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우 향한 총기난사…해병 김상병은 왜 그랬을까?

전우 향한 총기난사…해병 김상병은 왜 그랬을까?

기사승인 2011-07-04 17:26:02
[쿠키 사회] ‘도대체 그 곳에선 무슨 일이 있었을까’

4일 오전 11시50분, 점심 시간을 앞둔 경기 강화도 해병대 2사단 해안 초소에서는 엄청난 총소리가 터졌다. 이 부대 소속 김모 상병이 같은 소대원이 생활하는 생활관에 K-2 소총을 난사했기 때문이다.

그가 마구 쏘아댄 총탄에 이승훈 하사(25)와 이승령 상병(20), 박치현 상병(21), 권승혁 이병(20) 등이 숨지고 권혁 이병(19) 등 2명이 크게 다쳐 군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김 상병은 생활관에 소총을 난사한 뒤 뛰쳐나와 바깥에서 수류탄도 터뜨렸다.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는 수류탄 파편에 가벼운 부상만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생활관에서는 장교인 소대장을 포함해 30여명의 해병대원이 함께 생활해왔다.

군 당국은 아직까지 “김 상병의 신병을 확보하고 현장에 있던 근무자 전원을 조사하고 있지만 아무런 진술도 받아내지 못했다”면서 “원인은 파악되지 않았고 조사중”이라고만 밝히고 있다.

부대원 가운데 다치거나 숨진 이가 6명이고 나머지는 모두 무사한 데 목격자 진술도 없고 원인에 대한 어떠한 언급도 없는 것이다.

감추는 것일까 아니면 아직 못 밝혀낸 것일까. 이 사건을 보는 국민들의 눈은 의심으로 가득차 있다. 아무런 불만도 없이 한 해병대원이 무장도 하지 않은 같은 부대 전우들을 향해 자동소총을 난사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군 당국은 평소 김 상병이 어떻게 생활해왔는지, 동료 또는 지휘관과의 관계는 어떠했는지조차 “아는 바 없다. 조사가 어느 정도 진행돼 결과가 나와야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있다”며 밝히지 않고 있다.

김 상병의 신병을 확보한 과정에 대해서도 전혀 설명하지 않고 있다. 소총으로 실탄을 퍼붓고 수류탄까지 터뜨린 그를 현장에서 분명히 다른 해병대원들이 붙잡았거나 스스로 투항했을 텐데도 국방부와 해병대사령부는 “임시 사고조사반을 편성해 현장에서 정확한 경위를 파악중”이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사건 당시 내무반 상황에 대해 “소대장을 포함해 30여명이 생활관에서 근무하고 있었다”고 언급하면서도 왜 그들 가운데 6명만 피격을 당했는지, 총상을 입지 않고 멀쩡한 나머지 대원들은 뭘 하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입만 굳게 다물고 있다.

K-2 소총 탄창에는 기본적으로 20발의 총탄이 들어간다고 한다. 이 가운데 공포탄은 5발. 최소한 김 상병은 15발을 모두 동료 해병대원들을 향해 발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실탄이 떨어지자 생활관 밖으로 나와 수류탄도 터뜨렸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사기가 높고 군기가 세며 대원 대원마다 자부심으로 가득찼다고 하는 최정예 해병부대에서, 그것도 북한과의 휴전선을 맞대고 있는 해안초소를 지키는 소대에서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벌어졌다.

사고원인에 대해 아무런 내용도 포함되지 않은 채 사망자와 부상자 숫자만 늘어놓는 군 당국의 발표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답답할 뿐 아니라 안보에 대한 불안감마저 떨칠 수가 없다. 국민일보 쿠키뉴스팀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신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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