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영화] 사람들은 송혜교라는 배우를 생각하면 두 가지 작품이 떠오른다. 하나는 철없는 모습을 보여준 시트콤 ‘순풍 산부인과’와 그녀를 아시아 스타로 만들어준 드라마 ‘가을동화’다. 그 이후에 그녀가 배우로서 걸어온 길은 그다지 대중들에게 각인되지 않았다. 여기에는 브라운관에서 스크린으로의 이동이 데뷔 10년 만이라는 늦은 시동도 있었지만, ‘황진이’ ‘파랑주의보’ 등의 영화가 흥행에 크게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송혜교는 늘 사람들의 머리 속에 머물렀다. 작품이 아닌 열애설과 여러 가지 루머 때문이다. 이병헌, 현빈과의 열애 및 이별 등이 그녀를 대중들의 시선에 존재하게 했다. 그런 송혜교가 배우로 성장한 모습을 대중들에게 보이며 평가를 기다리고 있다.
바로 이정향 감독의 영화 ‘오늘’을 통해서다.
영화 ‘오늘’은 불의의 사고로 약혼자를 잃은 방송사 PD 다혜(송혜교)가 1년 후 용서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면서 사건의 피해자들이 용서에 대한 각각의 다른 의미를 제시하는 것은 물론 자신이 용서한 10대 가해자가 다른 사람을 해한 사실과
알고 용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많이 알려지다시피 송혜교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바로 이 감독 때문이다. 이 감독이 9년 만에 들고 온 신작에 송혜교가 시나리오도 나오기 전에 반한 셈이다.
“사실 이 감독님에 대한 호감이 제일 컸어요. 예전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작품에 임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작품 선택 기준이 감독이 누군가로 바뀌었죠. 그리고 요즘에 여자가 이끌어가는 시나리오가 적기도 하잖아요. 이 감독님이 여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를 기획 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호감이 갔어요. 사실 처음에는 퇴짜를 맞았어요. 아마도 제가 방송에서 보여준 이미지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일단 만나보기라도 하자고 했어요. 그리고 나서 캐스팅이 됐죠. 이 감독님에게 바랬던 것은 저의 또다른 모습을 찾을 수 있길 바랬어요. 실제로 이 감독님은 집요하게 제 다른 모습을 찾아서 사용하셨죠.”
지난 1996년도에 데뷔한 송혜교는 올해로 데뷔 16년차를 맞이한다. 거의 중견배우 수준이다. 대중들에게는 어느덧 너무나 익숙해 이미지가 고정되어 있을 법한 느낌의 시간이지만, 송혜교는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라 말한다. 마치 세월이 그를 비켜나가고 있는 듯 한 감정을 상대방에게 줬다.
“한 작품 한 작품씩 하다 보니 세월이 이렇게 흐른 것 같아요. 제가 벌써 데뷔한 후 그 정도 시간이 지난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딱히 어떤 목표를 이루고자 연기를 하는 것은 아니에요. 어떤 사람들은 흥행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연기를 한) 저는 흥행에 대한 결과만 다를 뿐이지 작품을 할 때 항상 열심히 했죠. 작품과 함께 한살한살 먹어가면서 저도 성장하는 것 같아요. 물론 배우 송혜교로서는 전환점이 있죠. 아마 드라마 ‘가을 동화’가 제 인생을 바꾼 것이 아닌가 해요. 국내외로 더 좋은 위치에 제가 있을 수 있게 됐고 돈도 좀 벌었거든요”
데뷔 16년차지만 나이는 이제 갓 30대를 지났다. 여전히 그를 발랄한 이미지의 배우로 알고 있던 사람들에게는 깜짝 놀랄 일이다. 그러나 송혜교는 나이 뿐 아니라 연기 폭도 확실히 깊어졌음을 어필했다. 그리고 후배들에게 이제 자신의 일정부분 자리를 내줘야 함을 아는 나이가 됐다.
“30대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어요. 저 개인적으로 배우로는 지금부터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그랬든 20대 초반의 후배들 보면 그 나이 때 그릴 수 있는 그림이 있듯이 저 또한 30대에 할 수 있는 그림이 있거든요. 제가 지금 20대 후배들이 하는 연기를 다시 할 수는 없겠죠. 나이에 맞게 연기의 폭이 더 넓어질 수도 있을 것 같으니까요. 순수한 역할은 이미 많이 했잖아요. 이제는 그런 역항을 후배들이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은 것 같아요.”
영화 ‘오늘’에서 배우 송혜교는 연기를 했지만, 인간 송혜교는 사회를 보는 폭을 넓혔다. 주제 자체가 무거운 이유도 있겠지만, 송혜교가 연기한 다혜가 송혜교와 닮아있는 이유도 분명 있다. 닮은 꼴 캐릭터로 무거운 주제 속으로 깊숙히 잠기는 순간 그 스스로가 영화가 아닌 현실 속으로 빠져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을 감독님에게 듣고 놀란 게 사실이다. 그걸 느낀 게 영화를 본 주변 분들이 다들 ‘너하고 정말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실제로 시나리오를 읽을 때도 나는 다혜에 대해 답답함을 느끼지 않았다. 그런데 주변 분들은 다혜에 대해 다들 답답해하더라. 그런걸 보면 내가 좀 다른가 보다. (영화를 찍으며) 예전에는 가볍게 여겼던 사회적 일들을 ‘너무 힘들었겠다’라고 그냥 돌아섰는데, 이제는 달라졌다. 피해자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 찾아보게 되고 등한시 했던 것들, 주변에서 일어나는 것들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이제는 사회적인 기사도 찾아서 보게 된다.”
송혜교는 아시아를 넘어 세계적인 배우로 발돋음하려 한다. 최근 프랑스 파리의 글로벌 에이전시 ‘에피지스’와 계약했다. ‘에피지스’는 할리우드 배우 로빈 라이트 펜과 샤를롯 갱스부르그 등이 소속된 에이전시로 한국 배우로는 송혜교가 처음이다. 에피지스는 1년여 전부터 송혜교에게 러브콜을 보내 올해 5월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에피지스’ 홈페이지에는 송혜교의 사진과 프로필이 올라온 상태다. 그러나 송혜교는 이제 대해 겸손했다.
“돈 얘기를 많이 하시는데, 큰 돈이 오가는 그런 계약이 아니다. (에이전시쪽) 본인들의 의지가 강하고 나하고 (계약을)해보고 싶다고 해서 가능하게 됐다. 자주 갈 수 있는 곳도 아니니 큰 돈이 오갈 것은 없다. 당장 눈앞에 추진 중인 일들은 없다. 유럽에서는 이미지 메이킹으로 알려져 있다. 그 쪽도 이미지 적으로 나를 알리고 싶어한다. 거의 신인의 입장이다.
사실 유럽 영화를 좋아한다. 그런 유럽에서 작품을 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 사진=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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