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수막염 앓는 훈련병 야간행군 사망… 고열 호소에 타이레놀 2알만 처방 ‘논란’

뇌수막염 앓는 훈련병 야간행군 사망… 고열 호소에 타이레놀 2알만 처방 ‘논란’

기사승인 2011-05-13 09:37:00
육군훈련소 훈련병이 야간행군 훈련을 받다가 급성호흡곤란으로 숨진 사실이 12일 뒤늦게 확인됐다. 사망한 훈련병은 뇌수막염을 앓고 있었지만 훈련소 측은 해열진통제(타이레놀) 2정만 처방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육군과 유가족 등에 따르면 노모(23) 훈련병은 지난달 22일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새벽 2시10분까지 20㎞ 완전군장 행군을 마치고 부대로 복귀했다. 노 훈련병은 이후 37.9도의 고열 증세를 보였고 새벽 3시40분쯤 분대장(일병)을 따라 연대 의무실에서 진료를 받았다. 노 훈련병은 의무실에서 일병 계급의 의무병에게서 타이레놀 2정을 처방받은 뒤 내무실로 복귀했다. 당시 군의관은 퇴근한 상태였으며 노 훈련병의 상태에 대해서도 보고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훈련병은 날이 밝은 뒤에도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낮 12시20분쯤 육군훈련소 지구병원으로 후송됐다. 지구병원 측은 노 훈련병에게 패혈증 증상이 나타나자 오후 3시30분쯤 민간병원인 건양대병원으로 옮겼으나 노 훈련병은 24일 오전 7시쯤 숨을 거뒀다.

노 훈련병은 뇌수막염을 앓고 있었으며 이로 인해 패혈증과 급성호흡곤란 증세가 유발된 것으로 부검 결과 밝혀졌다. 잠복기가 수일에 불과한 뇌수막염의 특성을 고려하면 입대 후 병에 걸렸을 개연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유가족들은 키 173㎝, 몸무게 70㎏의 다부진 체격으로 현역 1급 판정을 받은 노 훈련병은 입대 전 특별한 병을 앓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훈련소 측은 노 훈련병의 열이 그다지 높지 않아 의무실에서 일단 해열제만 처방했던 것이며, 몸에 이상이 있는 훈련병은 행군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 훈련병의 훈련소 동기들은 유족에게 보낸 편지에서 노 훈련병이 행군 당시 체력이 떨어져 걷기 어려운 상태였다고 전했다. 유족들은 또 훈련병들이 몸이 안 좋아도 억압적인 분위기 때문에 행군에 빠질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속보유저 기자
yido@kmib.co.kr
속보유저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