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무대 위에서 즐길 줄 아는 가수들은 많다. 그러나 그 즐거움을 자신들을 지켜보는 이들과 함께 할 수 있도록 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내공이 축적되지 않으면, 멍하니 바라보는 이들 앞에서 광대놀음 한번 하고 내려오기 쉽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치지(Cheezy, 본명 이상학)와 씨에스피(Csp, 본명 박인엽)으로 구성된 크리스피 크런치(Crispi Crunch)는 시간의 내공과 더불어 선천적으로 자신들의 즐거움을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능력을 타고 난 듯 싶었다.
크리스피 크런치는 2010년 ‘힙합이나 하고 다니고’로 데뷔해, 방송 대신 공연 위주로 자신들을 알렸다. 그리고 이번에 힙합 리듬에 클럽 음악을 접목시킨 미니앨범 ‘떰즈 업’(Thumbs Up)을 발표했다. 듣기에도 흥겹고, 그들이 무대에서 퍼포먼스를 펼치는 모습도 재미있다. 언제 어디서든 이 노래를 들으면 같이 뛰어야 될 것 같은 느낌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뭘하든 즐거워야죠. 저희도 즐겁고 듣는 사람들도 즐겁고요. 저희들이 심심하거나 지루한 것은 좋아하지 않아요. 그래서 음악도 심심할 때 간식을 찾는 것처럼, 찾아서 즐거운 마음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을 하죠.”(씨에스피)
사실 이들은 홍대 언더그라운드에서 꽤 유명인들이다. 미국에서 유년기를 보낸 치지는 타타클랜으로 활동했었고, 최연소 힙합 레이블 쏘울커넥션을 세운 씨에스피는 최근에는 ''반전래퍼'' 방용국의 스승으로도 인지도를 높였다. 이들은 지난해 의기투합해 크리스피 크린치를 결성했고, 이후 현재의 소속사와 계약을 맺었다. 어떻게 보면 둘 다 중고신인인 셈이다.
“저는 2008년에 정식 데뷔를 타타클랜으로 정식 데뷔를 했죠. 하지만 홍대 무대에 올라간 것은 그 전인 2003년이에요. 지금 기획사와는 소리 씨의 ‘심장이 춤춘다’를 부를 때, 같은 무대에 서면서 인연이 됐죠. 당시 ‘뮤직뱅크’ 무대에 소리 씨랑 같이 섰는데, 잘해야 된다는 압박감 때문에 다리가 떨리기까지 했죠.(웃음) 타타클랜 때도 무대에 서기는 했지만, 한 번에 저의 모습을 각인시켜야 했으니까요.”(치지)
“전 2001년 정도부터 홍대 무대에 섰어요. 그때가 중학교 3학년 때였던 것 같아요. 지금은 아니지만, 군대 가기 전까지도 제가 홍대에서 가장 막내였어요. 그 당시 저랑 같이 무대에 올랐던 형들은 현재 거의 안하세요. 밥벌이가 안 되니까요. 그나마 아웃사이더 형 등 방송하는 형들만 계속 활동을 하시죠.”(씨에스피)
이들은 무대에서 자신들이 즐기는 것 뿐 아니라, 관객들까지도 순식간에 몰입시킨다. 이는 엉뚱하게도 아이돌 그룹을 응원하러 온 팬들까지도 움직이게 만들었다. 대개 아이돌 팬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가수 이외의 가수들에게 쉽게 반응을 보이지 않을 뿐더러, 예의상의 절제된(?) 반응을 보인다.
“너무 관객들이 못 노는 것 같아요. 아니 정확히는 즐길 줄 모른다는 것이죠. 그런 문화를 접하지 못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가 ‘이렇게 노는거다’라는 것을 보여주자고 생각한 거죠. 첫 방송 때부터 지금까지 보면 조금씩 달라지는 것 같아요. 그게 무대에서 보이잖아요. 재미있어요.”(씨에스피)
“저희는 모르는 관객들이 같이 ‘떰즈 업’을 외쳐주면 신나죠. 한 방송에서 아이돌 팬클럽 친구들이 저희들 음악에 반응을 하는 거예요. 그래서 방송 끝나고 같이 무대에 오를 때, 그 아이돌 그룹과 처음 보는데 같이 친한 척도 하고 그랬죠.(웃음) 저희는 그 아이돌 친구들과 엮여서 팬 문화를 공유하고 싶어요.”(치지)
크리스피 크런치가 오래 전부터 홍대 무대에 섰고, 방송에 나가지만 실상 이들의 무대는 전방위적이다. 지방의 자잘한 행사는 물론 동네 주민잔치, 경로당 행사까지 했다. 이는 비단 행사이기 때문은 아니다. 무대를 가리지 않는 것은 즐겁게 노래를 부르는 이들의 천성 때문이기도 하지만, 자신들을 찾는 사람들과의 소통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저희는 짧은 시간 안에 관객들을 휘어잡을 자신이 있어요. 노래나 입담 모두 다른 가수들에 뒤지지 않죠. 그게 어느 무대일지라도 말이죠. 사람들과 만나고, 그 앞에 서서 노래를 하면 신나요. 저희가 음악을 하는 이유는 모두가 즐거워야 한다는 것 때문이죠.”
크리스피 크런치의 팬들은 이들의 노래가 어느 장소에서 울리는지 트위터를 통해 알려준다. 노래방에 신규 노래로 기재된 것까지도 말이다. 여기에 이들은 자신들의 행보로 답해준다. 어느 지역 축제에 있든, 중학교 강당에 있든 말이다. 그리고 노래방에서 무조건 자신들의 번호를 누르라는 당부까지 올린다. 딱 크리스피 크런치다운 모습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 사진 이은지 기자 rickonbge@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