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공연이 시작되기 전, 안내 방송이 나온다.
“어떤 이들은 ‘콘보이쇼’가 뮤지컬이 아니라고 말을 합니다. 네 맞습니다. ‘콘보이쇼’는 뮤지컬 이상의 뮤지컬입니다.”
현재 대학로 동숭아트센터에서 연장 공연 중인 ‘콘보이쇼-아톰’ (The Convoy Show-Atom)이 ‘뮤지컬 이상의 뮤지컬’인지는 관객 개개인이 느끼고 평가하겠지만, 분명 단순한 뮤지컬이 아님은 분명하다. 오히려 다채로운 볼거리가 쉴 새 없이 눈앞에 펼쳐진다는 점에서 ‘버라이어티 쇼’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철학자들의 이름을 딴 극중 출연자들이 등장하면서 시작은 매우 철학적이다. 소크라테스의 대사가 이어진 다음 ‘시인의 모임’ 멤버들이 하나하나 모습을 보인다. 그들의 이름은 플라톤, 사르트르, 칸트, 다윈, 프로이트. 현재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철학자들이다. 이들은 각자 주장하는 이론을 내세우며, 대화를 이어나간다. 우리가 중고등학교 윤리 시간에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들을 엮었지만, 어렵다기보다는 조금 산만한 정도의 느낌을 갖는다.
여기서 반항아 ‘사리’가 등장하며, 이야기는 급격히 빨라진다. 사리는 ‘시인의 모임’ 멤버들에게 친구가 돼줄 것을 요구하며 한바탕 인질극을 벌이고 총질을 해댄다. 그러나 ‘시인의 모임’ 멤버들은 그를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도리어 형사극을 펼치며 사리를 잡아들인다.
이 타이밍부터 극은 2부로 넘어가는 듯한 느낌을 준다. 사리까지 포함된 ‘시인의 모임’은 각자 고른 시집을 읊으며 노래하고 춤추기 시작한다. 이들은 이승민의 ‘목련의 꿈’ 박영실의 ‘춤을 추고 싶다’ 알프레드의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 받지 않은 것처럼’ 파쵸의 ‘콩나물의 항변’ 유재하의 ‘사랑하기 때문에’ 양인자의 ‘킬리만자로의 표범’를 솔로로 읊은 후, 노래와 탭댄스, 발레, 아카펠라 등 자신의 시를 가장 잘 표현하는 방식을 관객에게 선보인다.
‘시인들의 모임’ 멤버 개개인은, 자신의 시를 읊는 순간에는 주인공이 된다. 그리고 나머지 멤버들은 조연 혹은 앙상블로 변신해 그 주인공을 돋보이게 만든다. 그들은 비록 ‘시인들의 모임’ 멤버지만, 결국은 각각이 하나의 존재이고 나눌 수 없는 원자(Atom)임을 드러낸다.
1986년 일본에서 단 두 명의 관객 앞에서 초연된 ‘콘보이쇼’는 현재까지 80만 명이 관람한 일본 대표 공연이다. 기타노 다케시 등으로부터 ‘죽기 전에 꼭 봐야할 공연’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연출가 이마무라 네즈미가 만든 ‘콘보이쇼’의 레퍼토리는 총 28가지에 이른다. 이 중 ‘아톰’편은 우정과 청춘에 대한 이야기다.
애초 철학적이고 산만하다고 느낀 내용은 이들의 애교스러운 모습과 조금은 과장된 표현에 의해 누그러진다. 어느 순간 관객들도 이들에 동화돼 함께 놀고 있는 것이다. 특히 관객석까지 침범해 관객을 극에 참여시키면서, ‘콘보이쇼’는 무대가 아닌, 극장 전체에서 펼쳐진다.
그러나 한참 웃고 박수치며 7명의 철학자들의 폭풍같은 춤사위를 보고 난 뒤의 후폭풍은 만만치 않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생각부터 어릴 적 친구들과 추억이 극장문을 나서는 순간까지도 이어지기 때문이다.
신선호, 윤길, 노창섭, 우원호, 정주영, 강인영, 이병권, 송진우, 육현욱, 김호민, 최경훈, 김정훈이 출연하는 ‘콘보이쇼-아톰’은 오는 4월 10일까지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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