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공연] 5기 동인 출범한 ‘혜화동1번지’, 현실을 건드리다

[Ki-Z 공연] 5기 동인 출범한 ‘혜화동1번지’, 현실을 건드리다

기사승인 2011-04-23 11:42:00

[쿠키 문화] ‘혜화동1번지’가 최근 5기 동인을 출범했다.

‘혜화동1번지’는 국내 유일의 연출가 동인이다. 연극의 고정관념을 벗고 개성 강한 실험극을 무대에 올릴 것을 결의하며 탄생했다. 소극장 ‘연극실험실 혜화동1번지 소극장’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1993년 기국서, 김아라, 류근혜, 박찬빈, 이병훈, 이윤택, 채승훈 등으로 1기 동인이 출범했다. 이후 2기 김광보, 박근형, 손정우, 이성열, 최용훈, 3기 김낙형, 박장렬, 송형종, 양정웅, 오유경, 이해제, 4기 김재엽, 김한길, 김혜영, 박정석, 우현종 등으로 활동해왔다. ‘혜화동1번지’ 동인은 직전 기수 구성원 각자가 추천한 연출가를 전원 합의 방식으로 다음 기수를 선출한다.

1기부터 4기까지 내려오면서 ‘혜화동1번지’는 좀더 다양한 실험을 해오고 있다. 연극평론가 이은경 씨는 “1기는 아카데미즘을 기초로 한 실험극 개발, 2기는 새로운 창작극 개발, 3기는 자생적 페스티벌 모델 개발, 4기는 극작을 겸한 개별적 연출미학 개발을 추구했다”고 평가했다. 5기 동인은 윤한솔, 이양구, 김수희, 김한내, 김제민 등으로 구성됐다.

이들이 내놓은 2011년 봄 페스티벌의 주제는 ‘나는 나르시시스트다’다. 5기는 “지금 한국 사회는 자기중심적인 사고가 팽배하며, 타인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무관심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우리 시대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큰 키워드는 ‘개인의 만족’이 최고의 가치라는 점”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이번 페스티벌에서는 나르키소스라는 신화적 메타포를 통해 이러한 내용을 확장시키려고 한다”며 “나 아닌 타자 역시 동일한 인격 주체라고 생각하는 자기반성의 시간을 만들고자 한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참가 공연은 극단 미인의 ‘더 위너’(김수희 연출·4월20일~5월1일·사진), 프로젝트 그룹 빠-다밥의 ‘인터내셔널리스트’(김한내 연출·5월4~15일), 그린피그의 ‘나는야 섹스 왕’(윤한솔 연출·5월19~29일), 극단 해인의 ‘유년의 뜰’(이양구 연출·6월3~12일), 극단 거미의 ‘배신’(김제민 연출·6월16~26일) 등이다.

‘더 위너’는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와 나머지 가족 구성원간 대립을 통해 가부장적 권위 의식이 불러온 비극의 실체를 배우들의 몸짓과 음악이 어우러진 무대 언어로 펼쳐 보인다. ‘인터내셔널리스트’는 미국인들이 세계 최강국이라는 나르시즘에 빠져있다는 가정에 따라 영어를 사용하지 못하게 될 경우 미국인이 겪을 법한 곤혹스러움을 풍자한다.

‘나는야 섹스 왕’은 해박한 성적 지식과 욕구를 갖고 있으면서도 타인과 관계를 맺지 못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실험적인 무대 연출로 풀어낸다. ‘유년의 뜰’은 저수지에 물이 빠지면 헌신짝이나 농기구, 냄비같이 수몰지 주민들의 손때 묻은 생필품이 수면 위로 올라오던 유년 시절 추억을 재구성하는 방식으로 관객들과 시간 여행을 떠난다.

마지막 연극인 ‘배신’은 7년째 불륜 관계를 지속해온 세 남녀를 통해 인간관계의 모순을 꼬집는 동시에 거울을 이용한 실험적 무대 연출을 시도한다.

5기 동인들은 “‘혜화동1번지’의 연극실험정신을 비판적으로 계승하고자 한다”며 “5기 동인은 당대의 사회적 과제와 연극의 역할에 대해 깨어있어서 매년 열릴 페스티벌을 통해 의지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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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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