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이슈] 막 내린 BIFF, 끝이 민망하니 화려함도 ‘퇴색’

[Ki-Z 이슈] 막 내린 BIFF, 끝이 민망하니 화려함도 ‘퇴색’

기사승인 2011-10-15 13:01:00

"[쿠키 영화] 영문 명칭을 ‘PIFF’에서 ‘BIFF’로 바꾸고, 이용관 첫 단독위원장 체제로 시작된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14일 축제의 막을 내렸다. 6일 화려한 레드카펫에서 시작해 국내외 스타들의 대거 등장은 여전히 영화팬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미숙한 마무리는 축제의 화려함을 순식간에 퇴색시켜버려 아쉬움을 남겼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정리해본다.

김꽃지-오인혜, 두 여배우 영화제의 떠들썩한 시작을 알리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의 시작은 역시 스타들이 대거 등장하는 레드카펫이었다. 그동안 요트경기장에서 열렸던 레드카펫이 처음으로 영화의 전당으로 옮긴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는 무명의 여배우 오인혜로 인해 떠들썩한 시작을 알렸다.

실상 이번 영화제 개막식 당일 오전에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사망하는 전 세계적인 이슈와 동시간대 방송된 한류드림콘서트로 인해 인터넷에서 영화제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고 있었다. 이를 노출 강도 높은 여배우들이 반전을 꾀했고, 오인혜를 단숨에 분위기를 바꿨다. 물론 이후 비판이 제기됐지만, 이틀간 인터넷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를 차지한 오인혜는 엉뚱하게 달라진 부산국제영화제를 알리는 역할을 일부 수행해냈다.

동시에 같은 레드카펫이지만 전혀 다른 모습으로 화제를 모은 여배우도 있다. 바로 ‘똥파리’의 여주인공이자, 이번 ‘돼지의 왕’에서 목소리 연기에 참여한 김꽃비다. 여균동 감독, 김조광수 청년필름 대표와 함께 등장한 그는 한진중공업 작업복을 입고 나와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크레인 위에서 1인 시위 중인 민주노총 김진숙 위원과 해군기지 설립 문제로 시위 중인 제주 강정마을을 지지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후 누리꾼들 사이에 ‘개념 여배우’로 눈길을 끌었다.



20만 가까운 관람객 모은 BIFF…숫자로 보다

올 영화제에는 70개국에서 307편의 영화가 초청됐다. 영화제의 대외적 위상을 드러내는 월드프리미어는 86편, 자국 외에서 영화를 첫 공개하는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는 45편에 달했다. 그리고 해운대 일대 5개 극장에서 상영된 이들 영화를 보려고 온 관객들은 19만6177명. 지난해보다 1만 여명이 늘어났다. 좌석 점유율 역시 83%로 지난해 78%보다 상승했다.

감독과 배우들을 비롯해 영화제를 찾은 게스트는 국내 게스트 4482명과 해외 게스트 1999명 등 총 8828명이다. 영화제를 취재하러 온 내외신 기자의 숫자도 무려 2440명이다.

관객들과 가까이 만나는 다양한 행사도 다채롭게 개최됐다. 마스터 클래스 4회, 핸드프린팅 4회, 오픈토크 5회, 야외무대 인사 11회, 관객과의 대화 290회, 기자회견 13회, 인터뷰 165회 등은 평소 보지 못한 배우들과 감독들을 관객들이 직접 접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영화를 사고 파는 필름 마캇의 활성화 역시 눈에 띄었다. 마켓 장소가 호텔을 벗어나 해운데 벡스코에서 진행돼 이런 활성화를 뒷받침했다. 아시안필름마켓의 경우 BIFCOM을 포함해 28개국 177개 업체가 참여했으며 109개의 부스가 마련됐다. 지난해 26개국 108개 업체, 51개 부스와 비교하면 눈에 띄는 성장세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이름 올린 수상작들은…

관객들이 영화와 스타들을 만나는 사이 열린 올 영화제 시상식의 최대 수혜자는 연상호 감독의 ‘돼지의 왕’. 양익준 감독, 배우 오정세, 김혜나, 박희본, 김꽃비가 목소리 연기에 참여해 화제를 모은 이 애니메이션 영화는 넷팩상을 비롯해 한국영화감독조합에서 주는 감독상과 CGV 무비꼴라쥬상까지 휩쓸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받은 최초의 애니메이션이라는 기록까지 남겼다.

아시아 전역에서 활동하는 뛰어난 신예 감독에게 돌아가는 뉴 커런츠상은 ‘소리 없는 여행’의 모르테자 파르샤바프 감독과 ‘니뇨’의 로이 아르세나스 감독이 받았고, 비아시아권의 주목할만한 신인 감독을 대상으로 하는 플래시 포워드상에는 ‘그곳’의 귀도 롬바르디 감독이 이름을 올렸다. 비프메세나 상에는 ‘나비와 바다’를 연출한 박배일 감독과 ‘쇼지와 타카오’를 연출한 이데 요코 감독이 맡았다.



부실한 영화의 전당, 결국 위원장까지 폭발

제16회 부산국제영화제가 화려하게 시작해 양적으로 상승하고 질적으로 다양한 평가가 나오는 사이 ‘혹평’으로 영화제를 ‘창피’하게 만드는 일이 벌어졌다. 바로 이번 영화제의 중심 공간으로 활용된 영화의 전당이다.

폐막식이 열리는 14일 낮. 영화제 사무국 등이 위치한 비프힐과 두레라움 광장의 건물 천장에서 빗물이 쏟아졌다. 무려 1600억 원이나 투입된 건물에서 비가 새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영화제 개막전에 가장 문제점으로 지목된 영화의 전당 부실공사의 한꺼번에 보여준 셈이다. 실제로 영화제 개막일까지도 졸속 공사로 인해 비난을 받았다. 바닥에는 타일이 굴러다녔고, 영화의 전당 곳곳에 준비되지 않은 모습을 여실히 보여줬다.

오죽하면 한 남자배우는 영화제 전 인터뷰에서 “영화제 레드카펫 후 바로 숙소로 갈 것이다. 졸속 공사라고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디 무서워서 앉아서 영화 보겠냐”는 농담반 진담반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러나 부산시와 영화제 측은 “개막식때까지 완벽하게 마무리할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그러나 폐막식 당일 비가 새자, 이용관 집행위원장도 폭발했다. 결산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 집행위원장은 “1회부터 영화제를 치러왔지만 이번처럼 힘겨운 영화제는 처음이었다"며 "개막작 시사회 때 마이크가 고장 나 행사에 차질을 빚는가 하면 각종 문제가 생겼을 때 시설 관리팀의 협조가 전혀 없었다”고 비난했다. 심지어 이 집행위원장은 “영화의 전당이라는 완성되지 않은 큰 옷을 입고 힘겨운 영화제를 치를 바에야 텐트를 쳐놓고 영화제를 치르는 편이 낫다”고 까지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영화의 전당은 해운대구 센텀시티내 3만2,137㎡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9층 규모로 건립됐으며 모두 1679억여 억 원이 투입됐다. 시공사인 한진중공업 측은 영화제가 끝나는 대로 보수공사 등 마무리 공사를 한 뒤 올해 말 준공검사를 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이미 세계적인 영화제로 발돋움한 부산국제영화제의 위상에 커다란 상처를 입힌 이번 사건이 내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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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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