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문화]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해금 연주자 꽃별(30)이 다섯 번째 앨범 ‘숲의 시간’을 발표했다. 꽃별은 이번 앨범에 수록된 12곡 중 6곡을 작곡했고 편곡에도 참여했다. 앨범의 색깔은 이전 1~4집과 확연히 달랐다. 1~3집을 편안하게, 4집을 화려하게 들었다면 이번에는 다소 무겁다는 느낌으로 다가왔다.
“1~3집은 워낙 후다닥 앨범을 만든 것도 있고, 20대 초반에 내가 어떤 음악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 저에게 ‘이런 음악을 해보지 않을래’라고 해서 시작한 거예요. 가볍게 음악을 대했고 그 감성이 낼 수 있는 음질을 냈죠. 4집 때는 화려해지고 싶었어요. 해금에 이런 면이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어서 플라멩고, 탱고 등을 오케스트라와 함께했죠. (이번에는) 철저하게 해금에만 집중해서 만든 곡들이라 약간 무겁다고 느끼신 것 같아요.”
이번 앨범은 ‘소나무 그늘’로 문을 연 뒤, ‘월하정인’ ‘푸르른’ 등으로 해금 곡을 담백하게 펼친다. 그러나 익숙하지 않다. ‘빈자리’ 등은 익숙한 멜로디라 한번 듣고도 마음을 휘어잡았지만 다른 곡들은 익숙해지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혹 꽃별이 작곡 등에 참여해서 성향이 바뀐 것이 아닐까. 연주자의 욕심이 반영이 되었을 것 같았다.
“욕심이 있을 수도 있죠. 1~4집 때보다는 뭔가가 제 안에 많이 생겼겠죠. 표현할 수 있는 것도 많아졌고요. 어떤 것을 담고 버려야할까 고민을 다 담다보니 무거워 보일 수도 있어요.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을 수 있죠.”
일본에서 데뷔한 탓에 한국에는 뒤늦게 알려졌다. 그런 만큼 한국 관객과 일본 관객에게서 느끼는 감정이 다를 것 같았다. 또 해금이라는 악기에 대해서 느끼는 양국 관객들의 모습도 꽃별이 가장 잘 설명할 것 같았다.
“사실 제가 일본에 처음 갈 때는 어느 정도 반감 같은 것이 있었어요. ‘한오백년’을 연주할 때는 제 마음 어딘가에 ‘너희 때문에 한 맺힌 민족인데 너희가 우리 슬픔을 이해할 수 있니’라는 마음이었죠. 그런데 오래 그 사람들과 만나다보니까 그 사람들 개개인과 저와는 원한관계가 없더라고요. 일본 관객들은 조용히 공연을 듣는 스타일이에요. 자신들의 감정을 무대에 전달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 박수도 조용히 쳐요. 그래서 처음에는 저를 좋아하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공연이 끝나고 저에게 와서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한글 편지를 전해주기도 하더라고요. 한국은 이미 제가 일본에서 데뷔했다고 홍보를 해서인지 ‘얼마나 잘하나보자’라는 마음으로 보는 분들도 있어요. 공연장 반응은 당연히 다르죠. 한국 분들이 열광적이고 즉각적이잖아요. 그 에너지가 마약 같아요. 해금에 대한 선입견은 일본보다 한국 관객들이 더 있는 것 같은데 10년 전과는 분명 많이 달라졌어요.”
데뷔 10년차이고 수많은 공연을 했다. 이제는 무대가 편안해질 법한데, 이 부분에서 꽃별은 고개를 저었다. 한국이든 일본이든 무대는 늘 어려운 자리다.
“공연이 편안하지 않아요. 항상 어렵고 전날에는 항상 잠을 잘 자지 못해요. 항상 무대는 엄청나게 무서운 곳이에요. 실제 성격은 그렇게 많이 긴장하는 타입이 아닌데 말이죠. 일본에선 일본어를 몰라서 멋모르고 활동을 한 셈이에요. 말을 알아듣고 그 사람들이 요구하는 것을 다 이해했다면 아마 이렇게 활동하지 못했을 거예요.”
꽃별의 음악은 피아노, 기타는 물론 다른 다양한 악기들과 결합되어 팬들과 만난다. 4집에서는 오케스트라와 결합하기도 했다. 꽃별을 통해서 해금이 크로스오버 악기로써 다양한 색깔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사람들을 알게 됐다. 해금의 강점은 무엇일까.
“피아노는 절대음을 갖고 있죠. 조율을 하더라도 그 절대음에 맞춰야하죠. 모든 악기가 피아노에 맞춰야 해요. 해금은 완전 반대에요. 해금은 정확한 조율이라는 것이 없어요. 연주자마다 다 자기만의 조율법을 가지고 있어요. 바꿔 말하면 어떤 악기에도 맞출 수 있죠. 예를 들어 피아노의 조율이 틀렸다면 그 간격을 맞출 수 있는 악기가 해금이에요. 해금이라는 악기 자체도 그렇지만 연주법 자체도 그래요. 모든 음을 들으면서 다시 만들어내야 하니까요.”
꽃별은 1~3집에서 일본 뮤지션들과 함께 했다. 체코 오케스트라와 함께한 4집부터 한국 뮤지션들과 호흡을 맞췄다. 한국과 일본 뮤지션들과 함께한 것에 대한 꽃별은 “내가 인복이 있다”며 자랑했다.
“워낙 다들 좋으신 분들이에요. 일본 뮤지션들은 제게 보물들이죠. 그 분들은 제게 ‘네가 무대에서 틀린 것이 아니라 너한테 맞추지 못한 우리가 틀린 것이다. 무대에서 네가 빛나야 한다’고 하셨어요. 제가 20대 초반에 그 분들은 40대 초반의 훌륭한 연주자들이었어요. 진짜 아기 같은 저를 키워주신 분들이죠.
한국에서 같이 일하는 뮤지션들도 오래됐어요. 제가 인복이 많은 것 같아요. 같이 일하시는 분들이 진심으로 대해주세요. ‘빨리 녹음하고 빨리 가자’가 아니라 자기 일처럼 즐거워해주시죠.”
꽃별은 해금을 통해서 스스로 변화되었다고 말한다. 실제로 꽃별의 해금 연주는 한방치료로도 쓰인다. 음악을 들으면서 심적인 안정을 찾으며 몸의 기질이 변해간다고 한다.
“해금 연주를 하면서 사실 제가 치료받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한방치료로 해금음악을 사용하신다는 분이) 저랑 인터뷰를 했었어요. 해금이 따뜻한 기운을 가지고 있어서 우울한 마음을 치료할 수 있다고 하니 신기한 일이잖아요.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까 우울하고 늪과 같은 곳에 허우적대는 저를 해금이 빼내온 것 같아요. 해금을 정말 좋아서 하면서 날 서고 거친 마음이 굉장히 많이 없어졌어요. 오랜 시간 해금이 절 치료해준 것이죠.”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Ki-Z는 쿠키뉴스에서 한 주간 연예/문화 이슈를 정리하는 주말 웹진으로 Kuki-Zoom의 약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