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가 종료된 26일 오후 8시. 여의도 당사 2층에 마련된 상황실에서 개표 방송 시작과 함께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홍준표 대표 등 당 지도부와 당직자들 사이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나 후보가 박 후보에게 10% 포인트 가까이 뒤진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홍 대표는 오후 8시7분쯤 상황실을 나가면서 기자들에게 “개표 결과를 지켜보자”며 기대를 놓지 않았지만 침통한 표정이 역력했다. 같은 시각 태평로 프레스센터 나 후보 캠프 사무실에 모인 서울시 의원들도 방송사 출구조사를 접한 후 “어렵다는 것은 알았지만 격차가 커 충격”이라며 허탈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실 이날 오전부터 투표율이 예상보다 높게 나오며 승부의 분기점으로 삼았던 투표율 45%를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고 당엔 침울한 분위기가 흘렀다. 오후 들어서 투표율 상승세가 주춤해지면서 잠시 분위기가 바뀌기도 했지만 퇴근시간 투표장을 찾은 젊은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는 보고가 속속 올라오자 분위기는 다시 비관적으로 변했다.
지도부는 발 빠르게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선전한 것을 부각시키며 서울시장 보선 패배 후폭풍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했다. 홍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 패배가 사실상 확실시된 밤 11시17분쯤 당사를 떠나며 “서울을 제외하고 나머지 지자체를 다 승리한 상황”이라며 “이겼다고도 졌다고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노무현 정권 때는 (재보선에서) 40대 0까지 가지 않았냐. 8곳에서 완승한 것을 보면 이번 선거는 의미있는 선거이며 앞으로 수도권 대책에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한 핵심 당직자는 “대통령 임기 말에 치러진 재보선에서 여당이 패한 사례가 많았다는 점을 볼 때 최종 개표 결과 서울시장 선거에서 근소한 차로 졌다면 책임공방이 거세지 않을 것”이라며 “지도부 사퇴와 비대위 체제로 갈 가능성은 적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도부는 27일 긴급 최고위원단 조찬회동을 갖고 서울시장 선거 패배에 따른 수습책을 논의키로 했다.
하지만 지도부 책임론 공방은 피해갈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특히 분당에 이어 서울까지 내주며 위기감이 커진 수도권 의원들은 색깔론과 네거티브 공세라는 잘못된 선거전략을 주도한 홍 대표를 겨냥하는 모양새다. 수도권 출신 한 소장파 의원은 “사실상 패배한 선거”라며 “박근혜 전 대표를 중심으로 총선을 염두에 둔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조기에 꾸려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선거 과정에서 불거진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부지 논란과 측근 비리 문제 등이 앞으로도 계속 부각될 가능성이 있어 이 대통령 및 청와대와의 차별화 움직임이 당내에서 본격화될 것이라는 예상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한장희 유동근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