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개골과 지능의 차이…과학논쟁은 계속된다

두개골과 지능의 차이…과학논쟁은 계속된다

기사승인 2011-06-14 18:28:00
과학논쟁은 계속된다.

과학사에서 과학자의 주관이 개입된 대표적 오류로 인용되어온 사례가 있다. 바로 두개골과 지능 사이 상관관계가 있다는 19세기 미국 자연인류학자 새뮤얼 모튼의 연구다.

‘뇌가 큰 백인종이 지능도 가장 높다’는 모튼의 주장은 후대에 ‘과학적 인종주의’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모튼을 비판한 후대 학자의 연구는 ‘과학적’이었을까.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새롭게 제기됐다고 뉴욕타임스(NYT)와 유에스에이투데이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펜실베니아 대학 자연인류학 연구팀은 최근 모튼이 연구에 사용한 두개골을 다시 박물관에서 꺼냈다. 모튼이 19세기 전 세계에서 모은 인종별 두개골은 약 1000개였다. 이것들은 현재 필라델피아대 고고인류학 박물관에 보관돼 있다.

연구팀은 두개골 가운데 절반의 크기를 다시 쟀다. 그리고 19세기 모튼이 남긴 기록과 대조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후대 학자들의 지적과 달리 모튼의 측량은 대부분 정확했다. 약 2% 정도에서만 ‘의미있는’ 오류가 있을 뿐이었다.

그동안 모튼을 비판한 학자들은 “그가 기록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모튼이 인종적 편견에 사로잡혀 인종별 두개골 크기를 서로 다르게 측정했다는 것이다.

가장 선두에서 모튼을 비판한 사람은 미 하버드대에서 오랫동안 진화생물학과 과학사를 가르친 스티븐 굴드였다. (굴드는 2002년 사망했다.) 굴드는 모튼이 선험적 확신(prior conviction) 때문에 연구를 날조했다고 지적했다. 조작은 의도적인 것은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이뤄졌다는 분석도 내놨다. 이런 주장을 담은 굴드의 책과 논문은 ‘과학자도 사회문화적 맥락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간이며, 자연 세계의 진리를 직접적으로 알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라는 일부 과학사회학자들의 명제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펜실베니아대 연구팀은 굴드의 이런 주장이 오히려 과학자에 대한 잘못된 가설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과학자도 사회적 존재라는 선입견이 모튼에게 조작이라는 혐의를 씌웠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굴드가 두개골을 재보지 않고 모튼의 연구 자료에만 의존해 반대 주장을 편 사실을 찾아냈다. 굴드가 통계에서 하위 집단의 존재를 빼놓거나 계산에서 여러 실수를 한 점도 발견됐다.

연구팀은 과학저널 ‘플로스 바이올로지’에 논문을 싣고 “우리의 연구 결과는 모튼이 그의 선입견을 위해 데이터를 조작하지 않았다는 점을 밝혀냈다. 하지만 굴드는 정반대였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모튼의 ‘객관주의자’로서의 당대의 명성은 보호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흥미롭게도 모튼은 필라델피아 태생으로 1820년 펜실베니아 대학을 졸업하고 이 대학에서 해부학 교수를 지냈다. 모교 후배 연구팀에 의해 연구의 객관성을 옹호받은 셈이다.

그렇다면 모튼의 ‘두개골이 클수록 지능도 높다’는 주장도 옹호받을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두개골의 크기와 지능 사이에는 아무 상관이 없으며, 유럽인의 두개골이 아프리카인에 비해 더 큰 이유는 기후 때문이라는 사실은 과학자들 사이에서 더 이상 의심받지 않고 있다. 추운 곳에 살수록 두개골이 더 크다는 것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권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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