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6년째 헤드윅’ 조정석 “"트랜스젠더 되기 위해 이태원에서 살다시피…”"

"[쿠키人터뷰] ‘6년째 헤드윅’ 조정석 “"트랜스젠더 되기 위해 이태원에서 살다시피…”"

기사승인 2011-05-11 15:24:01

"[쿠키 연예] 한 작품과 세 번의 인연을 이어간다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 그것도 6년에 걸친 깊고 단단한 인연이다. 그만큼 해당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할 다른 인물을 찾기 어렵다는 찬사 섞인 러브 콜이고, 미완의 교향곡을 스스로 매듭지어야 하는 만만찮은 숙명에 마주하는 도전이다. 배우 조정석에게 뮤지컬 ‘헤드윅’은 그런 의미다.

지난 2005년 국내 초연을 시작으로 2008년 그리고 올해까지 ‘헤드윅’ 정식 무대에 세 번째 오르는 조정석이 맡은 캐릭터는 동독 출신의 록 가수이자 수술에 실패한 비운의 트랜스젠더 ‘헤드윅’이다.

“도대체 조정석의 ‘헤드윅’이 어떠하기에 세 번씩이나 하는 거야? 이렇게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그런 걸 인식하면 ‘헤드윅’ 무대에 또 선다는 부담감이 굉장히 커지죠. 잘할 수 있다는 확신보다는 잘게 쪼갠 ‘헤드윅’을 보여드릴 수 있다는 약속을 드리고 싶어요. 그동안엔 ‘헤드윅’을 연기로 이해하고 무대에 섰다면, 이제는 제가 ‘헤드윅’이 돼 보려고 합니다. 머리가 아닌 온몸으로 표현하는 ‘헤드윅’을 만나보실 수 있을 겁니다.”

11년차 뮤지컬 배우임에도, 세 번째 만나는 인물임에도 조정석에게 ‘헤드윅’은 여전히 난제다. 복잡 미묘한 스토리를 바탕으로 감정이 격하게 요동치는 입체적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헤드윅’은 본래 여자 아이처럼 소심한 소년이었다. 한적한 생활을 즐기던 소년에게 한 미국 병사가 “여자가 돼 결혼을 해 달라”는 요청을 하고, 그를 위해 수술대에 오르지만 결국 여자도 남자도 아닌 정체불명의 트랜스젠더가 되고 만다. 레스토랑을 전전하며 노래를 부르던 중 소년 ‘토미’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배신을 당한다. 기쁨과 환희, 슬픔과 분노가 날실과 씨실처럼 얽혀 있는 인물이다.

“‘헤드윅’을 연기할 때마다 느낀 거지만 인물의 감정선이 상당히 복잡하다는 거예요. 그동안 여러 편의 뮤지컬을 소화하면서 깨달은 건 머리로 이해하는 것보다는 가슴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처음에는 제가 의도하고 연습한대로 잘 흘러가지 않겠지만 서서히 ‘헤드윅’에 동화돼 가려고요.”

‘헤드윅’을 가슴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조정석이 한 일은 서울 이태원에 살다시피 하면서 무작정 트랜스젠더들을 마주한 것이다. 그들과 만나면서 그들의 삶도, 감정도 조금씩 마음 안으로 들어왔다. “완전한 여자가 되진 못했지만 남자에게 상처 받으면 아파하고 슬퍼하는, 감정이 아주 여리고 풍부한 친구예요. ‘헤드윅’의 삶이, 그 안에 스며있는 감정이 이제 좀 들어오네요.”



‘헤드윅’으로 변신하는 마지막 단계는 ‘분장과 의상’이라고 귀띔했다. 건실한 이미지의 개그맨 윤형빈이 진한 아이라인 화장을 하고 짧은 핫팬츠를 입어 독설가 ‘왕비호’로 변신하듯, 조정석에게 있어 ‘헤드윅’도 분장과 의상을 통해 완성된단다.

“무대에서 연기하는 사람은 분장과 의상에 상당히 영향을 받아요. 저도 ‘헤드윅’이 되기 위해 1시간 정도 분장하는데요. 그렇게 분장을 하고 옷을 입으면 자신감이 커져요. 특히 매니큐어를 바를 때 내가 세상에서 제가 가장 예쁘고 섹시한 여자라는 생각이 들어요(웃음). 그렇게 자기 최면을 걸면 무대 위에서도 인물에 몰입하기 쉬워지고요. 그게 아마도 ‘헤드윅’을 완성시키는 마지막 단계인 것 같아요.”

‘헤드윅’ 캐릭터는 조정석 외에도 배우 최재웅과 김재욱, 그룹 신화 출신의 김동완이 번갈아 가며 맡는다. 한 캐릭터를 4명이 맡는다는 점에서 관객은 선택의 폭이 넓어지지만, 배우의 입장에서는 비교·분석을 피할 수 없어 다소 부담스럽다. 배우들끼리 내부 경쟁은 없을까.

“경쟁의식이요? 너무 없어서 탈이죠(웃음). 다들 자기가 이해하고 느끼는 ‘헤드윅’을 연기할 뿐이에요. 저도 제 공연에만 집중하고 있고요. 대본 분석을 통해 다시 한 번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어요. ‘헤드윅’은 분명 슬픈 캐릭터지만 이번 공연에는 발랄한 매력을 추가하려고요. 왜 정말 슬프면 웃음이 나오는 법이잖아요. 애잔한 느낌을 밝게 승화시켜 보려합니다. 관객도 기존의 ‘헤드윅’과는 다르게 느끼시지 않을까 싶고요.”

6년간 ‘헤드윅’을 연기 중인 조정석은 오는 14일부터 서울 대치동 KT&G 상상아트홀에서 자신만의 ‘헤드윅’ 역사를 다시 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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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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