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가요계의 주류는 여전히 아이돌 그룹이다. 몇 해 전부터 “올해가 아이돌 그룹의 끝”이라고 말해 왔지만 아이돌 열풍은 계속되고 없다. 현재도 가요계 진출을 꿈꾸며 출격 준비를 마친 아이돌 그룹만 10여 팀이 훌쩍 넘는다.
그래도 2011년 들어 달라진 점이 있다면 이들의 흔들림이 보이기 시작했다. 일시적일지 근본적 변화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현 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아이돌과 댄스곡만 보이던 방송에 ‘아이돌 이외’의 가수와 노래가 대거 등장했다는 사실이다.
국내에서의 위축은 더욱 활발한 해외진출로 이어졌다. 아이돌을 중심으로 한 케이팝은 아시아에만 머물지 않았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미국 LA에 이어 올해는 프랑스 파리에서 SMTOWN을 개최하면서 유럽 진출의 신호탄을 쐈다.
◇ ‘슈퍼스타K’ ‘위대한 탄생’ ‘나는 가수다’…과거를 노래하다
지난 5월 13일 KBS 2TV 음악순위프로그램 ‘뮤직뱅크’에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 2000년에 발표된 임재범의 ‘너를 위해’가 1위 후보에 올라 박재범과 대결을 펼치다가 2위를 했다. 지난 3월 이소라의 2004년도 발표곡 ‘바람이 분다’가 7년 만에 ‘뮤직뱅크’ 차트에 재진입해 15위를 한 것에 이어 또다시 과거의 노래가 돌풍을 일으킨 것이다. 모두 MBC 예능프로그램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의 힘이다.
2011년 상반기 가요계의 승자는 사실상 1980년대로부터 2000년대 초반에 불렸던 과거의 명곡들이다. ‘나가수’를 비롯해 ‘슈퍼스타K’(이하 ‘슈스케’), ‘위대한 탄생’(이하 ‘위탄’) 등에서 당시의 히트 곡들이 줄줄이 불려지면서 이 노래들을 듣고 자란 30~40대뿐 아니라 10~20대의 감성까지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가요계에서 앨범이 음반시장에서 팔렸던 시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디지털 음원 시대다. 과거의 명곡들은 변화된 음악시장 상황에 빠른 적응력을 보였다. 17일 현재 멜론 일간 차트에는 ‘나와 같다면’(1998년), ‘천일동안’(1995), ‘늪’(1994), ‘여러분’(1984),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1990), ‘너를 위해’(2000), ‘여전히 아름다운지’(1999), ‘그대 내품에’(1987) 등 ‘나가수’에서 불린 노래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또 ‘슈스케’나 ‘위탄’에서 불려진 과거의 히트 곡들 역시 음원으로 발표될 때마다 음악 차트 상위권을 휩쓸었다.
지나간 명곡들이 재조명받으면서 015B나 김완선 등 과거의 가수들이 다시 대중들 앞에 나서기 시작했다. 또 임재범의 솔로 1집은 물론이고 김광석, 전인권, 조하문의 1980~90년대 앨범들이 다시 빛을 보기 시작했다.
동전의 양면처럼 역효과도 나타났다. 방송 프로그램을 등에 업은 과거의 히트 곡들이 음악 차트를 점령하면서 새로이 앨범을 제작하는 이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가뜩이나 어려운 음반시장에서 나눠 먹을 ‘파이’가 더 작아졌다는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데뷔 21년차인 신승훈은 노래가 감동을 부르는 시대가 다시 오고 과거의 명곡들이 재조명받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하면서도 “이제 막 제대로 음악 좀 하려는 5~7년차들은 설 자리가 좁아진 게 사실이다. 이 모든 것들이 음원 수익으로 연결된다. ‘나가수’가 방송된 주(週)에 발표되는 중견가수들의 고급스러운 음악은 순위에도 못 들어가는 식이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 유투브 탄 케이팝, 아시아 넘어 세계로
국내 가요계에서 과거의 히트 곡들이 재조명되는 사이 아이돌을 중심으로 한 케이팝은 세계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이미 아시아권은 평정하다시피 한 케이팝은 유투브를 활용해 전 세계에 많은 팬을 거느리게 됐다.
지난해 10월 미국 LA에서 SMTOWN을 개최한 SM엔터테인먼트는 올해 6월에는 프랑스 파리로 무대를 옮겨 유럽에서도 큰 관심을 모았다. 특히 파리의 팬들은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케이팝 가수들의 공연 일정 연장을 요구하는 시위까지 벌이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한국 가수들이 가지도 않은 브라질을 비롯해 중남미, 아프리카까지 케이팝 열풍이 번져갔고 한국 가수들을 패러디하거나 가사를 따라 부르는 동영상이 잇따라 인터넷에 올라 왔다.
이러한 케이팝 열풍의 중심에는 유투브가 존재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1월 한국의 대형 연예기획사들이 유투브를 활용해 소속 가수들의 해외진출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특히 유투브를 활용할 경우 별도의 음반 홍보비용이 들지 않는데다 데뷔 전 시장의 반응을 미리 살필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국내 굴지의 연예기획사 관계자는 “국내 인지도가 낮은 아이돌인데도 불구하고 유투브에 케이팝으로 소개되면 이름도 생소한 나라에서 연락이 온다”며 “이것이 거품인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전략을 짜는 데 있어서 유투브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라고 평가했다.
케이팝의 해외 진출이 가시적 성과를 보이자 정부 역시 지원책 마련에 착수했다. 정부의 중장기 로드맵은 기존 한류 시장인 중국, 일본 등 아시아 및 새로운 시장인 유럽, 중남미, 중동 등에서의 한류 활성화를 지원하는 투 트랙(two track) 전략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안타까운 것은 한류 지원 정부 예산이 매년 급감하고 있으며 특히 케이팝 해외 진출 지원금 규모가 올해 3억 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가요계에서는 정부의 실질적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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