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 연예] 지난 5월 KBS가 밴드 서바이벌인 ‘톱밴드’를 개최한다고 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그다지 뜨겁지 않았다. 오디션 프로그램과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범람하는 지금, 또 하나의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수준에서 이해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밴드 서바이벌은 성공 가능성이 극히 낮아보였다. 실제로 ‘톱밴드’는 낮은 시청률을 보였다. 밴드에 대한 낮은 인식과 늦은 편성시간은 물론 타 방송사에서 방영하는 드라마 영향으로 좀처럼 시청률이 올라가지 않았다.
그러나 10월 15일 결승전을 끝난 후 ‘톱밴드’에 대한 평가는 호평 일색이었다. 의미 있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고, 밴드들은 한바탕 축제가 끝났음을 아쉬워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톱밴드’ 우승자인 톡식(Toxic)이 있었다. 김정우(보컬, 기타, 키보드)와 김슬옹(보컬, 드럼)으로 이뤄진 이 2인 밴드는 무패의 신화를 남기며, 우승까지 속도를 높였고 심사위원들의 칭찬은 ''극찬''이라는 단어조차 부족한 표현이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김종진은 “보는 순간 천재의 무대를 보는구나, 기성음악을 통렬히 비판해주는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볼 때마다 양파껍질을 벗기는 듯한 새로운 모습을 본다. 제가 기성음악가라는 사실이 부끄러울 정도다”라며 “2인조 사운드 임에도 가장 공격적이고 가장 파괴적이고 가장 천재적이다”라고 말했다. 유영석 역시 “감성을 자극하는 사람들은 많이 봤는데, 본능을 자극하는 음악은 처음이다”라며 “밴드라기보다는 뮤지션의 모습에 가깝다”고 호평했고, 송홍섭도 “우리말로 된 노래를 이런 사운드로 들을 수 있어 반갑다”고 평가했다. 비단 심사위원들의 평가 뿐 아니라, 이들의 음악을 들은 시청자들과 관객들은 이들이 우승을 차지하는 순간, 당연하다고 받아들일 정도였다.
사실 이들의 결성은 불과 1년 전 이야기다. 결성 6개월 만에 ‘톱밴드’에 도전하고 우승을 거머쥔 것이다. 그러나 실상 멤버 김정우는 오디션 프로그램에 부정적이었다.
“사실 오디션 프로그램에 대해서 부정적이었다. 음악이라는 것이 누군가에게 평가받는다는 것 자체를 받아들이지 못한다. 각각이 하는 음악이 있는데, 그것을 평가하고 누군가 떨어지고 하는 과정이 합당한 것인가. 그런데 ‘톱밴드’에는 왠지 도전해보고 싶었다. 그것도 뒤늦게 지원했지만 말이다. 그리고 결과에 만족한다. 우리가 우승을 해서가 아니라, ''톱밴드''는 승패를 떠나 밴드들의 축제였다. 홍대에서 알고 지내는 밴드들도 많아서, 떨어진 직후에도 관객석에 앉아 응원을 해줬다.”(김정우)
“우리가 우승을 했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의 실력이 다른 선배 밴드들보다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프로그램에서 우승한 것일 뿐, 이것이 꼭 밴드들 중 최고의 실력을 가졌다고 평가받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모두들 뛰어난 밴드들이었고, 단지 누군가 떨어지고 누군가 올라가는 과정을 거쳐야 했을 뿐이다.”(김슬옹)
이들은 어릴 적부터 음악과 가까이 했다. 김정우의 아버지는 ‘나 어떡해’로 대학가요제에서 대상을 차지한 서울대 밴드 샌드페블즈 1기 멤버였다. 김슬옹은 초등학교 시절 교회에서 음악을 처음 접했다. 드럼 치는 형이 멋있어 보여 배우기 시작했고, 학원에서 본격적인 실력을 키워나갔다. 그리고 6년 전 둘은 실용음악학원에서 처음 만났고, 1년 전 밴드 결성에 대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그리고 불과 1년 만에 인기 밴드의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정작 자신들은 그런 인기에 대해 고개를 저었다.
