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기자들을 싫어하기로 유명한 애플 CEO 스티브 잡스가 전기를 내년 초 출간하기로 했다.
미 인터넷 전문 매체 씨넷은 10일(현지시간) 유명 출판사 사이먼앤셔스터가 잡스의 허락을 받은 전기 ‘i스티브 : 잡스의 책(iSteve : The Book of Jobs)’을 내년 초 출간할 것이라 전했다. 집필은 시사주간지 타임의 전 편집장 아이작슨이 맡았다.
잡스가 자신의 전기를 출간하는데 동의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언론은 뜨거운 관심을 보였다. 그 동안 그의 삶을 다룬 책들은 무수히 출간됐지만 그때마다 잡스는 ‘불같이’ 화를 냈다.
그랬던 잡스가 돌연 전기 출간을 허락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은 잡스가 전기 집필에 호의적으로 나선 이유에 대해 최근 건강악화 등에 따른 심경 변화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전기 출간 소식이 알려진 직후 집필에 나선 아이작슨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사이먼앤셔스터에 따르면 잡스는 아이작슨에게 가족이나 애플 직원 접촉, 어린시절의 집 안내 등 전례없는 대우를 해 주기로 했다.
하지만 이날 출간 발표를 하기 전까지도 안팎에선 잡스의 전기 작성에 의문을 표시했다. 잡스의 ‘(허락을) 내준다’는 뜻은 다시 취소할 수도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출판사의 수석편집자 프리실라 페인튼은 “월터의 아이디어였다”면서 “아시다시피 월터가, 전기를 잘 쓰기 때문”이라며 전기 출간에 아이작슨의 역할이 가장 컸음을 시사했다.
포춘의 필립 엘머 드윗 기자는 ‘잡스가 선택한 아이작슨은 누구인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이작슨에 대해 자세히 기술했다.
드윗 기자는 지난해 1월 애플 아이패드 이벤트에서 타임 매거진의 옛 편집자인 월터 아이작슨을 만난 것을 보고 의아해 했다. 해답은 20여일이 지난 뒤 NYT에서 나왔다.
NYT에 따르면 잡스가 전기 작가들의 목록을 두고 심사숙고했고 결국 아이작슨을 낙점했다.
아이작슨은 오랜 저널리즘과 공직 경험을 앞세워 어느 영역에서건 제일 영향력 있는 이들과 가까워질 수 있었고 자신의 글 쓰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1952년 뉴올리언스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하버드 대학교에 들어가 로즈 장학금을 받고 졸업했고 옥스포드 대학교에서 유학했다.
78년 시사주간 타임의 워싱턴 지사에 들어가 레이건 시절 백악관을 출입한 뒤 218편의 기사를 작성했다. 이후 빠르게 승진해 국내 섹션 편집자가 됐고 과학과 기술, 예술, 법, 서적 등의 전체 편집자로 승승장구했다.
96년 최고 직위인 관리 편집자의 자리에 오른 뒤 타임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금세기의 인물(Person of the Century)’ 등 유명 프로젝트도 성공적으로 치렀다.
그는 은퇴 후 정계에 입문할 것이라던 예측을 깨고 미디어와 공공정책 분야로 뛰어들었다. 90년대 초반엔 아메리칸온라인(AOL)에 타임을 올려다 놓기도 했다. 타임을 떠난 뒤엔 2년간 CNN 사장을 지내기도 했지만 성적은 썩 좋지 않았다.
지난 10년간 다양한 곳에서 명예직도 수행했다. 툴레인 대학교와 유나이티드 항공 등의 이사를 역임했고 저소득 학생들을 위한 교육 연계 프로그램인 티치포아메리카(Teach for America)의 회장도 지냈다.
2007년 조지 부시 대통령은 그를 미국과 팔레스타인의 정부 민간합작(PPP) 의장으로 임명하기도 했다.
전기도 꾸준히 집필했다. 잡스 전기는 그가 쓴 전기 중 네 번째다. 92년 헨리 키신저에 이어 2003년 벤자민 프랭클린, 2007년 아인슈타인의 전기를 썼다.
씨넷에 따르면 아이작슨은 전기 집필을 위해 지난 2009년부터 잡스를 인터뷰했다. 이 과정에서 잡스가 유년시절을 보낸 집 등을 방문하며 그의 가족사와 유아 시절, 창업과 해고, 복직 등 전생애에 관련한 이야기를 직접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