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人터뷰] 정승원 “퀸시 존스와의 만남, 알 수 없는 인생이죠”

[Ki-Z 人터뷰] 정승원 “퀸시 존스와의 만남, 알 수 없는 인생이죠”

기사승인 2011-11-05 15:48:00

[쿠키 연예] ‘눈 떠보니 스타가 됐다’는 말이 있다. 과거에는 쉽지 않았지만, 요즘같이 오디션 등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방송 프로그램이 많은 시대에는 흔하게 볼 수 있는 일이 되었다. 그러나 그 기회가 자신이 찾은 것이 아닌, 우연히, 그것도 불운이 행운으로 연결되는 경우는 흔치않다. 그런데 호원대학교 실용음악과에 다니고 있는 평범한 학생 정승원은 이 흔치않은 행운을 안았다.

Mnet 프로그램 ‘엠사운드 플렉스’의 하우스 밴드인 ‘엠플렉스 밴드’에서 코러스로 활동 중이던 정승원은 단 두 달 사이에 인생이 바뀌었다. 자신 앞에 찾아온 기회를 자신의 실력으로 쟁취했고, 자신이 꿈꾸던 일들을 전광석화 같은 속도로 이뤄내기 시작했다.

그 첫 기회는 바로 지난 4월 내한한 마이클 잭슨의 프로듀서 퀸시 존스와의 만남이다. 퀸시 존스는 자신을 초청한 CJ E&M이 마련한 무대에서 엠플렉스 밴드의 공연을 보게 된다. 앉아서 으레적으로 박수를 치던 퀸시 존스는 엠플렉스 공연에서 기립 박수를 보냈고 이내 무대에 올라가 그들을 안았다. 근래에 보기 드문 희한한 케이스의 가수 데뷔 스토리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그동안 없던 케이스죠. 그냥 퀸시 존스의 음악을 좋아했고, 그를 존경했죠. 그 사람이 한국에 온다는 것도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앞에서 노래를 하라고 했으니 놀랐죠. 노래가 끝났는데, 일어나서 박수를 쳐주시고, 무대 위로 올라와 안아주시더라고요. 나중에 지켜보니 다른 공연 때는 박수만 치고 자리에 앉아있어서, 정말 우리를 좋아한다고 생각하게 됐죠. 그 때 저희에게 ‘내가 곧 떠나는데, 그 전에 다시 한번 음악을 들을 수 있냐’고 하길래, 좋다고 말하고 다른 레퍼토리를 준비해서 들려드렸죠. 그랬더니 자기 음악을 연주해줘서 고맙다고 하더라고요.”

고맙다는 퀸시 존스의 말은 곧 커다란 선물로 이어졌다. 바로 7월 스위스에서 열린 ‘몽퇴르 재즈 페스티벌’에 정승원을 초청한 것이다. 퀸시 존스는 이 페스티벌에 엠블렉스 밴드가 공연할 곡을 직접 고른 후, 정승원을 메인 보컬로 내세웠다.

“퀸시 존스가 스위스에 초청한다고 말할 때만해도 단순한 ‘립서비스’라고 생각했죠. 그리고 공연이 아니라, 놀러오라고 한 줄 알았어요. 한 달 정도 지나니까, CJ E&M에서 공연 준비 잘 되냐고 연락이 왔어요. 속으로 큰일났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그 페스티벌이 어떤 페스티벌인지 조사를 해보니 장난이 아닌 거예요. 정말 말도 안되는 아티스트들이 무더기로 나오더라고요. 스팅, 허비 행콕, 마커스 밀러, 폴사이먼 등 진짜 60팀 정도가 나오는데, 아마 한국에 오면 고가의 티켓으로 완전 매진될 사람들이죠. 그 중에서도 저희가 하는 무대가 메인 무대이고, 퀸시 존스의 이름을 달고 하는 거잖아요. 정말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죠.”

정승원은 그 무대에서 세계적인 미국 재즈 보컬 패티 오스틴과 듀엣 무대도 펼쳤다. 퀸시 존스에게 칭찬을 받은 것도 그에게는 행운이었지만, 오스틴과 한 무대를 펼쳤고, 그에게 귀중한 조언도 들었다. 꿈의 무대에 서고 돌아온 정승원에게 한국은 또 한번의 기회를 마련됐다. 바로 가수 데뷔 제안. 이후 지난 9월 27일 디지털 싱글 음반인 ‘스테이 더 나이트’(Stay The Night)를 발표하고 가수로 데뷔했다.

“한국에 돌아오니 CJ E&M에서 앨범을 내보자는 거예요. 고민을 많이 했죠. 원래 제 목표는 가수가 아니었어요. 음악공부를 꾸준히 해서 교수가 되는 것이 목표였죠. 그런데 고민을 하다 보니, 가수를 한다고 해서 교수를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굳이 거절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죠. 이것조차 나에게는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약간 급하게 추진한 감은 있지만, 재미있어요. 컬러링, 벨소리도 모두 제 노래로 바꿨어요. 편의점에서도 제 노래가 나오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여기까지 정승원의 이야기를 들으면, 정말 ‘운 좋게’ 방송 프로그램 코러스에서 가수로 데뷔한 것이 직선 코스로 보인다. 그러나 여기에는 정승원의 단단한 이력과 이런 기회가 만들어지게 된 묘한 굴곡이 존재한다.

호원대학교에서 정원영, 한상원 교수의 제자인 정승원은 한상원 교수의 제안으로 2년간 ‘한상원 밴드’의 보컬로 활동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에는 2005년 네이버 주최 유스클럽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이미 많은 이들의 정승원의 실력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첫 번째 굴곡은 지금 자신에게 기회를 만들어 준 CJ E&M이 안겼다.

“사실 지난해 허각 씨가 우승한 ‘슈퍼스타K 2’에 도전해 최종 예선인 ‘슈퍼위크’까지 갔다가, ‘톱 11’에서 탈락해 그대로 짐 싸들고 왔어요. 당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아픔도 있었죠. 그런데 생각해보면, 당시 ‘슈퍼스타K 2’에 나갔던 친구들보다 제가 더 먼저 앨범을 내게 됐어요.”

또한번의 굴곡은 군대였다. 정승원은 원래 지난 3월 해병대 보컬병에 지원을 했는데, 이번에는 한명도 안 뽑는다고 떨어졌다는 연락이 왔다. 그 통보를 받은 날, 정원영 교수에게 엠플렉스 밴드에 참여하라는 제안을 받게 된다. 인터뷰 시작할 때부터 활달함과 적극성이 느껴졌지만, 인터뷰를 하면 할수록 어떤 어려움에도 긍정적으로 이겨낼 성격 같았다. 오래도록 시간을 두고 볼 신인 가수의 탄생이다.

“해병대 떨어진 덕분에 퀸시 존스를 만나게 된 거죠. 항상 그랬던 것 같아요. 뭐낙 떨어지고 나면, 더 잘되고, 또 떨어지고 나면 잘되고요. 알 수 없는 인생 같아요.”

사진=CJ E&M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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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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