“사실 저희를 알아봐주시는 분들을 보면 놀랍긴 하죠. 과거에 클럽에서 공연을 하면 관객 분들이 10~20명 정도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저희를 알아봐주시고 엄청 많이 와주세요. 하지만 사실 저희가 인기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주로 작업실에 있고, 길거리를 잘 돌아다니지 않아서 체감하지는 못하죠. 또 지금이야 방송이 끝난 지 얼마 안되고 그러니 저희를 알아봐주시지만, 이제는 음악으로 저희를 더욱 더 알릴 수 있도록 해야겠죠. 그래서 방송을 하면서도 꾸준히 클럽 공연을 했어요.”(김정우)
톡식은 여러 강자들과 무대에서 경합을 벌였다. 시청자들이 본 최고의 경합은 5인조 밴드 브로큰 발렌타인과 16강전. 브로큰 발렌타인은 야마하 뮤직이 주최하는 아시아 최대 규모 밴드 콘테스트 ‘아시안 비트2008’에서 우승을 한 팀이다. 방송이 끝나서야 다들 언급했지만, 톡식과 브로큰 발렌타인의 경합은 사실상의 결승전이었다는 평가까지 받았다. 둘 중 누가 이겨도 전혀 어색하지 않았고, 그 둘 중 또 누군가가 ‘톱밴드’ 우승을 차지해도 역시 잘 어울렸다. 톡식 역시 최고의 경합상대로 브로큰 발렌타인을 꼽았다. 게다가 톡식은 16강전에서 샌드페블즈의 ''나 어떡해''를 편곡해 불러 더욱 눈길을 끌었다.
“사실 이길 줄 몰랐어요. 브로큰 발레타인 형들이 어떤 형들인지 아시잖아요. 진짜 아무 생각도 안났고, 그날 저희 모든 것을 다 쏟아 부었어요. 무대를 마치고 내려오는데 힘이 쭉 빠지더라고요. 물론 브로큰 발레타인 형들을 이겼다고 해서, 그 형들보다 저희가 실력이 낫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리고 승패를 떠나 브로큰 발레타인 형들과 한 무대에 섰다는 것 자체가 저희에게는 영광이었죠.”(김정우, 김슬옹)
앞서도 잠시 언급했지만, 이들은 ‘톱밴드’ 심사위원들에게 극찬이상의 칭찬을 연이어 받았다. ‘천재’라는 표현의 이들에 대한 평가는 프로그램이 진행될수록 식상해질 정도였다. 이런 극찬을 들었던 ‘밴드’를 거치면서 톡식은 어느 정도 성장했을까.
“저희가 수년이상 배워야 할 것은 많은 분들에게 배운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한순간에 성장한 것 같아요. 우승을 했던 안했던 건 이건 분명한 것 같아요. ''톱밴드''는 저희에게 단순한 프로그램 이상이었다는 것은요.”(김정우)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저희의 음악적 스타일이 바뀐 것은 아니에요. ‘톱밴드’ 전후의 음악스타일은 톡식 스타일 그대로에요. 음악스타일이 다소 달라졌다고 느꼈다면, 그것은 방송과 클럽에서 저희는 보는 정도의 차이정도일 거예요.”(김슬옹)
톡식이 ‘톱밴드’ 4강에 오른 후에 가요계에서는 이들의 행보에 대해 예의 주시했다. 대형기획사 접촉설이 연이어 나왔고, 이들은 우승 전까지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방송에만 집중하겠다”며 언급을 피했다. 그래도 대형기획사 영입설은 끊임없이 나왔고, 일부에서는 번호표 뽑고 이들과 만나려 하는 이들이 줄서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만큼 이들의 실력과 향후 가능성은 높이 평가됐다.
그러나 이들은 사람들이 예상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그러나 가장 톡식다운 길을 선택했다. 바로 ‘슈퍼스타K’를 통해 이슈를 모았고, 톡식과 친한 예리밴드와 ‘톱밴드’ 8강까지 진출한 아이씨사이다와 함께 독립 인디레이블 ‘DMZ’를 결성한 것이다. 그리고 오는 16일 오후 8시 홍대 앞 KT&G 상상마당에서 시작되는 서울공연을 시작으로 ‘DMZ 레이블쇼’ 전국투어를 돌 예정이다. 본능을 자극하는 음악을 한다는 평가를 듣고, 또 스스로도 그런 음악을 하고 싶어하는 톡식이 방송을 떠나서 대중들의 본능을 어떤 식으로 움직일지 기대된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 사진=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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