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Z 블루칩] ‘TV 방자전’ 이은우 “춘향이 도발적? 외로운 아이죠”

[Ki-Z 블루칩] ‘TV 방자전’ 이은우 “춘향이 도발적? 외로운 아이죠”

기사승인 2011-11-19 13:03:00

"[쿠키 연예] 시대가 변하면 역사를 보는 시각도 변한다. ‘갑’이라고 해석하던 사건도, 새로운 자료와 분석으로 ‘을’이라 바뀔 경우도 있다. 또 ‘갑’으로만 인지했던 일들이 ‘병’과 ‘정’이 추가되면서 ‘갑+’로 되기도 한다. 조선시대 절개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던 춘향이가 그렇다. 변사또의 수청을 거절하고 이몽룡만을 바라보던 춘향이가 어느 순간 이몽룡과 엉뚱한 계략을 세우기도 하고, 끝내 방자와 눈이 맞았다. 그리고 그 수위는 영화에서 TV로 오면서 더욱 강해졌다.

채널CGV에서 2회까지 방영된 TV무비 ‘방자전’ 속 춘향이는 “더 이상 도발적이고 발칙한 춘향이는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뚜렷한 캐릭터를 구축했다. 영화 ‘방자전’보다 진화한 셈이고, 그 중심에 춘향 역을 연기한 배우 이은우가 존재한다.

그러나 ‘TV 방자전’ 제작발표회 때도 그랬지만, 실제 만나본 이은우의 성격은 도발적인 춘향과는 거리가 멀었다. 낯가림은 물론이고, 조근조근 말하는 모양새는 2011년 춘향이가 아닌, 조선시대 춘향이로 돌아가야 될 것 같았다. 이런 자신의 모습에 대한 답변은 원론적이면서도 살짝 ‘2011 춘향’의 모습도 보였다.

“그래서 연기자를 하는 거겠죠? 그런데 저도 춘향이 같은 면이 있어요. 욱하는 성격도 가끔 나오고요. 물론 처음 보는 사람들과는 낯설음이 있죠. 처음에는 조근조근하게 말하지만, 친해지면 달라져요. 그래서 배우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

이은우가 ‘TV 방자전’을 선택한 이유는 으레 배우들이 그렇듯이 대본 때문이었다. 재미가 있었다. 그러나 결정적인 이유는 봉만대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는 점이다. 영화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 등 여러 작품을 통해 봉 감독에 대해 믿음이 생겼었다. 사실 봉 감독의 작품을 선택하는 여배우들은 걱정 반, 기대 반의 심리를 갖는다. 걱정 반은 정사 장면을 비롯한 노출 수위 때문이고, 기대 반의 심리는 이를 통해 이미지 변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어느 순간 과도한 노출보다 아찔한 수위를 보여주는 봉 감독의 연출을 통해 단아하거나 착실한 이미지의 여배우가 한 순간 요염하게 변한다.

“감독님이 좋았어요. 사실 제가 이 작품으로 이미지 변신을 해야지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또 그 때문에 감독님을 선택한 것도 아니니까요. 봉 감독님은 연출자로서 대본을 정확하게 보시고 어떻게 표현할지를 잘 아세요. 그래서 파격적이라기보다는 로맨스를 잘 아신다는 것이 맞을 거예요. 남녀 간의 감정을 잘 아시고, 멜로를 잘 아시죠. ‘멜로 봉’이라고나 할까요.”

감독의 뛰어난 연출을 잘 표현해주는 것은 주연배우들의 몫이다. 호흡이 잘 맞으니 방송도 호평을 받은 것이 당연하다. 춘향 역의 이은우와 방자 역의 이선호의 호흡에 대한 질문은 무의미하다. 짧은 준비 시간과 2달여간의 촬영기간, 그리고 한번도 같이 작품을 하지 않은 이들이 그런 호흡을 맞추기 위해서는 많은 교감의 노력이 필요했다.

“아무래도 감정신이 많으니까 빨리 친해져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감독님과 모여서 리딩한 이후에 만남을 자주 가졌죠. 이 작품은 춘향이하고 방자가 잘 교감하지 않으면 안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서로 빨리 친해지고 그를 통해서 연기로 춘향과 방자를 표현했죠. 사실 제가 낯을 많이 가려서 선호 씨가 노력을 많이 해주셨어요. 워낙 젠틀하시고 배려를 잘 해주셔서, 제가 도움을 많이 받았죠.”

‘TV 방자전’이 영화 ‘방자전’과 차이를 드러내는 몇몇 내용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향단이다. 영화보다 더 적극적인 향단이가 등장해, 춘향과 대척점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춘향이 방자와의 호흡만을 신경 썼다면, ‘TV 방자전’에서는 향단 역의 민지현과의 호흡 역시 고민해야 될 부분이었다.

“지현 씨는 뒤늦게 합류해서 저와 몽룡, 방자가 친해지는 기간보다는 얼굴 본 기간이 짧죠. 그래서 처음에는 거리감이 있었죠. 어쨌든 춘향과 향단이로 만났기 때문에 그 역할에 충실하면서 차근차근 알아갔어요. 그런데 그 친구가 굉장히 사랑스러운 면이 있어요. 제가 남자라면 좋아할 것이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저의 무뚝뚝한 면과 그 친구의 사랑스러운 면이 잘 맞더라고요.”



앞서 작품 선택의 이유에 대해 시나리오와 감독이 주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언급했지만 ‘TV 방자전’은 조금 독특한 면이 존재한다. 영화가 특정 연령대로 한정돼 상영되는 반면, TV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노출 수위가 높은데 불구하고, 상영되는 매체는 너무나 대중적이다.

“사실 작품을 찍을 때 이게 TV용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어요. 그냥 한 작품을 찍는다고만 생각했죠. 그런 마음은 배우나 스태프들 모두가 그랬어요. ‘TV 방자전’이라는 작품을 찍지, 이게 어느 매체를 통해서 나간다는 생각은 전혀 안했죠.”

춘향이 방송을 통해 보여준 성격은 다양하다. 사람들이 작품 홍보 문구로 받아들인 ‘발칙함’ 등은 표피적인 면에 불과했다. 이은우는 그런 춘향의 깊은 내면을 이해했고,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려 했다. 물론 그 전달이 제대로 되었는지에 대한 판단은 전적으로 시청자들의 몫이다.

“저는 발칙, 도발을 의도하지 않았어요. 기본적으로 춘향의 상황이 답답하잖아요. 자신은 살고 싶은 삶이 있는데, 그러지 못하니까요. 엄마 월매는 자기중심적이고 고집스러운 면을 보이죠. 거기에 춘향은 반항심을 가졌고, 그것을 푸는 과정에서 발칙함과 도발적인 면을 보였을 뿐이지, 결코 의도적으로 그러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결국 엄마와 소통을 못한 거잖아요. 향단이도 아랫사람이기에 모든 것을 털어놓지 못했고요. 어느 한 곳 기대지 못하는 외로운 아이였죠. 제가 잡은 춘향은 그랬어요.”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 사진=박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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