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영화 ‘고래를 찾는 자전거’(감독 김영로․제작 필마픽쳐스)는 한편의 동화 같은 착한 영화다.
아이들에게 마냥 신비로운 대상인 ‘고래’를 소재로 이를 찾아 떠나는 남매의 희망차면서도 가슴 찡한 여정을 그린다. 어릴 적 부모를 여의고 점점 눈이 멀어져 가는 동생 은하(이슬기)와 둘이 살아가는 오빠 은철(박지빈). 제 나이보다 의젓해진 그는 고래를 보고 싶어 하는 동생을 위해 울산 장성포로 떠난다. 동생이 시력을 잃기 전에 고래를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쉼 없이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자전거를 타고 전라도에서 울산 장성포로 가는 것을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이들을 돕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아빠의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비밀을 간직한 떠돌이 객 덕수(이문식)와 엄마같이 포근한 언양 댁(김여진)이다.
장성포에 도착해 고래를 볼 수 있다는 남매의 희망은 덕수와 언양 댁의 도움으로 점점 현실화된다. 짧은 만남이지만 이들의 모습을 통해 영화는 한층 따뜻해진다. 아픈 동생을 끔찍이 챙기는 오빠의 모습에서 진한 우애를, 제 자식도 아닌 남매를 사랑으로 보살피는 덕수와 언양 댁을 통해서는 뭉클한 정이 느껴진다.
또 덕수와 그를 쫓는 불법 고래잡이 장두칠(강성필) 사이에서 벌어지는 쫓고 쫓기는 이야기는 소소한 재미를 선사한다. 어른들에게는 순수한 동심을, 아이들에게는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극의 전개가 다소 지루하고 영화가 상황을 지나치게 친절하게 설명해줘 늘어지는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또 남매가 고래를 찾아 나서는 이유를 더 설득력 있게 보여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희망찰 것만 같던 이들의 여정이 후반부로 갈수록 반전을 맞이한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뻔한 복선을 암시, 모든 상황을 예상 가능케 해 극의 재미를 덜었다.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했다. 이문식과 김여진의 천연덕스러운 연기는 두말할 나위 없고 박지빈의 사투리 연기도 괜찮았다. 다만 은하 역을 맡은 이슬기 양의 어색한 사투리와 부정확한 발음이 극의 몰입을 다소 방해했다.
영화를 제작한 필마픽쳐스의 송기윤 회장은 “흥행을 위해 만든 영화가 아니다”면서 “좋은 영화의 귀감이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송 회장의 말처럼 ‘고래를 찾는 자전거’가 좋은 영화의 귀감이 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웃음이나 진한 감동 코드를 잡았다면 더 좋았을 법했다. 오는 22일 개봉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지윤 기자 poodel@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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