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영아 유기 범인은 이중생활한 20세 미혼모…아이 버리는 사회

지하철역 영아 유기 범인은 이중생활한 20세 미혼모…아이 버리는 사회

기사승인 2011-06-23 17:52:00
[쿠키 사회] 영아시신을 가방에 담아 지하철 물품보관함에 버린 20대 여성은 부모에게 서울대 법대에 다닌다고 속이는 등 이중생활을 하다 원치 않은 임신으로 생긴 아기가 숨지자 시신을 유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방배경찰서는 지난 8일 서울 지하철 7호선 신풍역 물품보관함에 영아 시신을 버린 혐의(사체 유기 등)로 김모(20·여)씨를 붙잡아 조사 중이라고 23일 밝혔다.

물품보관함 관리업체는 장기간 찾아가지 않는 가방을 내방역 창고로 보냈고 심한 냄새를 이상하게 여긴 관리인이 가방을 열어 본 뒤 숨진 아기를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물품보관함에 기록된 휴대전화 결제내역과 사진을 토대로 김씨를 검거했다.

김씨는 경찰에서 “인터넷 채팅에서 만난 한 살 위 남자친구를 사귀다 지난해 8월 임신했다”면서 “지난달 31일 안양의 한 모텔에서 홀로 남자 아이를 낳았으나 나흘 뒤 잠을 자고 일어나 보니 아기가 베개에 엎어져 질식해 숨져 있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아이가 죽자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대학에 합격한 적이 없는 김씨는 성적표를 위조하며 부모를 속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 아버지는 “딸이 2010년 고등학교를 졸업한뒤 성균관대에 들어갔다가 올해 서울대 법대에 다시 입학한 것으로 알았다”면서 “사법고시 1차 시험도 통과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가 학생 시절 말썽 한 번 안 부리고 공부를 잘했던 데다 만점에 가까운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를 가져와 의심할 여지 없이 믿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출산일이 가까워지던 지난 4월 가족이 다른 도시로 이사하자 기숙사 입사를 핑계로 집을 나와 모텔에서 혼자 지내기 시작했다. 아버지가 통장과 직불카드를 줘 생활비는 부족하지 않았다.

경찰이 설득해 아버지가 딸에게 만나자고 전화를 했을 때도 김씨는 “지금 막 저녁 먹고 기숙사로 돌아왔다”고 거짓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김씨가 고의로 아기를 숨지게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시신을 부검하고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김씨처럼 자신이 낳은 아이를 버리는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영아유기 혐의로 입건된 사건은 모두 26건이다. 피의자는 주로 10대와 20대다. 10대와 20대가 각각 11명으로, 전체의 64.8%를 차지한다. 어린 부모들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임신을 한 뒤 충격과 공포 속에 아이를 버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전문가들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영아 유기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또한 미혼모나 10대 부부의 환경과 나이 등을 참작돼 ‘솜방망이 처벌’이 많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이선희 정부경 기자 sunny@kmib.co.kr
조현우 기자
su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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