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디페’ 사태 일파만파…인디 밴드 처우 달라질까

‘월디페’ 사태 일파만파…인디 밴드 처우 달라질까

기사승인 2011-04-11 13:01:00
[쿠키 문화] 일부 아티스트들의 개런티 문제로 불거진 ‘월드DJ페스티벌’(이하 ‘월디페’) 사태가 수그러들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DJ까지 거부 선언을 하고 나선 것은 물론 인디음악계에서도 논란이 커지고 있다.

‘월디페’ 사태는 지난 3월 31일 주최 측인 상상공장이 공모를 통해 무대에 오르는 국내 아티스트들에게 보낸 공문 때문에 시작됐다. 상상공장은 이메일을 통해 “총 35개라는 공모팀의 숫자를 고려하여 팀당 10만 원의 교통비를 지급할 예정입니다. 참고로 공모팀의 공식 페이는 책정되어 있지 않음을 알려드립니다”라고 공지했다.

이에 대해 인디밴드들과 ‘월디페’ 팬들은 트위터를 중심으로 “부당한 것 아니냐”는 글을 연이어 올렸고, 일부 공모팀 아티스트들은 불참의 뜻을 상상공장에 통보했다.

홍대 인디밴드 레이블들의 모임인 서교음악자치회는 이메일을 받은 다음날인 4월 1일 직·간접적으로 자치회와 관계된 레이블 소속 15개 밴드의 불참을 선언했다. 이어 다른 공모팀들도 잇따라 불참 대열에 동참했다.

사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월디페’ 측에서 직접 섭외한 밴드들도 불참 행렬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일렉트로닉 거성 캐스커는 “올해 ‘월디페’에 불참합니다. 공모 선정된 출연진은 아니지만 다른 아티스트들과 뜻을 함께 하려 합니다. 팬 분들께 감사와 사과의 말씀 전합니다”라고 글을 올렸고, 허밍어반스테오도 불참을 선언하며 “팬 분들에게는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또 페스티벌의 주축인 DJ들 중 일부도 불참을 선언했고, 몇몇은 우려의 뜻을 내비쳤다.

급기야 프리버드와 어퍼뮤직 등은 “‘월디페’ 불참하실 밴드나 레이블, 디제이에게 5월 6~7일 이틀간 프리버드에서 공동 기획공연을 제안합니다. 입장료 전액은 아티스트 페이. 관심 있는 분들 연락바랍니다. 우리끼리 놀아요”라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월디페’가 5월 6~8일 경기도 양평에서 열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반(反) ‘월디페’ 공연을 추진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일이 커지자 상상공장은 대응에 나섰다. 총 책임을 맡고 있는 류재현 감독은 지난 6일 “주최 측의 진행상 문제로 벌어진 모든 일들에 대해 참여 밴드와 ‘월디페’를 사랑하고 관심 갖고 계신 모든 분들께 염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라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류 감독은 “기획자로서 지나친 욕심으로 인해 절차와 과정에서 본의와는 다르게 무리가 많았음을 인정합니다. 또한 많은 분들의 조언과 충고 마음 속 깊이 새기며 향후 이번과 같은 문제를 다시 일으키지 않도록 노력 하겠습니다”라며 “이번을 계기로 밴드들에 대한 기본적 존중과 뮤지션으로서의 자존심에 상처를 드린 점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향후 보다 대안적인 음악문화의 발전을 위해 더욱 노력을 기울일 것임을 모든 분들께 다짐 드리는 바입니다”라고 절차상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류 감독은 또 “이번 일에 대한 최종적 결정은 예정되어 있던 4월 11일(월) 공모밴드 미팅에서 불참을 결정한 밴드와 아직 결정하지 못한 밴드, 그리고 참여를 결정한 밴드 구분 없이 모든 밴드들이 모여 의견수렴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향후 진행될 일에 대한 결정을 하고자 합니다”라며 향후 일정을 밝혔다.

그러나 이미 많은 아티스트들이 불참을 선언한 상황에서 ‘월디페’를 과연 제대로 꾸려나갈 수 있느냐는 의문이다. ‘월디페’에 관심을 갖고 있는 아티스트들과 팬들 사이에서도 공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교음악자치회 최원민 회장은 “트위터에서 무조건 ‘월디페’를 마녀사냥 하듯 몰아가는 것에 반대. ‘월디페’가 밴드 공모팀에 처음부터 노 개런티임을 밝히지 않음은 진행상 명백한 잘못. 하지만 노 개런티 자체가 잘못은 아님. 명확한 명분이나 서로 이해관계가 맞으면 노 개런티 공연은 가능. ‘월디페’는 이것을 끌어내는데 진행상 실패를 한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가 역풍을 맞았다. ‘노 개런티’가 잘못이 아니라는 말 때문이었다.

이에 최 회장은 “‘월디페’가 명백한 잘못을 했다고 말했지 실수를 했다고 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페스티벌이 그렇듯 ‘월디페’도 몇 명의 기획자가 만들어가는 페스티벌 중 하나다. SKT나 여성가족부와 같은 거대 시스템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 구성원들이 잘못을 저질렀다면 그 잘못된 지점에 관계된 레이블과 아티스트가 구성원들과 회의를 통해 수정 보완해 나가면 된다. 이런 잘못이 왜 발생하게 됐는지를 잘 알 수 없는 일반인들에게 삐쭉 튀어나온 사안만을 소문내 나름 열심히 일하고 있는 몇 사람들을 죽일 놈으로 만들어 매장시키고 사과를 받아내는 게 바람직한가? 음악인과 제작자, 그리고 페스티벌 기획자가 모여 잘잘못을 따지고 자체 정화를 해내는 게 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태는 단순히 ‘인디페’에만 머물지 않았다. ‘월디페’를 통해 드러난 아티스트들에 대한 처우가 이번 페스티벌 이전에도 횡행했다는 증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결국 그동안 누적된 사안들이 터졌고, 이런 불만의 표적이 된 페스티벌이 ‘월디페’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한 인디 밴드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비단 ‘월디페’에 국한된 내용이 아니다. 대형 페스티벌에서도 돈을 못 받고 무대에 서는 밴드들이 많다”며 “‘월디페’를 거부 하느냐 마냐의 문제가 아닌, 궁극적으로 국내 아티스트들에 대한 처우가 개선될 수 있는 기점으로 마련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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