 ‘현우’에요. 싱크로율이 100%죠. 굉장히 매력적인 남자로 다가와요. 임병근 씨는 굉장한 노력파에요. 무열 씨와 다른 부드러움이 있는 것 같아요.”



극중 리사의 진가가 발휘되는 것은 1막 마지막 장면이다. 남자친구인 ‘현우’가 시위 현장에 나가고, 리사는 자신의 첫 콘서트를 개최하게 된다. 1막 엔딩곡으로 나오는 ‘그녀의 웃음소리뿐’은 원곡과 다른 파워풀한 느낌을 선사했다. 특히 절규하는 듯한 장면은, 그녀의 뒤에서 시위하는 배경과 잘 어우러졌다는 평가는 받는다. 어느 뮤지컬 팬의 말처럼 “1막이 끝난 후 기립박수를 칠 뻔했다”는 것은 온전히 리사의 역량 때문이다.

“매일 그렇게 (파워풀하게) 노래를 부르니, 혹 실수할 수 있다고도 생각할 수 있어요. 그러나 그런 것을 너무 고민하면 노래의 흐름과 느낌이 깨지더라고요. 일단 시작하면 열정적으로 가요. 그 장면에서는 저도 모르게 폭발하거든요. 뒤에서 시위하던 사람이 자살하는 장면이 상상을 하게 되면, 저도 모르게 그렇게 되요. 테크닉적인 것이 문제가 아니더라고요. 실수를 하면 어때요, 그것도 제가 울분을 토하다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높게 소리를 지를 때 굉장히 전율이 오고, 제 스스로도 너무 슬퍼요. 그래서 노래가 끝나면 저도 모르게 멍한 상태가 되요.”

리사가 ‘광화문 연가’에 합류한 것은 앞서 언급했듯이 이지나 연출과의 인연 때문이다. 지난 프레스콜 당시 임영근 프로듀서는 “처음에는 리사를 반대했지만, 지금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이지나 연출의 믿음에서 나온 캐스팅이었다.

“선생님이 제 데뷔곡을 듣고 제 팬이었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애랑 작업을 해볼 것’이라며 어느 뮤지컬에 저를 부르셨는데, 제가 앨범 때문에 참여를 못했어요. 그러다가 다시 저를 ‘밴디트’때 캐스팅 해주셨어요. 뮤지컬을 너무 하고 싶었죠. ‘밴디트’ 합류 당시 제가 앨범이 나올 때였는데, 또다시 거절할 수 없더라고요. 그렇게 선생님과 만나고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온 거죠. 저는 선생님을 100% 믿어요. 선생님은 제가 ‘세컨 (second) 엄마’ 같아요. 저에 대해서는 가족보다도 세밀하게 알고 계시죠. 작업을 하면서 여러 모습을 보니까요.”

가수로서 가창력을 선보이는 것과 뮤지컬 무대에서 연기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특히 대학때 미술을 전공했고, 가수생활을 오랫동안 해온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뮤지컬 배우로서 리사가 보여줄 수 있는 연기는 무엇일까.

“제가 연기를 따로 배운 적이 없으니, 연기자들처럼 잘하지는 않죠. 그러나 연기는 춤이나 음악이나 저의 진심을 담으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것 같아요. 제가 ‘연기를 해야지’하면 안되더라고요. 극중 나라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했을까를 고민을 하면 되는 것 같아요.”

리사가 폭발적인 가창력을 자랑하며 혼신의 연기를 하는 뮤지컬 ‘광화문 연가’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4월 10일까지 공연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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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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