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늬만 셧다운제… 청소년들 콧방귀

무늬만 셧다운제… 청소년들 콧방귀

기사승인 2011-11-11 13:00:01
어른 주민번호 도용 접속땐 막을 방법없어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만16세 미만 청소년들의 인터넷 게임을 금지하는 ‘셧다운제’가 20일부터 시행되지만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과 경기도 일대 PC방을 돌아본 결과 만18세 미만 청소년의 야간(오후 10시∼다음날 오전 9시) PC방 출입을 규제하는 법 규정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었다. 정부가 이미 마련된 법도 지키도록 하지 못하면서 또 다른 규제만 양산한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9일 오후 11시 서울 화곡동의 보습학원 밀집 지역에는 여러 PC방이 성업 중이었다. 한 상가 2층에 위치한 PC방에는 청소년으로 보이는 학생 2∼3명이 게임에 몰두하고 있었다. 청소년의 야간 PC방 출입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게임산업진흥법 위반이다. 위반한 PC방 업주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지며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이 뒤따른다고 규정했지만 단속은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10일 오전 1시쯤 찾은 다른 PC방도 사정은 비슷했다. 카운터에 앉아 있는 아르바이트생도 게임을 하며 모니터에 눈을 고정시킨 채 손님을 맞았고 중고생으로 보이는 청소년들은 게임에 빠져 있었다. 아르바이트생 최모(22)씨는 “사장이 오후 10시 이후에는 청소년들을 기분 나쁘지 않게 내보내라고 시켰지만 청소년들이 대학생이라고 주장하면서 ‘밤에 동네 나오면서 누가 신분증을 가지고 오냐’고 따지면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주무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는 PC방 단속은 지방자치단체 관할이라며 책임을 돌렸다. 서울시도 구 단위로 단속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기초자치단체의 단속 건수는 미미한 수준이었다. 서울 강서구는 청소년 PC방 심야 단속을 실시해 2009년 12건, 2010년 7건, 2011년 11월 현재 5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셧다운제는 청소년의 야간 PC방 출입 제한 규정보다 피하기가 더 쉽다. 16세 이상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만 있으면 자정 이후에도 게임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경기도 부천시 심곡동의 PC방에서 만난 진모(14)군은 “PC방에서 오후 10시에 나가라고 하면 집에서 하면 된다. 부모님 말고 형, 누나, 친구 형 등 주민번호는 널려 있다”고 말했다.

신영길 서울대 컴퓨터학부 교수는 “정부의 의지가 가장 중요한데 주민등록번호로 청소년을 식별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면서 “은행인증 수준의 개인 식별 장치를 하도록 규제하면 되는데 정부가 너무 안일하다”고 비판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
속보유저 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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