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머리 여드름 청년, 골프계를 뒤흔들다

배추머리 여드름 청년, 골프계를 뒤흔들다

기사승인 2011-06-20 09:48:00
[쿠키 스포츠] ‘새로운 타이거’가 탄생했다. 배추머리에 아직 여드름 얼굴을 가진 스물두 살 북아일랜드 시골청년이 세계 골프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미국 메릴랜드주 베세스터 콩그레셔널 골프장에서 열린 제111회 US오픈 마지막날인 19일 역대 최다 언더파 기록인 16언더파로 우승을 차지한 로리 매킬로이의 샷은 압도적이었다.

지난 4월 열린 또 하나의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에서 3라운드까지 4타차 단독선두를 달리다 마지막 날 중압감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무너졌던 매킬로이였지만 이 날은 전혀 달랐다.

다른 선수들을 아랑곳 하지 않는 강심장, 자기만의 경기에 몰입하는 극도의 집중력, 어디에도 흠 잡을 데 없는 스윙, 진지하기 이를 데 없는 표정….

수만명의 관중들은 그의 플레이에 매료돼 연신 기립박수를 쳤다. 동료 선수들은 거의 압도당한 수준이었다.

역대 최고로 긴 코스, 길이 12㎝에 이르는 러프, 유리에 비교되는 빠른 그린도 그를 막지 못했다.

매킬로이는 4라운드 72홀 동안 단 두개의 보기만 범했을 뿐이다. 드라이버샷은 거의 페어웨이로 날아갔고 거의 매홀 버디 찬스를 맞을 정도로 아이언샷은 정확했다.

같은 북아일랜드 출신으로 작년 US오픈 우승자인 프로골프선수인 그레임 맥도웰은 “로리가 온갖 수단을 모두 동원해 선수들을 괴롭히기로 작정한 미국 프로골프협회(USGA)의 코스 세팅을 완전히 초토화시켜버렸다”면서 “US오픈 역사상 이처럼 압도적인 스코어는 2000년 타이거 우즈 이후 처음”이라고 흥분했다.

잇딴 섹스 스캔들로 추락한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의 자리를 매킬로이가 차지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22세1개월의 나이인 매킬로이가 세운 우승 스코어 언더파는 2000년 페블비치 골프장에서 우즈가 적어낸 12언더파를 4타나 더 줄인 것이고 2위 제이슨 데이(호주·8언더파)와의 8타 차는 역대 US오픈에서 네 번째로 큰 타수 차 우승 기록이다.

매킬로이와 챔피언조에서 동반 플레이를 펼친 양용은(39·KB금융그룹)은 버디 퍼트가 번번이 홀을 외면해 타수를 줄이지 못하고 공동 3위(6언더파 278타)에 머물렀다.

하지만 양용은은 2009년 PGA 챔피언십 우승 이후 찾아왔던 부진을 털어내고 역대 US오픈에 출전한 한국 선수 가운데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차세대 골프황제로 평가받으면서도 메이저대회 우승 문턱을 넘지 못했던 매킬로이는 2위인 양용은에 8타 차로 앞선 채 시작한 4라운드에서 흔들림 없는 플레이를 해 이번에는 우승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매킬로이는 마지막 홀에서 두 번째 샷이 짧아 그린에 못 미친 가장자리에 떨어졌지만 세 번째 샷을 퍼터로 굴려 홀 30㎝ 앞에 붙이는 묘기를 보여준 뒤 챔피언다운 파퍼트를 성공시켰다.

한국 선수 가운데 양용은 다음으로는 노승열(20·타이틀리스트)과 김경태(25·신한금융그룹), 김도훈(22·넥슨)이 공동 30위(2오버파 286타)로 좋은 성적을 남겼다.

강성훈(24·신한금융그룹)이 공동 39위(3오버파 287타)로 뒤를 이었고 마지막 날 4타를 줄인 배상문(25·우리투자증권)은 공동 42위(4오버파 288타)까지 순위를 끌어올렸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신창호 기자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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